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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발로 걸은 석교천, 아버지의 숨결을 따라

엄마의 사랑 가득히

by 십시일강 김형숙

기브스 너머의 사랑, 석교천 위의 기억

엄마는 한 달 전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왼쪽 다리에 기브스를 하고 퇴원하셨다. 낙상 사고였다. 그 이후로 일상은 많이 불편해졌지만, 엄마는 늘 그렇듯 자신의 아픔보다 자식 걱정이 먼저였다.

나는 3개월 전 다친 발이 아직 낫지 않아 절뚝이며 엄마를 찾아갔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한숨을 쉬셨다. “한 번 다친 발은 계속 다친다. 조심해야 해.” 그 말은 단순한 충고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본인의 다리도 성치 않으신데, 나를 걱정하는 그 마음에 울컥했다.

엄마는 오지 말라고 하셨다. 다리가 불편하니 내가 오는 게 더 걱정된다고. 하지만 나는 어제 내려갔고, 오늘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중이다. 내일 일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짧은 방문이었지만, 엄마는 어제 가지튀김을 준비해주셨다. 오늘 삼계탕을 함께 나눠 먹었다. 그리고 집에 갈 때, “맛있는 거 사 먹어” 하시며 작은 용돈을 쥐어주셨다. 엄마에게는 큰 돈이다. 그 손길에 담긴 사랑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오늘은 남동생도 세종시에서 엄마를 뵈러 왔다. 대전역까지 나를 태워다 주고, 따뜻한 인사를 남기고 돌아갔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 속에서도 동생의 마음이 느껴졌다. 가족이란 그런 것 같다. 말보다 행동으로, 조용히 서로를 감싸주는 존재.

석교천 길을 걸었다. 아버지와 자주 걸었던 그 길. 이제 아버지는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그 길 위에서 아버지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그 고요한 풍경 속에서, 나는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살아냈다.

삶은 때때로 낙상처럼 갑작스럽고 아프지만, 그 속에서도 사랑은 늘 우리를 감싸고 있다. 오늘 나는 그 사랑을 걸으며, 느끼며,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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