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여름으로 치닫고 있던 5월 즈음.
*보드숏이 사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진으로 보던 외국인들이 바닷가에서 입는 끈 달린 반바지. 그 해변용 반바지가 사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해변을 떠올려보면 스피도, 삼각팬티 수영복이 대세인 지금과 확연히 틀린 바닷가의 풍경이 익숙한지라, 이 반바지를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사야 할지 알 수 가 없었다.
서핑 자체도 생소한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뭐든지 살 수 있다는 남포동의 국제시장을 뒤졌고,
결국 그 끈 달린 반바지를 단돈 1만 원에 얻을 수 있었다.
끈 달린 반바지와 서핑보드가 그려진 티셔츠 그 두 가지만으로도 왠지 서퍼가 된 듯한 성취감에 빠졌고, 빨리 바다로 또 가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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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린 뭘 하고 있는 걸까?, 서핑은 어떻게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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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음만 앞섰지 우린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보드 위에 엎드려 팔을 휘저어 잎으로 나가고, 잔잔한 파도 위에 '짠'하고 일어서서 서핑을 흉내 내는 것이 전부였다. 인터넷에서 어렵게 구한 Go Surfing이라는 책자의 이미지를 보면서 나름 연구의 연구를 거듭해, 어설프게 **페들링을, 언제 일어나야 할지 모르는 ***테이크 오프를 제멋대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바다 위에서 둥둥 떠다니기만 하던 시절이 한참 동안 지속되었다.
*보드숏 - Boardshorts
서퍼들의 상징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해변에서 입는 반바지.
허리의 끈과 주머니의 아일렛(물 빠지는 구멍)이 특징이다.
**페들링 Paddle/Paddling
서프보드 위에서 전진하는 방법을 얘기한다.
보통 보드에 엎드려 머리와 가슴을 들고, 몸을 최대한 보드와 수평이 되게 유지한 체, 자유형 하듯이 보드 밑으로 손으로 S자를 그리며 전진한다.
***테이크 오프 Take off
페들링을 하다가 밀려오는 파도면 위에 미끄러질 때 타이밍을 잡고 일어서는 동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