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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hwan Heo Jun 20. 2016

#11. 봄, 여름 그리고 다시 폭풍 속으로.

추운 겨울은 어느덧 끝나고, 다시 여름으로 달려가기 위한 기지개를 슬슬 펴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학업과 집안일을 도우며 서핑을 근근이 이어 갔으며, 서퍼스 파라다이스 카페 활동도 계속 잘 이끌어 나갔다. 사람들을 만나고, 그동안 쌓아왔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아직은 많이 모자라지만, 

사람들에게 서핑을 계속 전파해 나갔다.

당시 가졌던 정기모임 사진들


겨울의 충격적인 스웰* 은 끝이 났지만, 이제 조금 있으면 따뜻한 바람과 함께 우리 홈 비치인 송정과 해운대에서의 멋진 여름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매일이 기다려지는 나날의 연속 이었다.


하지만, 정작 여름이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우린 또 다른 시련을 맞닥뜨렸다.


첫 해에는 우리의 바다에서 아무도 우리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무언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해양레저 법'이라는 단어가 대두되기 시작하는데, 이 레저 법이 우리의 여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일부 해변에서 해경들이 우리에게 서핑을 중지하게 하는 사태가 속속 발생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레저 법상 우리는 해수욕장 내에서 서핑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무동력인 서핑이 동력 스포츠 들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여 해안선 200미터 바깥쪽에서 활동해야 하며, 해수욕장 시즌 중에는 아예 입수가 금지되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가슴 정도의 높이밖에 되지 않는 파도가 쳐 아무 위험 요소가 없는 날도 먼 바다의 풍랑 주의보 등의 경보 때문에 입수가 완전 제지당하는 날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해당 경찰서와 담담 기관들과의 몇 번의 접촉과 설득을 시도하였으나. 혹시나 하는 사고의 책임 소재 부분 때문인지, 어느 한 곳 쉽게 허락해 주는 곳이 없었다.


그나마 다행히 송정은 레저 존을 작게나마 오픈해 주었고, 우리는 그 작은 공간이나, 해경 등의 손이 닿지 않는 새로운 포인트를 찾아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숱하게 해경 사무실을 찾았다. 


설득도 해 보고, 설명도 해 보고.


완강하게 우리의 행위를 거부하던 그들은 끝끝내 우리를 자기들의 경계 밖으로 몰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벌금 100만 원쯤은 우습게 맞아주고, 보드도 압류당하고.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소리 지르며 해경과 싸웠던 그해의 여름.


우리는 오로지 우리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였고, 그들은 그들의 행정상 편의를 위해 모든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려 했었던 시기였던 것이다. 이후로도 몇 년간 계속되는 논쟁과 설득으로 우리는 조금은 더 나은 환경을 얻어 낼 수 있었지만,


여전히 레저 법과 기준이 애매모호한 법 때문에 우리는 많은 제재를 받고 있다.


나의 홈 비치였던 광안리, 해운대는 7-8월 하이 시즌에는 아예 보드를 들고 바다에 들어갈 수가 없다.

오로지 허락된 일출 일몰 시간과 해수욕장 개폐장 시간 사이의 

2시간 정도 씩 만이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었다.


우리의 바다에서 우리는 왜 우리의 바다를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가?


그 시절 젊은 혈기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우리 서핑의 암흑기가 도래했던 것이다.




*스웰

SWELL 물결, WAVE보다 큰 의미의 파도를 얘기한다. SWELL의 방향과 크기가 WAVE의 퀄리티를 결정하기에 SWELL의 흐름을 여러 차트들을 통해서 확인하고 잘 이해하는 게, 바다의 컨디션을 이해하고 더 나은 서핑을 즐기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글의 흐름상 암흑기가 도래했다 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현재는 많은 이해와 변화가 진행되었습니다.


여전히 통제는 많이 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서 레저존의 확대와 신고서 작성 후 기상특보 발효시에도 입수가 가능하게 되어있습니다. 단 풍랑 주의보 윗 단계의 경보나 태풍의 상황 등은 여전히 금지되고 있습니다. 서로의 안전과 국민 정서상의 이유로 경보 이상의 단계에서의 서핑은 클럽단위로 주변 서퍼들에게 서핑을 자제시키고 해당 기관과의 협조로 더 좋은 환경에서 서핑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나 하나쯤이면 어때라는 생각이나, 자만한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는 나름의 룰을 어기게 된다면, 이제까지 여러 서퍼들이 수고해서 만들어온 성과를 한 번에 수포로 돌릴지도 모릅니다. 


처음 서핑을 접하시거나 아직 이런 룰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바다에 가시면 주변 클럽이나 현지분들에게 꼭 기상특보 상황이나 현지 사정 등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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