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작업
드디어 작업이 시작되었다.
집주인의 배려로 이사 전에 미리 여러 가지 작업들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일단 가장 바탕이 되는 페인트 칠과 여러 가지 정리정돈을 시작했다. 매일매일 가진의 집과 이곳을 오고 가며, 노루표 수성페인트에 흠뻑 취해가며, 하얀 페인트 가루가 여기저기 묻어 나오는 나날이 계속됐다. 그나마, 기존에 엉망인 벽은 아니기에 벽지 위에 바로 페인트 칠을 할 수 있었기에, 생각보다 빨리 일을 끝낼 수 있었다.
페인트 칠이 어느 정도 되자, 가진 집에서 작은 물건들을 미리 옮겨두고 몇 가지 집기 제작에 들어갔다.
일단은 제일 급한 서프보드 거치대를 집에 남아있던 나무들과 집주인 아저씨가 모아두신 팔레트 나무를 활용해 만들었다. 초창기에 급하게 만든 거라 부실하고 볼품없었지만, 그래도 1년 가까이 제 몫을 하고, 지금은 새로운 형태의 거치대로 바뀌었다.
그래도 재활용 목재를 잘 활용해서 만들었기에, 만들었을 당시에는 엄청나게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이때 즈음 집사람이 전체적인 느낌을 잡아 주었는데, 왠지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 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구나 집기들이 집이랑 잘 어울려 주었고, 크게 어려운 작업은 없을 듯 보였다.
그리고 시작된 이사.
어느덧 이사를 하기로 한 날이 되었고, 우리의 어마어마한 짐을 옮기는데, 어마어마한 지출이 필요하기에,
우리의 흰둥이는 또 열심히 짐을 나르는 최고의 일꾼이 되어주었다.
결국 이삿짐 차가 오긴 했지만, 흰둥이가 고생해 준 덕분에 우린 그나마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이제야 하는 얘기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진짜 쓸데없는 살림살이가 너무 많았었던 거 같다. 특히 옷이나 신발이 지금도 많지만, 그땐 지금의 두배였으니까......
이후로 며칠 동안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정리하고, 만들고 정리하고, 때로는 부시고 다시 만들고를 계속 반복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일. 일. 일 을 계속해오니, 어느덧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끝이라고 할 순 없지만 어쨌든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멀바우 상판을 얹은 책상은 햇볕이 제일 잘 드는 곳에 집사람의 작업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그 뒤에 몇 개의 선반을 만들어서 설치해 주었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제일 걱정했던 부분은 주인집에서 벽에 구멍을 내는데 싫어하시면 어쩔까 였는데, 1층 창고를 작업할 때 즈음인가?, 고맙게도 주인아저씨가 일을 잠깐 도와주시며, 여기 튼튼하게 하나 더 박으라고 하셨다.
그때부터는 신나게 벽에 무언가를 설치했는데, 도대체 난 구멍을 몇 개나 뚫었을까? 가끔 궁금할 때가 있다.
이제야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지만 아직도 할 일이 태산같이 쌓여있었다.
이때가 4월이고 5월이면 서프 샵을 오픈해야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