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생존일기

내 직업은 무엇인가?

파트 1

by Sukhwan Heo

바쁜 여름을 보내고 드디어 비수기에 접어들었다.


우리 뭐 먹고살지????


정말 11월은 손님이라고는 단 1도 없는 그런 날들이 지속되었다. 아 진짜 손가락 빨아먹고 살아야 하는 건가.

그런 어두운 생각이 나를 집어삼킬 때 즈음. 친구가 찾아왔다.


"나 학원 차릴라고"


YBM 영어 강사 출신인 친구가 강릉으로 이주해 드디어 이곳에 자기 사업체를 꾸려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서핑하러 우리 집에 자주 다녀가면서 샵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왠지 나랑 같이 작업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망설일 이유가 하나도 없기에 선뜻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고, 그때부터 바쁜 겨울 일정이 시작되었다.


여기 천진에서 강릉 현장까지는 대략 70km, 매일매일을 새벽부터 밤 까지 2주 동안 열심히 작업해서 하나의 공간을 완성시켰다. 족히 3-40년은 되어 보이는 낡은 빌딩에 전 세입자가 남기고 간 흔적들을 다 지워내고, 새롭게 아이디어를 내어 완성시킨 카페형(?) 영어학원, 말이 카페형이라 좀 우습긴 한데, 친구가 그런 느낌의 것들을 원했고, 이를 위해 가능한 심플하고 깔끔한 형태의 공간을 만들었다.


IMG_6540.JPG 바닥이 제일 심각했다. 모든 데코타일을 다 걷어내고, 예전의 테라조를 가능한 살려 내고 싶었다.
IMG_6536.JPG 다행히 벽은 깨끗한 편이라 마스킹(보양) 작업을 충분히 한 후 롤러와 뿜칠을 병행해서 쉽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IMG_6635.JPG 개인적으로는 그냥 놔두고 싶었지만, 조금 어두운 색이 좋을 것 같다 하여, 에폭시로 바닥을 코팅해 주었다.
IMG_6763.JPG 옛날 느낌 물씬 나는 화장실에는 온수기와 전체적인 색감의 조절을 하기로 했다.
IMG_6798.JPG 세상에서 습식 작업이 제일 싫다. 머리까지 하얗게 칠해버렸다.
IMG_6794.JPG 어쨌든 차분한 톤의 타일과 페인트칠로 변화된 화장실.
IMG_6852.JPG 온수기 달러 온 동생이 화장실 조명까지 달아줬다. 저 포인트 조명은 지금도 제일 맘에 든다.
IMG_6772.JPG 그 와중에 이케아는 빠질 수 없지.
IMG_6797.JPG 창문의 블라인더와 천정의 레일 조명도 카페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
IMG_6826.JPG 이런저런 집기도 직접 만들고,
IMG_6894.JPG 역시 간식은 맥도널드 초코콘
IMG_6897.JPG 영상 수업에 꼭 필요한 빔 프로젝트와 애플 TV를 천정으로 설치했다.
IMG_6943.JPG 서퍼가 운영하는 학원인지라, 서핑보드도 랙을 만들어 걸어주었다.
IMG_6958.JPG 화장실의 자투리 공간은 이렇게 스케이트보드 데크를 활용해서 수납공간을 만들어 줬다.

결국 2주 정도의 작업 기간이 흐른 뒤에 완성된 학원은 생각보다 너무 맘에 든다며, 모두들 만족해했다. 지금도 가끔 강릉을 들르며, 학원에 이상이 없는지 하자가 있는 부분은(거의 없지만) 손봐주고 있고, 학원 역시 이때 이후로, 수강생들이 끊이지 않아 친구는 즐거운 비명을 매일 지르고 있다.


완성된 직후의 공간.


그렇게 인테리어 일을 하나 마무리 해 놓자, 또 지인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진짜 카페의 내부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는데, 복병은 한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난방이 없는 공간에서의 작업이었다.

이 공사가 1월쯤 출발했는데, 하필 처음 작업을 시작한 주간이 -13도를 찍은 최악의 날씨였고, 덕분에 난 다시 재발한 통풍으로 인해 병원신세를 지게 됐다. 어쩔 수 없이 강제로 1주일 정도를 휴식했으나, 내부의 전기 쪽 공사가 원활하지 못해 히터를 사 두었음에도 작동하지 못하고, 그냥 작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IMG_7597.JPG 일단 텅 비어있는 공간을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해서 동선을 먼저 체크 해 뒀다.
IMG_7605.JPG 주방 안쪽으로는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가벽을 세웠다.
IMG_7678.JPG 가벽 내부는 스티로폼을 채워 넣고, 앞쪽에 난방을 위해 상 작업을 하고, 합판으로 마무리.
IMG_7756.JPG 그동안 써온 공구들, 앞으로 더 쓸 공구들.
IMG_7757.JPG 내부를 마감하고 나서 집기를 하나씩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IMG_7759.JPG 그렇게 만들어진 바 테이블.
IMG_7886.JPG 전에 만들었던 내부 휴게실은 난방 필름과 강화마루로 마감을 했다.
IMG_7898.JPG 멀바우를 이용해서 수납이 가능한 벤치를 만들었다.
IMG_8010.JPG 멀바우 샌딩은 가능하면 외부에서 하는 게 좋을 듯.
IMG_7970.JPG 최악 난이도의 주방 공간.
IMG_8024.JPG 이상한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 공간 공간을 채워 넣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IMG_8172.JPG 큐 블록을 밴치로 만들고 모듈식으로 구조를 수시로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IMG_8198.JPG 역시 피자는 1인 1 피자.
IMG_8210.JPG 조명은 간단하게 레일 조명으로.
IMG_8212.JPG 이제 거의 공사가 끝나간다.
IMG_8338.JPG 이때 동시에 작업했던, 카페의 테이블. 원래 600mm 집성판재로 하려 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300mm 계단 판재를 집성했다.

영하 13도에서도 작업, 대설주의보가 내려 폭설이 날리자 도망 나오기도 하고 어쨌든 추운 날씨와 싸워가며, 2주 동안 열심히 인테리어를 마무리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카페는 지난 9월에 오픈을 했고 (내가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건물주와 건축 사무소의 마찰로 준공을 계속 못 받았다.) 현재는 큰 무리 없이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겨울을 이렇게 현장에서 보내고 나니 어느덧 춘삼월, 만물이 소생하는 봄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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