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물고기는 물에서 살아야겠죠?
해운대에서 매일 아침 일상을 시작하기 전에 즐길 수 있는 찰나의 순간,
어슴프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밀려오는 파도를 가르며 서핑을 즐길 수 있었던
그 시절에는 세상 그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었고,
오직 바다와 서프보드 한 장이면 모든 것이 완벽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흘러 나에게도 '어른'으로써의 책임감이 주어졌고,
어쩔 수 없이 정든 고향을 떠나 서울로 직장을 가지게 되었다.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쳇바퀴 도는 시간이 계속되었고,
난 알 수 없는 갈증에 계속 시달리고 있었다.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무언가를 찾아 계속 헤매게 되었고,
의미 없는 취미생활과 예쁜 쓰레기들이 집안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뭔지 모를 허전함을 계속 이런 것들로 억지로 채워가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십수 년이 흐르고,
어느 순간 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일까? 아니면 우연이 만들어준 기회일까?
결국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잘 다니던 회사와 업계를 드디어 정리하게 되었다.
10여 년을 패션 업계에 몸 담아왔던 나는 이후 새로운 직장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전전했으나,
이직을 하기에는 이미 나이와 직급이 높아져 쉽사리 새로운 직장을 얻기는 불가능한 듯 보였다.
그래서 어쩌면 등 떠밀리듯 시작한 귀농생활.
경기도 북부의 한 마을에서 농사를 배우고 시골에서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시골에서,
특히 연고라고는 전혀 없는 새로운 공간에서 적응해 나간다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결국 난 다시 새로운 장소를 찾아 이주를 결심했다.
결국은 바다?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제일 나답고 행복 해 질 수 있는 공간은 바다가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고, 파도를 가르며 웃을 수 있었던
젊은 시절의 내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가자 바다로"
그렇게 찾아온 이곳 강원도 고성의 작은 바다 마을.
이제는 나와 나의 반쪽과 반의반 쪽이 함께 살고 있는 이곳은 어쩌면
나를 가장 나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곳이 아닐까?
언젠가 내가 서울을 떠날 때 즈음 지인이 이제 어디로 갈 거냐고 물었다.
물고기가 물에서 살아야죠
그렇게 결국 물고기는 그렇기 시간을 흘러 흘러 바다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