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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hwan Heo Jun 16. 2016

#10. 겨울을 이겨 내는 법

겨울은 그렇게 시작 되었고, 난 포항을 가끔 다니게 되었다.


몇몇 사람과 방문했던 용한리와 이 일대의 파도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게 만들었고,

꽤나 서프트립 느낌이 나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카페회원들과 함께 포항, 지금의 신항만 이라고 불리는 용한리와 주변의 죽천과 칠포 월포까지

겨울 서핑을 계속 해 가고 있었다.

그때의 파도는 우리를 집어삼키고 내동댕이 치며, 쉽게 길을 내어 주지 않았지만, 또 부딪히고 부딪히면서,

파도위을 길을 계속 찾았다.


추운 겨울에, 바닷가는 눈이 내려 하얗게 깔려 있었고, 너무 추운 나머지 칠포에서는 화장실 안을 따고 들어가 슈트를 갈아 입고 했던 기억이 있다.

이때 신발, 장갑은 없었던 탓에 서핑을 하는 동안은 어쨌든 버텨 나가긴 했지만, 나오는 순간 손발이 얼어서 떨어져 나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옷을 갈아입고 손발을 녹이는데 집중했었다. 


기억의 한편에 재미있었던 일은, 칠포에서 서핑을 하던중 빨간색 관광버스가 바닷에에 오더니, 아주머니들이 우리 주변으로 오셨다.


"뭐좀 잡았어요?"


해녀로 아마 착각 하신 모양이다.


여차저차 서핑을 한다는걸 설명 했더니, 


"아이고 추운데 이거 좀 자시고 하이소."


하시며 소주와 하얀 스티로폼 도시락에 든 통닭을 건네 주신다.

소주 한병을 일행들이랑 나눠 마시고, 그나마 조금 덜 춥게 느껴졌었다.


포항 일대와 송정, 해운대를 파도가 있는 주말마다 다니며 바다를, 파도를 누비며 즐겼던 나는, 어쩌면 이때가 내 서핑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긴한다.


그때 추위를 이기기 위해 사용했던 온갖 방법들.

고무장갑도 껴보고, 슈트안에 고추도 넣어보고.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스운 일들 이지만, 그땐 나름 처절한 나름의 몸부림이었다.


서핑을 마치고는 극한으로 내려간 체온을 끌어올리려, 라면에 온갖 재료들을 넣고 끓인 잡탕라면도 자주 끓여 먹었고, 술도 꽤나 많이 마셨던거 같다. 


살벌한 바람과 추위를 이겨내가며, 200원 짜리  레즈비 커비로 얼어있는 손발을 녹이던,


2001년의 겨울. 그 겨울을 지내고 더 큰 세상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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