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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Nov 15. 2020

서울 투어 3일 차 익선동의 하루

서울여행 3일째 날

아침에 눈을 뜨고 커튼을 걷으니 한강과 남산이 보이는 뷰가 한눈에 들어온다.  와아!!  여기가 호텔이었구나 탄성이 절로 나온다. 잠들고 호텔이라는 걸 깜박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니 다른 세상이었다. 날마다 삼시세끼 밥 차리는 일상의 잡다한 일을 내려놓고 호사스러운 휴가처럼 즐기고 있다니 낯설고 생소하다. 여하튼 좋다.


 남산타워와 한강을 한참이나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본다.  다수의 서울 사람들은 남산과 한강을 보면서 삶의 여유를 누리고 살고 있지 않을까... 멋진 풍경은 언제나 사람 마음을 들뜨게 해 준다. 날마다 이런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살짝 부러워진다. 부러우면 진다는데...



이 호텔 숙박은 나이가 구십 세이신 회장님 아드님이 뷰가 좋은 룸을 추가 요금을 내고 마련해 놓은 곳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따뜻하다. 다른 사람의 호의로 이렇게 호강을 해도 되나 살짝 민망해진다. 회장님은 집이 광명이라서 먼 거리인데도 우리 불편할까 봐 낮에는 함께 서울 구경을 하시고 밤이 되면 택시를 타고 늦은 시간 광명 집으로 가신다. 귀찮아서 같이 주무실 듯도 한데 그게  아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철저하시다.


침대가 두 개인 방은 넓고 깨끗하다. 호텔방 TV 옆에 걸려 있는 그림도 우리가 좋아하는 전통 한옥그림이 걸려 있어 마치 한옥마을에 와 있는 느낌이다. 아침 식사는 빵과 과일, 차로 간단히 해결하니 간편하고 편해서 좋다. 주부는 집을 떠나면 잡다한 집안일에서 해방을 하게 되니 마음이 한가롭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일과 연관된 일상들의 연속이다. 그래야만 삶이 연결이 된다.



오늘은 요즈음 핫플레이스인 익선동 투어를 하기로 하고 회장님과 만나는 약속 장소로 내려가 기다렸다. 회장님은 그 연세에 집이 먼 곳인데도 시간 약속도 정확히 지키신다. 서울에서 교통수단은 지하철이 빠르고 편리하다. 나는 서울에 오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으니 마음은 가볍지만 반가운 현상은 아니다.


고속 터미널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 3가에서 내려 익선동은 바로다. 나는 지난여름 딸 들과 한 번 와본 곳이다. 그러나 같은 감성을 가진 동년배들끼리 다니는 느낌은 또 다르다.  익선동은 거의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이지만 나이 든 사람도 거부감이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예전 한옥 마을 골목골목을 훼손하지 않고 젊은이들이 새로운 감각으로 예쁘게 꾸며 놓아 멋지고 볼거리들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하다. 우리는 소박하고 운치 있는 거리 풍경을 좋아한다. 모두가 "어머나 예뻐라" 한마디 씩 하면서 사진 찍기에 바쁘다. 나이를 잊고 젊은이들 속에서 우리는 젊은이가 된다. 사람은 생각하는 감정의 세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 처럼 오밀조밀하고 예스러운 곳을  개발을 했으면 어떠했을까, 생각하면 아찔 하다. 개발되지 않은 고향 같은 곳이  남아 있어 정말 다행이다.  예전 살았던 분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세상이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이 좁은 골목에서 정을 나누고 살았을 그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하다. 우리는 옛 조상들의 삶을 소환해 보고  사는 게 풍요로운 정신적 유산일 것이다. 예쁘게 꾸며 놓은 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기분이 좋다.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우리는 이곳저곳을 기웃기웃 구경을 천천히 음미하며 돌아본다.


