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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hwan Heo Jun 27. 2016

#12. SURF TRIP 2002

여름은 항상 묘한 설렘을 만들어준다.


어디론가 계속 떠나라고 나를 등 떠미는 것 같다.

2002년은 월드컵이 한창이었다. 다들 월드컵 얘기로 시끄러웠고, 우리도 마찬가지로 낮에는 바닷가에서 서핑을 했고, 저녁에는 TV 앞에 모여 치맥과 월드컵을 즐겼다.


그러다 어느 날인가 우린 서프 트립을 떠났다. 몇 장의 서핑보드와 간단한 짐만 챙기고 장현이의 스타렉스에 몸을 싣고 여기저기 바다를 누비도 다녔다.

처음 들렀던 거제는 아무래도, 닫혀있는 지형이 많아서 인지, 그다지 파도가 많이 들어오는 곳을 없어 보였다.

이내 차를 다시 달려, 부산에서, 거제를 거쳐 1차 최종 목적지였던, 웹상에서 몇 번 거론되었던 서퍼들에게 어쩌면 환상의 섬 '금일도'로 향했다.


부산에서 바로 간다면, 부산-마량(도선)-금일-금일 명사십리 해수욕장의 순서로 가게 되는데,

일단 마량 까지는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해 달려가도 족히 4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리고, 마량에서 배 시간을 기다렸다가 1시간 정도 배(카 페리)를 타고 금일도 까지 들어간다. 금일에 도착하면 다시 차를 달려 완전 남쪽에 있는 금일 명사십리 해수욕장까지 다시 30분 정도.


그렇게 해야 겨우 금일도의 스폿에 도착할 수 있다.


금일 명사십리에 도착했을 당시, 지금도 비슷하겠지만 완전 개발이랑은 상관없는 곳.

기나긴 백사장에 건물이라고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다. 그나마도 아직 시즌이 시작하기 직전이라,

민박집은 텅텅 비어 있고,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 겨우 만날 수 있었던 민박집의 주인(의외로 멋을 많이 부리신 아주머니)은 우리에게 아직 정리를 시작 하기 도전의 민박집을 열어 주었고, 그곳을 대충 치우고 묵어 가라고 한다. 넓은 거실을 가운데 두고, 옆으로 작은 방들이 몇 개 둘러 있었다.

지난겨울 내내 아무런 손길이 닿지 않아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고, 화장실 겸 샤워실에는 거미줄이 둘러 처져 있었다. 어쩌면, 반쯤 폐허 같은 느낌이랄까?


어쨌든 우리는 대충 빗자루질과 걸레질을 했고, 그곳에서 하루를 묵어가기로 했다.

도착해서 보았을 때는 파도가 거의 없었지만, 청소를 마치고 잠깐 쉬는 사이에 파도가 살짝 올라와 주어 짧게나마 이곳의 파도를 맛볼 수 있었다.

제주도를 살짝 비껴가 남쪽 스웰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바다라 의외로 힘이 좋게 느껴졌는데, 사실 이때는 금일도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섬의 분위기는 이제껏 다녀본 곳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고,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곳은 항상 나에게는 최고의 스폿이다.

서핑을 잠시 하고 다들 거실에 모여 모처럼의 휴식과 낮잠을 즐겼다. 낮잠을 자는 동안에 가위에 눌렸네, 귀신이 나왔네, 하면서 밤에 어떻게 하냐고 떠들어 댔지만, 다들 그동안 여정이 피곤했는지, 밤이 찾아오자 쥐도 새도 모르게 다들 잠이 들었다.


이곳에 유일한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마지막으로 먹고 우리는 다시 다음 해변을 찾아 계속 차를 달렸다. 남쪽 스웰이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던 우리는 완도를 거쳐, 제주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제주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우리는 2002 한일 월드컵, 한국:스페인 경기를 보았는데, 이때 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겼다.  경기가 한창이던 중 배안에 몇몇 아주머니 들이 TV 앞에서 큰소리로 "이기게 해주십시오 이기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니 꼭 이기게 해주십시오"를 경기내내 기도를 하셨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같이 TV를 보던 몇몇 분들이 상당히 불편해 하셨다. 그때 설니 가르시아가 던진 한마디에 크게 웃었는데 " 스페인에 기독교,천주교 신자가 훨씬 많을건데........"



제주에 도착하여, 중문에 자리를 잡았다.

작긴 하지만, 서핑도 하고 맥주도 마시며 월드컵 까지 볼 수 있었던 최고의 서프트립.


하지만, 이틑날 난 집안 사정으로 집으로 강제 소환 당한다.

아쉽지만, 다음날의 멋진 파도는 내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주일간의 2002년 서프트립은 끝이났다.

이때 비록 서프트립은 끝이 났지만, 나는 새로운 결심과 또 다른 도전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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