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드로잉 다이어리
타인의 취향 03_패션의 조건
옷차림이란 뭘까.
사람은 왜 스스로의 이미지를 가꾸고 꾸미고 만들려고 할까.
어쩌면 그건 사람 안에 있는 가장 근본적인 예술적 표현인 걸까.
예술은 어쩌면 나를 가꾸는 일에서부터 출발하는 것 같기도.
어떤 방식으로 가꾸는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안 꾸민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꾸안꾸. ‘꾸민 듯 안 꾸민 듯 꾸민’ 느낌으로
내면의 쿨함을 과시하고자 하는 꾸밈.
세상엔 온통 자기를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것만 같다.
동네 길을 걷다가 한 남성을 보았다.
요즘 유행하는 것 같은 형광색 레터링이 적힌 블랙 트레이닝
셋업을 입고 알록달록한 어글리 슈즈, 모던한 디자인의
까만색 백팩을 멘 그는 나름 패션 피플인가 보다.
물론 한눈에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제법 큰 키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머리 크기, 평범한 비율 덕에
난 그의 세련된 트레이닝 룩을 흔한 추리닝 차림으로 오인할 수밖에 없었고
얼핏 산책을 나온 동네 젊은이쯤으로만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은 그는 팬츠 주머니에
양손을 꽂고 통화를 하는 내내 전화기 저쪽에 있을 누군가에게
좀 꾸미고 다니라며 큰 소리로 타박을 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찬찬히 살펴보니 좀 예사롭지 않은 그의 패션,
뭔가 나르시시즘이 묻어나는 당당한 애티튜드…
그는 자기가 정말 잘 입었고 또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흠…
패션은 자신감이란 말이 정말인가 보다.
순간 동네 산책 나온 젊은이가 패션 피플로 보였다.
뭔가 우쭐대며 걷는 뒷모습은 어쩐지 조금 귀엽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