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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hwan Heo Apr 03. 2016

끝없는 여름의 시작

Endless Summer

*Endless Summer by Bruce Brown

서핑에 미쳤었고, 항상 파도 바라기로 살아왔었다.

마치 아련한 옛 추억이 되어버린 과거의 이야기를 이곳을 빌어서 해 보고자 한다.


한국에는 정확하진 않지만, 2000년 이전에 제주도와 일부 지역에서 제일 교포분들이나, 외국인들을 통해서 시작된 사례는 있지만 정확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공식적인 기록은 다음 카페 '서퍼스 파라다이스' 가 서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첫 공식 커뮤니티였고, 이후 '서프 코리아'를 비롯한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2000년 군복무 시절 휴가 때 초대 회원이었던 친구를 따라 PC방에 갔다가 '서퍼스파라다이스'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고, 대망의 4번째 회원으로 그곳에 가입을 하게 되었다. 당시 그곳에는 자료라고 해 봐야 출처를 알 수 없는 외국인의 사진 몇 장이 전부였는데, 그 역동적이고 뭔가 살아 숨쉬는듯한 분위기에 흠뻑 취해 이거 꼭 해 봐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그때부터 서핑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부대에 복귀한 후 해안 경계가 주 임무였던 나는 하루 종일 바다만 바라볼 수 있었다. 서해안의 검은 뻘밭과 공사 중이던 영종대교, 그리고 쉴 새 없이 모래를 실어 나르는 덤프트럭만이 내가 볼 수 있는 모든 것이었지만, 그 와중에 서핑에 대한 알수 없는 갈증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듬해 1월 드디어 군 복무를 마치게되고, 본격적으로 '서퍼스파라다이스'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당시 회원수는 겨우 10명 남짓이었는데, 그때까지도, 카페 내부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고, 아직도 정확하게 서핑이 무엇이다, 어떻게 하는것이다에 관한 정보조차 없었다. 그렇게 아무런 정보도 없었는데, 거기다 단 한번이라도 서프보드를 구경 조차 해 보지 못한 나는 이게 진짜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 'SJSC' (부산 송정의 서핑학교), 당시 해운대 세일링 클럽이라고 윈드서핑 클럽을 운영하시는 대표님으로부터, 클럽에 서핑보드가 있는 거 같으니 한 번 와서 구경해 보라고 하셨다.

지금이야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간단히 커뮤니티에 올리고 하면 될 일이지만, 당시에는 디지털카메라는 아예 존재 자체도 안 했던 터라 서프보드를 확인하기 위해 송정해변으로 향했다.


도대체 서핑보드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감촉일까?


마치 첫 소개팅을 나가는 대학생의 설렘이랄까? 그런 두근거림이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묘한 흥분 상태를 만들어 주었고, 처음으로 서프보드를 보고 만지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이거야"


내가 이제부터 해야 할 그것이다.


아마 *5'. 10" 정도의 서프보드였던 거 같다.

처음 접한 서핑보드는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초짜 중의 초짜였던, 경험이라고는 전혀 없는 나에게는 터무니없는 말도안되는 작은 사이즈의 숏 보드였다. 하지만, 이 작은 보드로 당장이라도 파도를 가르고 하늘로 뛰어오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한 번 타봐도 될까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선뜻 말을 못 꺼냈다.


"한번 타볼래?"


대표님은 마음이라도 읽으셨는지, 흔쾌히 보드를 내어 주셨고 연습할 수 있게, 클럽에 있던 제일 작은 윈드서핑 보드 하나와 웻슈트을 같이 빌려 주셨다.  


아직은 젊은 24살 청춘, 아직은 차가운 4월의 바닷가에서 나의 첫번째 서핑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끝없는 여름을 찾아 떠나는 길고 긴 여정.



*Brouce Brown이 1994년에 만든 이 영상은 두 젊은이가 66년에 만들어진 전작을 보면서 서핑 트립을 떠나는 내용을 간결하고 재미있게 담아내었다. 당시 VHS로 우연히 구할 수 있어서 (지금이야 유튜브나 비메오로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더 소중하고 재밌게 느껴졌었다.


*서프보드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

5피트 10인치로 읽는다. 보통 서프보드의 규격을 얘기 할 때 길이 *폭 * 두께로 표기하며, 피트와 인치의 단위를 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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