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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Dec 04. 2020

김장을 하는 것은 내 삶의 방식이다

얼마나 오래 김장을 할까 생각하며

 

매년 겨울이 오면 주부의 해야 하는 일중에 큰일이 김장을 하는 일이다. 일 년을 먹을 김치를 담가 김치 냉장고를 채워 놓아야 마음이 든든하고 뿌듯해서 마음이 가뿐하다. 김치는 우리 밥상에 올라온 오랜 전통을 이어온 음식이며 우리 삶과는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김치가 빠진 밥상은 상상이 안 간다. 우리 나이 든 세대는. 한 끼만 김치를 못 먹으면 금방 김치 한 잎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김치를 먹어야 밥이 넘어갈 정도로.


올해도 나는 어김없이 김장을 했다. 40포기나, 이제는 김치는 담그는 일이 자꾸 힘 이달 린다. 나이가 있음인지 일을 할 때는 허리부터 아파오고 몸이 말을 안 듣는다. 김장은 3일 정도는 걸려야 완전히 끝이 난다. 매년 아파트 옆 동에 사는 동생이 와서 거들어 주고 같이 김장을 하게 되어 댜행스럽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김장을 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사실은 우리 부부만 먹으면  김치 두통이면 그만이다.


그러나 딸들도 주고 때론 여름이 되면 내가 즐겨 만드는 김치찜을 해서 지인과도 나누어 먹는 소소한 재미도 있고  사람 사는 정인데, 이제는 사라지는 이웃 간의 정이 되고 말 것 같다. 사람 사는 게  삭막하다. 모두가  개인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듯해서,  나는 예전 삶이 그립다.  김장을 하는 날은 동네잔치였다. 너도나도 모여 장독 뚜껑에 김치를 한 가득 담아 돼지고기 삶아 뜨거운 밥과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더 바랄 것 없는 날이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번거롭다고 하겠지만  엄마들이 모여 밥 먹을 일만 있으면 나는 김치찜을 해 간다. 별것 아닌걸 맛있게 먹을 때 느끼는 기쁨이 더 크다. 앞으로는 코로나 때문에  음식을 같이 나누어 먹는  소박한 일상도 누리지 못할 것 같다. 사람 사는 세상이 자꾸만 변해가고 사람들과 만나는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는 쓸쓸한 우리네 삶이 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결혼해서 함께 살지 않던 셋째 딸이 올해는 같이 생활하게 되면서 김치 담는 번거로움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딸은 바쁜 시간으로 도와 주지는 못하고 하는 말이 " 누가 엄마 김치 담는 법을 전수 하리오.?" 하면서 농담을 던진다. "전수는 무슨 전수? 이제 끝이다" 하고 나는 대답을 하고 만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모두가 바쁘다. 우리처럼 가정에서 애나 키우고 살림만 하는 사람이 드물다. 생활이 그러다 보니 어떨 수 없이 사 먹고 말 것이다. 나는 김치를 사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하고 살아온 세대다. 결혼 후 지금까지 김장을 하고 결혼한 딸까지 김치를 담가 주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세대는 그렇게 살았다. 당연히...


앞으로 돌아오는 세대는 달라지리라 믿는다.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저마다 다르다. 자기의 전문분야가 있고 거의 사회생활을 하고 일을 하기 때문에 김장은 생각도 못하고 살 수뿐이 없는 현실이다. 앞으로는 김치는 김치공장에서 고추장 된장을 사 먹듯이 사 먹고 살 거란 예상을 한다.  시간이 없는 젊은 세대는 상황에 맞게 살아야 할 것 같다. 김장을 못한다고 옳고 그름을 말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그들의 삶이다.


 우리 세대처럼 김치 없으면 밥 못 먹는 사람들도 아니다. 요즈음 우리가 모르는 맛있는 새로운 음식도 많다. 우리 때는 그렇게 살았지만 지금 사람은 다 자기 주어진 데로 사는 게 맞다. 세상을 탓할 필요도 전혀 없다. 나는 나고 그들은 그들이다. 나는 생각을 독립적으로 살기를 마음먹는다. 내 앞에 오는 현실을 현명하게 수용하고 살리라는 다짐을 늘 한다.


나는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김치를 담글 것이다. 내 삶의 방식대로, 힘이 모자라면 못하는 것이고, 상황에 맞게 살려 한다. 마음으로 답답해하지 말고 담담히 살려 한다. 김장을 하는 것은 내 삶의 방식이다. 나는 내 삶의 방식대로 살 것이고 내 삶은 내 것이다. 김장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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