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존일기

팔레트 전쟁

리사이클, 업사이클

by Sukhwan Heo

아직도 오픈은 하지 못했다.

덩치 큰 일들이 어느 정도 끝나긴 했지만, 아직 자잘한 일들이 많이 남아있다.


홀에서 주방으로 나가는 통로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제일 큰 문제였는데, 뒷마당에 꽤나 쓸만한 팔레트가 많이 쌓여있었고, 주인아저씨한테 여쭤보니, 어차피 마당의 가마솥에서 태울 거라 마음껏 쓰라고 하신다.

아마 14개 정도 되는 팔레트를 그날로 분해하기 시작했다. 작은 망치와 펜치 이 두 개의 수공구만 가지고, 팔레트를 분해하니 진짜 죽을 맛이었다.


-이날 이후로 다시는 팔레트를 손대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팔레트 하나당 거의 100개에 가까운 못이 나왔는데, 그나마 가벼운 소나무 종류의 팔레트는 좀 쉽게 뽑히지만, 나왕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하드우드의 경우는 잘못 걸리면, 하나 분해하는데 30분은 싸워줘야 겨우 해체가 가능했다.


녹이라도 안 쓸었으면 좋았을 것을.
저러고 앉은 채로 밤새 작업을 했다.

밤새 정리한 팔레트를 또다시 샌딩을 한다.

이 일을 위해서 테이블 샌딩기를 하나 구입했고, 이 일 이후로 아주 좋은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집사람이 원했던 슬라이딩 도어를 만들어야 하는데, 꽤나 많은 양의 팔레트가 들어간다. 분해했던 팔레트들을 일일이 손질하기 위해서 거의 100개나 되는 나무를 다듬고 또 다듬고 해서 면을 잡아 나갔다. 지금 같으면 대패를 이용해서 작업해 더 깔끔하고, 뭔가 정교하게 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단순하게 일했다.

아무래도 나름 마감이라는 걸 정해놓고 움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반나절 꼬박 샌딩을 하고 나서, 휘어진 나무를 며칠간 펴 놓았다.

그렇게 다듬어서 만들어진 문짝은 두 명이 겨우 들 수 있을까 말까 한 무게다. 특히나 집사람이랑 나랑 둘이서 해야 하기에......, 근데 마침 전에 일하던 회사의 친한 동생이 놀러 왔고, 다행히 그 친구와 둘이서 슬라이딩 도어 설치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뭔가 큰일을 치러 냈다는 안도의 한숨이 아닐까?


이후 한동안은 이 팔레트 나무를 여러 용도로 사용했다.

서프보드용 거치대 (Surfboards horse)도 만들고, 지금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선반도 만들고, 이래저래 아주 다양하게 쓰였는데, 아마도 이때쯤부터일까? 리사이클/업사이클에 재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밖을 나다니다가 쓸만한 목재가 보인다든지 가구가 보이면, 가끔 하나씩 집으로 가지고 온다. 현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나무도 거의 다 챙겨 오는 편이다.

강원도 지역 자체가 목재의 가격도 만만치 않고, 수종도 다양하지 않은 편이라 일단 가져다 놓으면 나중에 뭐라도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직도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있다.

저 간판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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