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1
바쁜 여름을 보내고 드디어 비수기에 접어들었다.
우리 뭐 먹고살지????
정말 11월은 손님이라고는 단 1도 없는 그런 날들이 지속되었다. 아 진짜 손가락 빨아먹고 살아야 하는 건가.
그런 어두운 생각이 나를 집어삼킬 때 즈음. 친구가 찾아왔다.
"나 학원 차릴라고"
YBM 영어 강사 출신인 친구가 강릉으로 이주해 드디어 이곳에 자기 사업체를 꾸려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서핑하러 우리 집에 자주 다녀가면서 샵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왠지 나랑 같이 작업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하나도 없기에 선뜻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고, 그때부터 바쁜 겨울 일정이 시작되었다.
여기 천진에서 강릉 현장까지는 대략 70km, 매일매일을 새벽부터 밤 까지 2주 동안 열심히 작업해서 하나의 공간을 완성시켰다. 족히 3-40년은 되어 보이는 낡은 빌딩에 전 세입자가 남기고 간 흔적들을 다 지워내고, 새롭게 아이디어를 내어 완성시킨 카페형(?) 영어학원, 말이 카페형이라 좀 우습긴 한데, 친구가 그런 느낌의 것들을 원했고, 이를 위해 가능한 심플하고 깔끔한 형태의 공간을 만들었다.
결국 2주 정도의 작업 기간이 흐른 뒤에 완성된 학원은 생각보다 너무 맘에 든다며, 모두들 만족해했다. 지금도 가끔 강릉을 들르며, 학원에 이상이 없는지 하자가 있는 부분은(거의 없지만) 손봐주고 있고, 학원 역시 이때 이후로, 수강생들이 끊이지 않아 친구는 즐거운 비명을 매일 지르고 있다.
그렇게 인테리어 일을 하나 마무리 해 놓자, 또 지인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진짜 카페의 내부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는데, 복병은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난방이 없는 공간에서의 작업이었다.
이 공사가 1월쯤 출발했는데, 하필 처음 작업을 시작한 주간이 -13도를 찍은 최악의 날씨였고, 덕분에 난 다시 재발한 통풍으로 인해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 어쩔 수 없이 강제로 1주일 정도를 휴식했으나, 내부의 전기 쪽 공사가 원활하지 못해 히터를 사 두었음에도 작동하지 못하고, 그냥 작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영하 13도에서도 작업, 대설주의보가 내려 폭설이 날리자 도망 나오기도 하고 어쨌든 추운 날씨와 싸워가며, 2주 동안 열심히 인테리어를 마무리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카페는 지난 9월에 오픈을 했고 (내가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건물주와 건축 사무소의 마찰로 준공을 계속 못 받았다.) 현재는 큰 무리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겨울을 이렇게 현장에서 보내고 나니 어느덧 춘삼월, 만물이 소생하는 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