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퍼라면 누구나 꿈꾸는 장면이 무엇일까?
누군가는 *베럴 속을 멋지게 치고 나가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고,
또 누군가는 **에어리얼 기술로 멋지게 파도를 치고 공중으로 올라가는 장면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 초보였던 나에겐 그런 장면보다는
멋지게 파로를 가로로 찢는 라이딩이 그 어떤 기술보다 하고 싶었고,
멋진 파도 위에서 부드러운 라이딩을 하는 게 최고의 소원 이었다.
아직까지 수프에서 직진밖에 모르던 나는,
슬럼프 아닌 슬럼프에 계속 빠져 있었지만,
일본 프로들의 라이딩을 본 후로 서서히 감을 잡아가고 있었다.
추석 연휴의 선물 같은 부드러운 파도에 연휴 내내 파도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나는
드디어 ***백사이드 와 ****프런트사이드를 제대로 성공시키게 된다.
일본 서퍼들이 전해준 깨알 같은 팁과 시범을 통해 어느 정도 감각을 배웠고,
그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게 너무나 좋은 파도가 계속 들어와 줘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보드 위에서 두 손을 때고 일어서는 순간,
뒷발을 살짝 틀어 주면서 보드가 옆으로 틀어질 때
재빨리 보드 위에 일어섰다.
보드는 순간 작은 호를 그리면서 파도를 옆으로 가르기 시작했다.
초저녁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바다를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였고,
그 황금빛의 바다 속에서 나는 파도를 가르며, 환호성을 지를 수 있었다.
그 순간의 짜릿함은 온몸을 전율하게 만들어 주었고,
이때까지 내가 느꼈던 그 어떤 감정보다 짜릿하고 흥분돼
내 심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었고, 그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왜, 나는 겨우 그 정도의 라이딩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까?
어떤 사람들은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그 사소하고 소박한 한 번의 라이딩이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게 되었다.
찰나의 순간, 5초가 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난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희열, 무언가를 성공했다는 최고의 기쁨을 맛보게 되었고,
이 기분을 잊을 수 없기에 또다시 파도 속으로 내 몸을 내 던졌고,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파도 속에서 가장 편안하고 재미있는 순간을 즐기고 있다.
첫 번째 백사이드 라이딩.
잊을 수 없는 그 순간.
지금이라도 그때 도움을 주신 Nick과 교포 최양일 님에게 연락이 닿을 수 만 있다면,
무한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베럴
튜브라고도 부르며 파도가 둥그렇게 말리며 터널과 같은 형상을 띌 때
그 속에서 서핑을 즐기는 것으로 고도의 균형감각과 파도를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
**에어리얼
베럴과 함께 현대 서핑의 꽃으로 불리는 기술로 서핑보드가 탑에서 바텀으로 내려가는 순간의 가속도를 이용해 파도의 끝부분을 다시 치고 올라가 보드와 서퍼의 몸 전체를 공중으로 띄우는 기술.
베럴과 마찬가지로 균형감각과 파도를 읽는 능력 또한 파도를 이용해 아주 빠른 스피드를 만들어야 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백사이드
레귤러 스탠스(왼발이 앞으로 오는) 서퍼를 기준으로
왼쪽 방향 또는 파도를 등지는 방향으로 파도를 치고 나가는 것, 레프트 핸더라고도 부른다.
****프런트사이드
백사이드와 반대방향으로 진행, 라이트 핸더라고도 부른다.
구피 풋 스탠스(오른발이 앞으로 오는) 서퍼는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