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드로잉 다이어리
패션 드로잉 다이어리
01. 꾸안꾸는 어려워
팬데믹 시대로 인해 외출할 일이 대폭 줄면서
나의 패션 생활에도 제법 소소한 변화가 찾아왔다.
오래전 드물게 종종 외출을 하던 소중한 날
난 아마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한껏? 멋을 부리고 싶었던 것 같다.
난 차려입은 티가 나는 옷들을 좋아했었다.
어깨가 꼭 들어맞는 재킷이나 꽃무늬가 가득한 블라우스,
아담한 키를 보완해 줄 굽이 있는 구두를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편안한 차림이 어울리는 간소한 순간에도
TPO에 맞지 않는 어색한 차림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야말로 꾸안꾸 아이템들이 내겐 없었던 것.
어느샌가 나에겐 예식장 가는 일보다 동네 뒷산에 놀러 갈 때
혹은 집 앞에 놀러 온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 입을 옷을 고르는 것이
더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남들은 흔히 쉽게도 입는 것 같은 꾸안꾸 패션.
그것이 내겐 가장 어려운 패션 테마가 되었던 것.
최근엔 꾸안꾸를 추구하는 패션 경향성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아니 더 느슨해진 꾸안꾸가 된 것 같달까.
예전에 입던 웬만한 편안한 옷차림도 이젠 좀 과하고 촌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
요즈음 난 꾸안꾸를 연습 중이다.
잘 안 쓰던 볼캡에 티셔츠를 입고 트레이닝팬츠를 입고 외출을 한다.
예전 같음 집 앞 슈퍼 갈 때도 입지 않던 아이템들 이건만
시대가 바뀌니 내 눈도 변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스포티한 트레이닝 룩이 예뻐 보이고 힙해 보인다.
그치만 난 여전히 꽃무늬 블라우스와 롱 스커트도 좋아하는데….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TPO라 했던 유튜브 어떤 스타일리스트의 의견에
마음 깊이 동의하고 있다.
팬데믹 시대에 TPO는 어떤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죽고 아픈 시대에 어울리는 패션에 대해 생각해 본다.
패션은 나를 표현하는 것.
이 시대에 나는 어떤 나를 표현하고 싶은 걸까.
혼자 돋보이는 것이 아닌 타인을 생각하는 패션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