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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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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khwan Heo Apr 27. 2020

파인애플 우쿨렐레

천사가 다녀갔다.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바쁜 나날들을 보내며 매일매일을 땀을 한 바가지씩 흘리면 살아가고 있던 어느 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재미있는 영상이 올라왔다. 동네에 알고 지네는 동생이 귀여운 우쿨렐레(모양의 장난감이 맞겠지)를 가지고 놀고 있는 영상이었다.

예전부터 Israel "IZ" Kamakawiwoʻole "Over the rainbow"를 좋아했고 나도 언젠가는 우쿨렐레를 배워볼 태야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기에 꼭 연주용이 아니더라도 귀여운 장난감이 눈에 확 들어와 메시지로,


"귀엽네, 나도 사고 싶어"라고 적었다.


뭐 농담 반 진담 반이었으니까.


근데, 그날 밤이 지나고, 아침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마당을 나갈려는데,

노란 우쿨렐레가 문 앞에 놓여있었다......


나 : 야 이거 뭐야?

호도요(아까 얘기한 지인의 별명) : 형 선물이에요. 하하하하하하

나 : 뭐야 감동인데, 나 천사가 다녀간 줄 알았지 뭐야.

호도요 : 재밌게 가지고 노세요.

나 : 응 고마워! 열심히 연습해 볼게!

 

이제 외롭지 않게 해 줄게


그렇게 이 앙증맞은 우쿨렐레는 내 품에 들어오게 되었고, 뭔가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에, 진짜 연주용 우쿨렐레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어처피 연습용으로 쓸 예정이니 너무 하이엔드급의 고급진 녀석은 내 손가락에는 진주 반지일 것 같으니 적당한 중고 매물을 구입하는 걸로 결정을 했다.

요즘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많이들 배우기에 왠지 중고도 많을 것 같아서 여기저기 행복한 중고나라를 검색해 보니 마침 꽤 괜찮은 매물들이 보이더라. 다양한 매물을 물망에 놓고, 전 주인 분들에게 이런저런 문의를 하고는 그중에서도 꼭 마음에 드는 파인애플 형태의 우쿨렐레를 드디어 구매하게 되었다.

며칠 뒤에 진짜 꼼꼼하게도 포장을 해서 보내주신 우쿨렐레. 장난감과는 비교도 안 되는 맑고 고운소리가 참 사람 기분을 들뜨게 만들어 주었다.

비록 아직은 학교종이 땡땡땡과 떴다 떴다 비행기 밖에는 모르지만. 튜닝하는 방법도 배우고 종종 코드 연습도 하고 있는 중이니, 언젠가는 나만의 작은 연주회를 할 수 있지 않을까?


70살 쯔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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