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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Dec 03. 2020

삶은 때론 쉼이 필요하다

중국에 갔던 사위가 돌아왔다. 코로나로 힘든 가족과 쉬어가기

은  중국에서 수고하고 돌아온 남편과 본인에게도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인지 군산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자꾸 불어나고 불안하다. 지난 1차 코로나 때  다른 곳에는 확진자가 많아도 군산은 한 두 명 만 확진자가 나올 뿐 청정 지역이라  했었는데 이번 경우는 지난번과는 사뭇 다르다. 정확한 진원지도 모르는 불특정인에게서 전염이 되고 있어 더 염려스럽다.  하루에 7명~ 9명 자꾸 불어나고 현제 환자 수는 94명이나 된다.


 영어 학원에 강의를 하는 딸이 휴강을 했다.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군산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다. 딸은 그동안 바쁜 일정으로 시간을 쪼개여  뛰어다닐 정도로 바빴다. 너무 바빠 차려주는 밥도 마음 놓고 먹기 힘든 날들이 많았다. 그런 모습은 바라보는 마음이 때론  안쓰러워 마음이 짠해지는 게 엄마 마음이다.


사람이 몸에 피곤이 쌓이면 아프게 된다. 때론 쉼 가져야 몸이 회복될 수 있다. 사위는 중국에서 돌아와 본가에서 격리끝내고  어제 군산에 내려왔다. 딸도 요즘 하던 과외도 쉬고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여유롭고 보기가 좋다. 부엌에 들어와 요리도 하고, 나는 생전 보지도 못한 퓨전 요리를 딸은 뚝딱 해서 근사하게  상을  차려낸다. 깜짝 놀랐다. '딸이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었구나' 생각하며 놀라웠다. 맨날 내가 해서 먹는 밥만 먹다  차려준 밥을 먹으니 그것도 괜찮다. 그동안 딸은 거의 부엌을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들어올 시간이 없었다.


 사람 사는 일은 항상 어려운 일이 있으면 또 다른 좋은 일도 있는 게 세상사는 일인 듯하다. 일상을 힘들게 살지 않으려면 삶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루  자기의 일상을 잘 짜서 어렵지 않게 단순한 방향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드니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싫다. 간소하고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 삶에 모든 부분에 있어서, 특히 나이 들면 인간관계부터 정리해야 마음의 번잡함이 없고  정신이 맑아야 마음이 편안하다.


사위는 중국에 들어가면서부터 여러 가지 불편함과 격리 생활로 갇혀 있었는데  집에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딸은 고심 끝에 어렵게 아빠에게 허락을 받고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곳을 골라  하 쉬 오기로 했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숙소를 예약하고서.


 우리 부부와 딸네 가족은 새만금 바다 위를 시원스럽게 달린다. 군산은 작은 도시지만 새만금 바닷길을 달리면 답답한 마음이 풀리도록 시원하다. 자유와 해방감은 느낀다. 길 양 옆으로 바다가 보여서 더 그렇다.  숙소에 가기 전 부안 격포에 먼저  도착하니 바람은 많이 불고 바다는 성난 파도만 넘실댄다. 마치 요즈음 우리들 삶의 모습처럼 을씨년스럽고 춥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 하지만 추위는 싫다. 햇볕마저 구름에 가리어져  마음이 스산다.

 

이런 날에도 사람들은 답답했는지 바다 구경 나온 사람은  보인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자는 밀려오는 파도와 발맞추기를 하며 즐거워하고. 우리는 길거리 할아버지가 파는 군밤도 사 먹고 소소한 일상을 즐긴다.  산다는 건 별스런 일이 아니다. 작은 일도 좋은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은 즐겁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그리움을 녹여내는 일은  함께 하는 시간 만으로도 충만하다.


                                                     파도를 바라보고 서 있는 손자


격포는 예전 모습이 아니다. 날이 추워서 일까?  밀물 때라서 그럴까,  모래사장도 안 보이고 책처럼 쌓인 돌바위도 보이 지를 않는다.  좌판을 놓고 멍게랑 해삼과 소주를 팔던 아주머니 들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코로나는 우리 삶의 낭만도 다 앗아가 버렸다.


정말 사람을 보아도 두려워하면서 피하고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은 아니다. 자꾸만 사람과 멀어지고 세상사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면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소주잔이라도 기울이는 따뜻한 인정은 어디로 갔는지 세상 사는 게 너무 재미없다.


