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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hwan Heo May 23. 2016

#07. 2001.09.11

First Impact pt.2

외국인 서퍼가 왔다.

그들은 누굴까?

무엇 때문에 왔을까?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하지만 둘 다 낯설고 어색한 상황에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멀리서 쭈뼛쭈뼛하고 있다가 어쨌든 부딪혀 보기로 하기로 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당시 영어면 영어 일본어면 일본어 제대로 할 수 있는 건 없었기에,

뭐라고 인사해야 할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고,

왠지 본능 적으로 한 손으로 *샤카 사인을 만들어 그들에게 흔들어 보였다.


"아 유 싸파?"

(Are you surfer?)

"예쓰 예쓰!"


이게 우리의 첫인사였다.

일행들 중 꽤나 나이가 많으신 분 (나중에 Nick Nozaki라고 인사하신)이

우리를 발견하시고 인사를 건넨 것이다.

그리곤 잠시 웅성거림이 있었고, 그 일행 중에 다행히 제일교포분이 한 분 계셔서,

능숙하진 않지만 통역 역할을 해 주셔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처음에 인사를 나눈 Nick 은 하와이에 살고 계시면 빅 웨이브 서퍼로 일본에는 꽤나 이름이 있으신 분이었고,

나머지 일행들도 일본에서 준프로급 이상으로 활동 중이신 실력파 서퍼들이었다.

그들은 당시 잡지 Surfing World의 Asian Virgin Wave의 촬영을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한다.

부산으로 들어와 송정을 가고 어디로 가야 할지 루트를 짜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우리는 서투른 영어+일본어+한국어로 그나마 우리가 타 보았던 곳과

앞으로 가볼만한 곳들을 그들에게 알려 주었고, 그들은 이후 제주도를 방문하게 된다.


한동안 인사와 포인트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우리가 서핑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하였는데 그들은 흔쾌히 승낙하고,

그날 저기압과 바람의 영향으로 해운대 권은 파도가 썩 좋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가 타기 좋을 거 같다는 광안리로 이동하자고 한다.


마침 당시 부모님이 광안리에서 작은 숙박업을 하던 터라 그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광안리로 이동하였다.


우리가 장비를 챙기고 바닷가로 나오자, Nick아저씨는 우리 장비 상태를 보더니 따라오라고 하신다.

차에서 새 리쉬와 왁스, 리페어 장비 등 여러 가지를 챙겨 주시며, 이걸 쓰라고 하신다.

우리 리쉬와 왁스 상태를 보고는 여분으로 챙겨 오신 것들을 나눠 주셨다.


나중에 이 부분이 일부 기사로 잡지에 실렸는데, 한편으론 고맙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한동안 그들의 멋진 라이딩과 테크닉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실력에 감탄했고,

조금이나마, 그들의 지도를 받음으로써 나는 조금 더 레벨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던 것 같다.


당시 광안리의 파도는 의외로 크고 (**가슴에서 머리 정도의) 힘 있는 파도였는데,

사진으로만 보던 외국인들의 화려한 스프레이와 턴에 감탄사를 계속 내뱉었다.


당시 동행 취재온 기자분이 보내 주신 사진 검정색 자켓이 Nick Nozaki


한동안 서핑을 같이 하고, 우린 집 옆의 작은 맥주집에 모여,

즐거운 바다와 서핑 이야기로 떠들 수 있었다.


말은 제대로 통하지 않았지만, 서퍼들끼리는 가슴으로 통하는 건가?

국적과 언어는 다르지만 우린 이미 친구, 형제 같은 느낌으로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때 촬영 해 두었던 잠깐의 비디오 클립이 어딘가에 있는데, 찾아봐야 할 듯.-


다음날 그들은 제주도로 떠나고, 우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꿈같은 하루 아직도 정확히 기억하는


2001년의 9월 11일


이후 , 난 이들같이 전 세계를 떠도는 서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편으로 가지게 되었다.


이후 잡지에 게재된 사진


*샤카

Shaka 주먹을 쥔 체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펴고 흔들어서 서로에게 인사를 하는 하와이 식의 인사법.

현재 서퍼들끼리의 인사 또는 고유의 사인으로 통한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서퍼들끼리의 가벼운 인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가슴에서 머리 정도

파도의 높이를 나타낼때 주로 쓰는 표현으로, 2-3피트, 1-2미터로 숫자를 넣어 쓰기도 하지만, 이해하기 쉽게 신체의 일부로 표현하는 방법을 많이들 쓴다.


2011년 당시 서퍼스 파라다이스에 게시했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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