이곳은 젊은이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물건값도 비싸지 않고 요즘 유행하는 옷도 살 수 있어 좋다. 우리 부회장님은 행사를 할 때마다 예쁘게 세팅하고 회원들 한복을 디자인하는 뛰어난 안목이 있는 분이다. 그 끼가 발동을 하여 옷집에 들어가면 옷을 골라 사람을 변모시켜 놓는다. 꼭 사고야 말도록 유도를 하니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나를 새롭게 변모를 시킨다. 오버에 머플러에 핑크 모자 까지,  심사하는 회장님과 다수가 "good" 하고 손가락을 치켜세우니 안 살 수도 없고, 모르겠다. 언제 변신을 할 거니 싶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입던 옷을 택배로 부쳐 달라 말하고서, 변모한 옷차림으로 익선동을 활보한다. 내 나이 77세' 이건 웃기는 일이 아닌가, 그냥 사람들 유혹에 넘어가는 것도 때론 나쁘지 않다. 어차피 인생은 연극이니까.


거의 점심시간이 되어 돌아다니다가  아까 보아 두었던 간판이 예쁜 '한 그릇' 양식집 앞으로 와보니 아니 벌써 젊은 사람들 줄이 기다랗게 서 있지 않는가. 어쩌나 싶어 우리 사무국장이 줄 서기를 하려니까 가계 주인인지 젊은이가


 " 아니 일찍부터 돌아다니 더니 왜 이제야 오셨어요?  나이 드신 분이 계시니 예약이 안되는데 어디 가셔서 차라도 한잔 하고 계시면 연락하겠습니다." 하면서 상냥하게 안내를 한다. 말씨도 정중하고 친절하게, 정말 고맙고 마음이 따뜻하다. 나이 드셨다고, 워낙 회장님 모습이 젊잖고 참하셔 보는 사람이 호감을 갖는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만 많은 곳에 나이 든 우리들이 돌아다니니 눈여겨보았나 보다.


미담헌 찻집 간판                                                                    찻집내부            

시간을 벌기 위해 간판이 예쁜 '미담헌' 찻집에 들어가 차를 마신다. 안 체는 한옥인 찻집은 전통적인 소품으로 잘 꾸며 놓아 차를 마시는 내내 기분 좋은 분위기에 마음도 편안하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차를 마시면 마음이 전달되어 평온함을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사장님의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더 고맙다. 이곳에 와서 사람들을 대하는 정성스러운 모습에 새삼 공부를 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마음의 거리이다. 온 정성을 다 할 때 진심이 전하여져 감동이 온다.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음식점에서 전화가 왔다. 익선동은 골목이 짧아 바로 옆집이 식당이다. 우리는 식당 앞에 서서 메뉴를 천천히 바라보면서 이 집에서 제일 비싸고 맛있는 메뉴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식당은 젊은 사람만 가득이다.  나이 든 사람은 우리뿐이다. 우리를 배려했는데,  음식을 싼 메뉴를 고르면 메너가 아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회장님 아드님은 계속 연락 온다. " 점심은 드셨어요? 뭘 드셔요, 맛있는 걸로 오신 분들 대접하세요." 어쩌면 아드님 셋이 교대로 안부를 물어 온다.  고맙기도 하지만 회장님은 세상은 참 잘 사시고 성공하셨다. 성공이 큰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자녀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고 주변 사람들 에게도 베풀고 존경을 받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돈도 꼭 알맞게 쓸 줄 알아야 하는 것도 회장님 곁에 있으면 배운다. 돈이란 적당히 쓸 줄 알아야  빛이 나는 걸 알게 되면서.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저승 갈 때 가져가는 것도 아니지만 돈을 잘 쓸 줄 안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꿈같은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만들고 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최선일뿐이다. 사람은 귀한 사람 옆에 있으면 귀한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을,  오늘 다시 알게 된다. 감사한 일이다. 내게 어떤 인연이 곁에 있느냐는 내 삶의 방향을 달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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