봄을 기다리는 마음

by 나를

오늘따라 남편이 더 가엾게 느껴진다. 설비일과 철거 일을 하는 남편은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에 더 힘들어한다. 잘 먹고 체력도 좋은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확 꺾이기 시작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늙어감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나 보다. 일이 많을 땐 오히려 활력이 넘친다. 자기 존재 가치를 무의식으로 느껴서일까? 차라리 바쁠 때 더 행복해 보인다. 연휴가 길거나 연말연시 즈음에는 일이 거의 없으니 당장 경제적인 문제로 인한 심적 압박감이 큰 것 같다. 나 역시도 걱정이 많아진다. 나는 2년 정도 독서 논술 지도를 했지만 가정 경제에 크게 도움은 못 되었다. 평생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사는 일이 늘 그렇듯 못 버틸 것 같은데 또 어떻게든 살게 된다. 살면서 많은 고비를 넘겼다. 지나고 보니 올 일이 온 것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나한테 닥친 시련에 허우적거렸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하지 않던가?


25년 결혼 생활이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다시 시간을 돌리고 싶지 않지만 시간을 돌린다 해도 더 잘 살아낼 자신이 없다. 살아온 날 동안 최선을 다한 것 같다. 다만 상대를 더 사랑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혹독한 겨울에는 따뜻한 봄을 기다리듯 내 마음도 지금 봄을 기다린다. 오늘은 불행한 것 같아도 며칠 후면 또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릴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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