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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Dec 02. 2020

중국에서 사위가 돌아왔다

중국 생활을 정리하고 이삿짐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왔다

셋째 딸은 결혼하고 20년째 중국에서 살아왔다. 지난 12월 겨울 방학 때 아이들과 잠깐 한국에 다니러 와서 코로나로 발이 묶여 지금까지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곧바로 가족을 만나 함께 들어가기 위해 구정 즈음 들어왔던 사위 역시 똑같은 상황이 되어서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1월부터 코로나 19가 발발하기 시작하고 중국에서는 철저하게  입국을 금하고 있었다. 딸네 가족은 중국이 삶의 터전이었지만 돌아갈 수 없었다. 행여나 하고 기다림의 시간은 길고 지루한 날들이었다.  코로나라는 감염병 앞에 그저 인간 무력할 뿐 본인의 의지대로 살아간다는 것은  속절없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살면서 침묵하는 날들이 많았다. 말없이 자기 일에 열중하고서.  사람마다 인내력을 시험이라도 하는 듯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드디어 사위는 9월 중순에야 중국에 들어가 14일을 격리하고 살던 집의 짐을 정리해서 한국에 보내게 되었다. 격리기간 까지 더해서 무려 2개월 반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국에 와서도 14일 또 격리,  어렵고 힘든 날들을 어찌 말로 다 하겠는가. 딸네 가족은 실은 3년 후쯤이면 한국에 돌아와 정착하려 했지만 계획은 완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코로나는 삶의 진로도 바다.


 인생이란 계획대로 살 수만은 없다. 언제 어떤 상황이 찾아올지 모르는 체 살아가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중국 생활을 접 이삿짐을 정리하고 돌아온 사위을 보게 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고 안심이 된다. 중국의 살림을 정리를 못하고 있을 때는 답답했었다. 사람이 살지 않아도 월세는 나가고 생활했던 모든 짐은 그곳에 남겨 놓았으니 마치 가족을 먼 곳에 남겨진 듯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았다.


 중국은 한국과는 이사 시스템이 다르다. 사위 혼자서 많은 살림을 정리하고 짐을 한국에 보내 돌아온 것이다. 문화가 다른 남의 나라에서 20년 삶은 만만치가 않고 힘겨웠을 것이다. 이삿짐을 쌓아 놓고 정리한 사진을 카톡으로 보니 정말 전문가 수준이다.  일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능력이 보인다. 나는 마음이 울컥했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보내 짐 혼자 정리하고 짐을 쌌다


이제는 한국에 정착해서 살게 되니 우리 부부는 든든하고 반갑다. 자녀들이 멀리 있으면 나이 들어 자주 찾아가지도 못하고 멀게만 느껴졌는데 가까이 살게 될 것을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많은 사람들의 삶이 코로나 19로 인해 인생의 진로가 바뀌어지고 현실에 적응하고 살아야만 했다. 내 생각은 사람마다 준비된 사람은 어디 곳에 던 지 귀하게 쓰임을 받으며 잘 살아갈 거란 기대를 해 본다.


요즈음 군산에 코로나 확진자가 지난번 1차 때 달리 많이 나오고 염려가 된다. 사람 사는 세상이 두렵기도 하고 날마다 일상이 긴장의 연속이다. 학원 선생님을 하던 딸이 휴강을 하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모두가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한다. 손자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집에서 받고 있는 중이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조심하는 도리뿐이 없기 때문이다.


마침 사위는 가족이 쉬고 있을 때 한국에 들어와 14일간 격리를 끝내고 한 달음에 군산에 내려왔다. 손자는 달려가 매달리고 볼을 비비며 아빠 부르는 모습을 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가족이란 삶의 의미 자체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견디는 힘을 주는 게 가족인 듯하다.


코로나 19로 삶이 바뀌고 힘들지만 또 다른 정신적인 것을 얻는 것도 있다.  서로가 소중함도 알고 어려움을 견뎌내는 인내심도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지침이 되는 많은 부분을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도 어쩌면 코로나 19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을 한다.  


삶이 더 단단해졌다. 그동안 물랐던 숨어 있던 재능도 찾고 새롭게 살아가는 날들을 꿈꾸어 본다. 딸네 가족은.

나는 신께 감사한다. 사위가 우리 가족의 귀한 인연으로 오게 된 것을. 세상 어느 곳에도 없을 사람.


"당신의 행복한 세상은 어디인가?

당신의 생사가 있고 당신이 발 딛고 있는 지금 이곳이다."  오늘 아침 친구에게서 온 카톡 글이 맞다. 내가 행복한 곳은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이 행복이요 옆에 사랑하는 가족이 무탈 함이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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