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2
현장을 다니다 보니 재밌는 현상이 생겼다. 작업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되니, 다른 곳의 일이 들어온다. 이번에도 그렇게 다른 곳으로 쇼룸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텅 빈 공간에 쓸데없는 동선을 없애기 위한 가벽 설치와 몇 가지 집기를 리폼하고 만드는 것이었는데, 의뢰인이 자작나무 합판을 너무 좋아해서 전부 그 합판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작업을 하는 도중에 그동안 잘 써오던 마키다의 슬라이딩 각도 절단기가 말썽이다, 카본 브러시도 이상 없는고, 결국에는 내부 결함으로 판명이 났지만, 공사기한이 있는지라 A/S는 일단 접어두고 새로운 장비를 영입해 버렸다. 이때 이후로 덩치 큰 장비들은 보쉬 제품으로 갈아타고 있는 중인데, 아직까지 큰 탈없이 잘 사용 중이다.
현장에 나가면 제일 많이 써지는 게 이 각도절단기이니, 언제까지 버텨줄지 모르겠지만 부디 오래갔으면 좋겠다.
큰 몇 가지 작업만 맡아서 해 주고 나머지는 셀프 인테리어로 진행하겠다 하여, 이후에는 건물주가 직접 마무리에 나섰다. 이쪽 현장이 거의 마무리되고, 함께 일하는 동료가 집 앞마당에 작은 창고를 만들고 싶다고 하여 품앗이를 나갔다. 진짜 말도 안 되는 초 스피드로 뚝딱 만들었는데, 이때 조립식 패널의 구조와 만드는 방법을 많이 배웠던 거 같다. 다음에는 내 마당에 내 작업실을 만들고 싶은 소망이 이때 생기더라.
둘이 이제 집도 짓겠다면서 웃으면서 작업을 마감했는데, 언젠가는 우리가 재밌게 놀 수 있는 공방을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계속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강원도에서 몇 건의 현장을 진행해보니,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1. 자재가 한정적이다.
여러 군데 건재상을 돌아다녀 봤는데, 이상하게 다들 비슷하다. 다들 쓰는 자재만 쓰는 건지, 요즘 들어 새롭게 개발되거나 다른 지역에서 많이 쓰는 자재들이 유독 이곳에는 잘 안 보인다. 분명 보다 효율적인 더 나은 방식의 자재와 기술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냥 타성에 젖어있는 느낌이랄까?
2. 목재가 너무 비싸다. 퀄리티가 좋지 않다.
대부분의 목재는 현지 조달할 때, 인천에 있는 거래처에 비해 30~50% 까지 비싸다. 심지어 원하는 나무도 잘 없다. 있다한들 품질도 그렇게 좋지 못하다. 속초, 양양, 강릉까지 못해도 10군데 이상을 돌아다니고, 전화해 봤는데 차이가 너무 나니, 어쩔 수 없으 소량 구매는 울며 겨자 먹기로 하지만, 대량 구매는 배송비를 주더라도 거래처에서 주문해서 받는 게 나았다.
예를 들어 멀바우 집성판재 18t 한 장 (2400*600*18mm)을 사려고 이곳저곳 물어보니, 강릉의 한 군데에서만 재고를 확보 중이었고, 가격이 12만 원 (거래처 5만 원) 이란다. 다른 곳은 재고는 없지만 주문해 줄 수 있다고 하는데, 가격은 마찬가지로 12만 원 전후에서 형성돼 있었다.
미송 합판의 경우에는, 가격은 크게 비싸진 않지만, 갈라짐이나 퀄리티가 너무 좋지 못한 합판이 많고, 유절 (옹이 자국이 있는) 합판은 많이 있지만, 무절 (옹이 자국이 없는)는 아예 볼 수가 없었다.
3. 인부들의 실력이 의심스럽다.
예전 오색 약수터 쪽 작업할 때 절실히 느꼈다. 겨울이긴 하지만, 출근은 거의 10시가 다 돼야 한다. 심지어 인부들이 3시가 좀 넘으면 퇴근 준비를 한다. 거기다 작업 진도는 왜 이렇게 안 나가는지...... 작업반장은 뒷짐만 지고 서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안 되는 것들이 많은지...... 이거 이렇게 해 주시면 안 돼 하면, 다 안된다는 말부터 한다. 그냥 안된단다 원래 안되고 나는 그렇게 안 한다는 말로 귀결된다. 결국 내가 하는 작업방식대로 따라와라. 안 그러면 작업 못한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다그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왠지 불합리하거나 쉽지 않은 부분들이 많이 있는데, 하나하나 쓸려니 너무 많은 거 같아서 가장 심하다고 느낀 몇 가지만 적어보았다.
어쨌든 그런 내가 맘에 들지 않았던 부분을 건축주에게 충분히 주지 시키고,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가능한 한 맞춰 주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했더니 일도 수월하고, 다들 만족 해 하는 편이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닌 거 같은데 다들 왜 그럴까?
어쨌든 시간은 그렇게 또 흘러가고, 어느덧 여름이 성큼 코앞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