격포를 금방 보고서 모항이 있는 바닷가 길을 달리면 바다의 끝없는 수평선과 구름 속에 숨어 있던  햇살은 바다 위에 곱게 내려  비추고 그 모습이  아름답고 딴 나라에 온 느낌이다.  차를 몰고 가다가 모래톱과 경치가 예뻐 바닷가 쪽으로 내려왔다. 바다가 보이는  경치가 좋은 곳에는 수련원 건물이 우뚝 서 있다.

 

                                     구름 속에 햇살이 바다에 반사하는 모습이 신비하다


바닷가 높은 정자에서 끝없이 넓은 바다의 수 펑선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인간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체 바다는 말이 없고 고요하고 아름답다. 열 살짜리 손자는 아빠와 노는 순간이 천국이다. 파도가 철석이는 바닷가를 뛰어다니며 어느덧 대나무  장대를 하나 주어 놀이에 삼매경이다. 사위는 같이 놀아 주고 남편은 예쁜 조약돌 줍기에 여념이 없다.  세 남자는 제각기 자기 놀이에 열중한다.  


모항 해수욕장에서 아빠와 할아버지와                                                                          모항 갯벌 체험장 푯말


사람의 모습은 하나도 없고 조용해서 다행이다. 오직 들리는 것은 파도 소리와 바람소리와 손자가 아빠를 부르며 깔깔대는 웃음소리뿐이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참 가족의 소중함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사위는 연신 " 어머니 참 예쁜 곳이네요." 하면서 좋아한다. 그동안 창살 없는 감옥처럼 격리 생활이 힘들었을 것이다. 부안 격포에서 모항 쪽 해변길은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드라이브 코스로 아주 운치 있고 예쁜 해변도로다.


잠깐 달려 곰소 염전을 찾았다. 일제 말기에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천일염 생산지 인 곳이다. 겨울이라서 찾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염전은 4월에서 10월까지만 소금을 만든다고 한다. 소금을 만들 사진을 찍으면 볼리비아 우유니는 아니지만 풍경이 제법 멋진 곳이 라는데 아쉽다. 일제시대 때부터 있었다는 건물 사진만 찍고 돌아 나왔다.


곰소 염전 건물 ( 일정시대에 지어진 건물)                      학생들이 견학 와서 타일에 그림을 그려 전시해 놓았다


 염전 바로 길만 건너면 부안에서 유명한 슬지 제소가 있다. 오직 딸만을 위해 만들었다는 빵집은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곳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인데  오늘은 코로나로 사람의 줄이 없다. 드문 드문 사람이 보일뿐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고 앉았다.  부안에서 나는 밀로만 만들었다는 찐방은 많이 달지 않고 우리 입맛에 맞았다.

솔지 제빵소 찐빵                                                                   곰소 염전이 보이는 솔지 제빵소 이층 베란다에서

              

내부는 카페처럼 예쁘게 꾸며 놓았고 이층에서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염전 풍경이 볼만 하다. 지금은 겨울이라서 쓸쓸하지만 다른 계절에 오면 볼거리들이 있을 것 같다. 이곳은 곰소라서 젓갈 상가들이 줄지어 있.  곰소는 소금보다도  젓갈이 더 유명한 곳이다. 관광철에는 관광차가 수없이 들어와 사람들이 젓갈을 사 가던  곳이다. 그러나 오늘은 사람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코로나는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손자와 나는 저녁에 숙소에서 먹을 오징어 젓갈을 하나 사 들고 돌아 나왔다. 구경을 다니면  물건을 사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


사람이 사는 순간은 오늘이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다. 날마다 쉼도 없이 일만 하고 산다면 답답하고 정서적으로 피폐할 거란 생각을 해본다. 매 순간을 마지막 날처럼 최선을 다 하고 살고 또 즐기는 것도 지혜로운 삶의 방법일 것이다. 삶은 때론 쉼이 필요하다. 쉬면서 자연의 소리도 듣고 마음을 비워내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고  맑은 정신이 된다. 


딸네 가족은 이제 곧 우리와 혜여져 자기들 둥지로 날아갈 것이다.  오늘 우리는  다시 못 올 추억을 남긴다. 바쁘게 살아왔던  딸과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 한국에 돌아온 사위도 쉼을 하면서  삶을 정리해 보는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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