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만히 있어도 불안하지 않은, 마음이 편안한 집에서 정착하고 싶다. 봄엔 생명의 움틈을 느끼고, 여름에는 초록의 나뭇잎들 사이로 쏟아지는 강렬한 햇빛에, 더위를 식힐 팥빙수와 콩국수를 먹고, 스산한 가을과 추운 겨울의 눈 쌓인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온전히 자연을 느끼며 쉬는 모습을 상상한다. 거실 베란다 쪽엔 건물이 없어 언제나 커튼으로 가리지 않아도 되는 곳이 그립다. 하루하루 마음속으로 가고 싶고 그리운 집에서 '아 좋다'라고 말하는 나를 그려본다.
이사 후 한 달 정도는 정신없이 짐 정리를 한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는다. 원치 않은 잦은 이사는 늘 삶의 방향마저 흩트려 놓는 것 같다.
앞에는 건물이 있어 늘 커튼을 치고 있다. 날이 흐려도 맑아도 집안은 어두침침하다. 우울증이 저절로 살아나는 것 같다.
마음을 달랠 겸 산책을 하러 나갔다. 아직도 겨울의 느낌은 다 가시지 않았지만 봄이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다시금 자연이 주는 진리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꽃망울도 조금씩 올라와 곧 봄의 화려한 색깔을 뽐낼 것 같다.
짧은 산책으로 가슴에 공기가 바뀌는 것 같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마음을 진정시키고 버틸 에너지를 모으려 한다.
몇 년 후 돌아갈 나의 집을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