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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Dec 06. 2020

 딸의 랜선 친구 생일 파티

코로나 상황 속에서  랜선으로 친구 생일 파티를 하는 딸을 보며

어젯밤 저녁 무렵 딸이 무얼 준비하는지 분주하다. 친구들과 랜선 파티를 한다고 한다. 랜선 파티? T.V. 옆을 지날 때 본 것 같은데, 직접 옆에서 보게 되다니.. 코로나로 바뀐 생활양상이 우리 일상 곳곳에 확대되는 상황이다. 딸은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생일 축하 카드들도 준비한다.



음악과 함께 영상도 만드는 걸 보니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각자 먹을 것 마실 것을 준비해 컴퓨터 화면 앞에 모인다며 음료와 먹을 것도 챙긴다. 참 모든 게 낯선 풍경이다. 잠시 후 생일 축하노래와 더불어 왁자지껄 웃음과 대화 소리가 들린다. 코로나로 만나지 못했던 이들이 이렇게 소통을 하며, 삶을 나누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거실에서 듣는 나는 생경하고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게 처음 맞이하는 일들이다.


딸과 친구들은 오랫동안 삶은 함께 나누어 왔던 귀한 인연들이다. 가끔이면 만나서 밥도 먹고 맛난걸 먹으로 맛집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는 아주 가까운 친구들, 그런데 코로나로 가까이 살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 여름 한동안 멈칫했던 코로나는 무서운 기세로 확산이 되면서 청정지역이었던 군산도 이번은 예외가 아니다. 날마다 열명 이내로 확진자가 불어나고 있으니 모두가 두렵고 걱정이 되어 사람은 못 만나고 살고 있는 요즈음이다.


딸은 코로나가 발발하기 전에는 친구들과 생일 되면 돌아가면서 카페나 아니면 누구의 집은 선택해서 음식을 나누고 파티를 했다. 서로의 정을 나누고 온기 있는 삶을 충전하고 그 힘으로 삶을 견뎌 내는 원동력이 되는 듯 후일담을 나에게 가끔씩 들려주며 재미있어했었다.


 거실에 앉아 있는데 서재방에서는 시끄럽고 요란한 웃음소리가 그치지를 않는다. 딸은 분명히 혼자인데 여러 사람 말소리는 귀에 익은  친근한 딸 친구들 목소리다.  딸은 거의 30년이 가까운 인연인 친구들이 몇 명 있다. 만나지 못했던 아쉬운 수다를 오래도록 그치지를 않고 있다. 모두가 외롭고 힘들었던 시간이었을 듯하다.


처음에 코로나 발생 시엔 낯선 상황과 경험해 보지 못한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으로 움츠러들기만 한 사람들이 이렇듯 새로운 소통의 일상을 찾아가다니 사람들의 삶에 대한 노력은 끝없이 연구를 하고 도전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이 나오고 있음이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다.


딸아이가 친구들과 랜선 파티를 하는 것 보니 새롭고 재미있기도 하고 한편으로 이런 빠른 세상의 변화 속에서 소외되는 이들에 대한 염려도 생긴다. 더욱이 전자 기계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계층과 나 같은 나이 든 세대들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점점 더 정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져 소외되기 쉽겠구나 싶다.


이제는 모든 일상이 인터넷 예매의 보편화로 실제 현장 구매 할애량이 적어 터미널 같은 곳에서 표가 없어 실랑이가 벌어지는 광경도 본 적이 있다. 이 모두 스피드 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격어가야 하는 과정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 든 노인 세대는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더 외로움과 고독을 견뎌야 하는 현실이다.


딸아이와 친구들의 랜선 생일 파티는 한참 후에야 마무리된 듯하다.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곁에서 경험해 보며

나는 또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딸 덕분에 다른 세대의 삶의 양상도 지켜볼 수 있어 새롭고 재미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두렵다. 자꾸만 변해가는 세상에 대처해야 하는 일들이, 요즈음 모든 일들이 전자기기로 일상생활이 편리해지고 새로워지는 세상을 살아내려면 알아야 한다. 모르면 서럽고 답답하다. 자식들이 맨날 곁에 있어 모든 일을 처리해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도전해야 하는 일이 자꾸 생긴다. 나이 들어가는 내 머리가 수용할지는 몰라도 나는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도전을 꿈꾼다. 내 삶이 다 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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