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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21. 2020
겨울이 오면 뜨개 질를 합니다
겨울이 오면 수면 머플러를 떠서 따뜻한 정을 나눈다
11월도 거의 지나가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겨울의 찬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나는 추위에 약해서 겨울이 오면 맨 먼저 수면 머플러를 눈에 뜨이는 곳에 찾아 놓아야 마음이 놓인다. 몸에 한기가 느껴지면 언제라도 목을 감싸기 위해서다. 수면 머플러를 목에 두르면 느낌이 포근하고 따뜻해서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날씨가 추운 날은 잘 때도 목을 감싸고 잔다. 그래서일까? 몇 년째 감기에 걸리지 않고 겨울이 지나가고 있어 다행이다.
몇 년 전 우연히 찾아간 동네 뜨개방에서 유행처럼 뜨기 시작한 수면 머플러는 내가 겨울만 되면 지인들에게 선물로 떠주는 제일 선호하는 품목이다. 선물을 받게 될 사람의 성향에 맞는 색을 골라 머플러를 떠주는 재미를 즐기고 있다. 뜨개방에서 다른 사람이 뜨는 색을 보면 예뻐서 뜨고 서로 경쟁을 하듯 색을 골라 가면서 뜨개를 하고 있다.
뜨개방에서는 겨울이 되면 뜨개방 선생님은 회원들과 수면 머플러를 떠서 양로원이나 부모 없는 애들이 머무는 보육원에 보내는 봉사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기에도 너무 흐뭇하다. 사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처럼 따뜻한 나눔을 하고 사는 사람이 있으니 아직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구나 싶어 봉사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인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같은 라인에는 시인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지난봄 심근경색으로 하마터면 세상과 이별할 순간의 고비를 넘기고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 멈췄던 일도 찾아 하게 되고 지금은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실을 뭉텅이로 사다가 그 애들을 위해 머플러를 뜨고 있다. 이 처럼 뜨개는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일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이렇게 많은 머플러를 어떻게 혼자 떠서 줄 생각을 하나." 하고 물 은니 "형님 지난번 내가 죽었으면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겠어요. 살아있으니 하는 거지요." 참 대단한 생각을 하고 산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가치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들은 참 숭고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겨울이 되면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 선물할 뿐 다른 곳에 봉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뜨개질을 해서 선물을 한다는 것은 내 삶의 시간을 선물하는 일이다. 뜨개란 정성과 마음이 담긴 선물로 으뜸이다. 실값도 만만치 않지만 바쁜 요즈음 사람들은 시간을 내어 남을 배려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는 게 모두가 바쁘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옆에 있는 가족이나 모든 사회적 연결망이 나를 돕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살아간다. 생각하면 감사하고 고맙기 그지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작은 울타리 안에서 주변을 살피고 살뿐이다. 나는 내 자리에서 열심히 살며 다른 사람에게 페가 되지 않도록 살려고 노력을 한다. 나와 연결된 지인과 반경이 넓지 않은 삶을 살 뿐이다.
수면 머플러를 완성하려면 하루의 시간이 꼬박 걸린다. 나는 뜨개를 하거나 수를 놓을 때 선물할 사람과 마음을 나눈다. 나 혼자서 만이 그 사람에 대한 여러 추억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한 올 한 올 뜨개질을 하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가 선물해 주는 그분들의 마음에 사랑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뜨개질을 한다.
뜨개질을 하는 순간은 선물을 받을 사람의 존재가 내 마은 안으로 들어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면 머플러를 뜨고 있다. 겨울이 오면 머플러가 주는 따뜻함을 알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가족들과 지인들 머플러를 많이 뜨개를 해서 선물했었다. 주변에 고마운 사람이 있으면 머플러 선물할 생각부터 하게 된다.
지난달 책을 출간하고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졌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책을 사 주고 내 삶을 응원해 줄 때 마음이 울컥하고 감사함이 몰려온다.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다. 무엇으로 작은 정성을 보답할까 궁리를 하다가 수면 머플러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실을 사고 뜨개를 하기 시작했다. 바쁜 시간을 나누어 가면서.
엊그제 그림일기를 지도를 해주는 작가님이 군산 그림책 앤에 강연을 하려 내려오셨다. 잘 됐다 싶어 카톡으로 살짝 " 작가님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물어보니 "와인 색인데요" 대답을 듣고 머물러를 떠서 강의 오신 날 목에 걸어 들였더니 엄청 좋아하셨다. 나는 선물을 받은 상대가 좋아하는 순간을 즐기려 뜨개를 하는 것 같다. 그 순간이 기쁘다.
와인색 수면 머플러
요즈음 나는 엄청 바쁘다. 해야 할 일이 많아 나의 손길을 기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개를 하는 이유는 사람으로서 정을 나누는 도리와 따뜻함을 나누기 위해서다.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나누는 것이 더 의미 있고 기쁜 일이라 믿는다. 훗날 내가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움직일 수 없으면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나는 더 열심히 뜨개를 해서 선물을 한다. 날마다 삶의 길이는 짧아만 지고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애틋하다.
내가 뜨개를 즐기는 것은 뜨게 옷 니트를 무척 좋아한다. 사 입으려 해도 몸에 맞는 옷이 마땅치가 않다.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없거나, 그런 상황이다 보니 아예 내가 직접 뜨개 옷을 떠 입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수년 전부터, 그런 연유로 자연스럽게 가족들 옷도 필요한 사람에게는 하나 둘 떠 주게 되었다.
겨울,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 밖에 나가지 않고 즐기는 일 중 하나가 뜨개질이다. 음악을 듣고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뜨개질로 좋아하는 옷들을 만들고 감사한 분들에게 마음을 나누는 것은 내 삶의 기쁨을 누리는 일 중에 하나다.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있다면 나누어야 빛이 나고 세상과 연결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