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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hwan Heo Jun 07. 2016

#09. 겨울

여름이 그렇게 끝나버리고, 드디어 가을, 겨울로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

그나마 반팔에 반바지인 숏존 슈트가 있었긴 하지만, 그걸로 버티기에는 기온이 너무 빨리 내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겨울용 풀 슈트를 사기 위해 수소문해 왔지만, 기존의 윈드서핑용은 불편할 듯해 보이고, 서핑 전용을 사자니 온라인 직구는 상상도 못할 시기였고, 그나마 지인들을 통해서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었는데, 아직 학생인 나로서는 그냥 겨울 서핑은 어쩌면 조용히 내려놓아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10월 말에 일부 회원들이 제주도를 갔었는데, 

이때 장현이가 내 슈트를 빌려가서 입고 탔다가 얼어 죽을 뻔했다.


몇 번의 번개와 정모를 통해서, 서핑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더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서울이라는 곳에도 올라가, 신촌, 압구정동이라는 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항상 만남의 자리에는 파도 얘기와 지난여름 얘기가 끊이질 않았고, 그렇게 얘기만으로 상상의 파도를 타며

무료한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포항 쪽 칠포를 둘러볼 일이 있었는데,

상상치도 못한 파도가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당시의 칠포 해변 사진



약간 거칠긴 했지만,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사이즈와 파워의 파도들.

뭐지 이 파도들은, 겨울 서핑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이 비주얼은 다시 내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어쩌면 천운이었을까? 이때 잠깐 한국에 들르셨던 최양이 씨가 슈트를 가지고 다시 오셨다. 그것도 엄청나게 좋은 겨울용 풀 슈트를. 

추운 바다에서 계속 서핑하고 있을 나를 생각해서 슈트를 하나 구해 오셨다고 한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더욱 열심히 서핑을 타야겠다고 다짐했다.


덕분에 겨울 서핑을 계속할 수 있었던 나는, 이전에 봐 두었던 포항 쪽 라인을 을 자주 들르게 된다.

이때, 지금 신항만이라 불리는 용한리와 그 옆의 죽전, 칠포, 월포 등에서 서핑을 탈 수 있었으며, 또 서핑으로의 인연들을 만나고, 계속 파도 위에서의 삶을 지속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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