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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Nov 14. 2020

창경궁 만추의 아름다움

서울 여행 두 번째 글

고속터미널에서 3호선을 타고 안국역은 금방이다. 그곳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서울의 도심의 풍경을 음미하며  창덕궁 앞에 도착을 한다. 오랜만에 걷는 서울 도심 길도 좋다. 사람은 항상 살던 공간이 편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지루하며 답답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며 기운을 얻기도 한다.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11월이지만 날씨는 쾌청하고 늦가을 만끽하기 딱 좋은 날이다.  창덕궁은 가끔 와 보는 곳이지만 계절마다 느낌이 다르다. 궁궐 중에서 아기자기하고 경치가 아름다운 창덕궁은 언제 찾아와도 좋다. 많은 사연이 담겨 있는 곳  우리 전통의 미를 가득 담고 있는 궁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고요해지고 아늑한 느낌을 받곤 한다. 옛 조상들의 지혜가 곳곳에  숨어 있어 공부하기도 알맞은 경치가 좋은 곳이다.


문무백관이 모인 화강암이 깔린 위엄 있는 명정전                                                        회화나무               

                                                                                   

창덕궁은 들어 서자 마자 맨 먼저 마주 하게 되는 커다란 회화나무 2그루가  위풍도 당당히 서 있다.  예전 왕과 신하가 나무 아래 토론을 할 때, 신하들도 임금님 앞에서 자기의 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는 뜻을 가진 나무라 한다. 그래서인지 나뭇가지들이 자유롭게 구불구불 뻗어 있어 재미있게 보였다.


참, 예전에는 나무한 그루 조차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니 흥미 있는 일이다. 우리와 같이 여행하는 문화 해설사 부회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고  이해가  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 보전된 금천교, 창덕궁의 돌다리는 그 아래 비단같이 물이 흐른다 하여 붙여진 다리 이름이다. 아름다운 난간석과 벽사의 의미를 지닌 해태와 거북상도 인상적이고 아름답다. 우리 조상들은 미의식도 뛰어난 감각을 가졌다. 각기 다른 의미의 해태와 거북상도 해학적이고 아름답다.


해가 떠오르는 동쪽의 동궁전                                                                                                       금천교


창덕궁을 옆으로 끼고 우리는 가을 만추를 만나기 위해 창경궁 안으로 들어갔다. 말 그대로 늦가을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곱게 물든 은행나무 단풍나무 모든 나무들의 예쁜 모습을 다 볼 수 있어 너무 아름답다. 일찍이 궁궐에서 이 토록 예쁜 가을을 만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니 기억이 없다. 우리는 자연의 신비에 탄성을 지르며 천천히 걷는다. 아침나절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단풍길을 걷는 운치를 한껏 누리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걸으며 가을과 고궁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린다. 멋진 만추를 가슴 가득 담아 본다. 추억의 기억 창고 안에.


창경궁 후원 단풍                                                                               대비의 침전이 보이는 단풍

                                                   창경궁 단풍 낙엽들


단풍이 사이로 보이는 청경 궁의 여러 궁궐과 단풍 진 나무들이 조화를 이루어 정말 예쁘다는 감탄사만 연발하며 걷는다. 우리 조상의 지혜가 모아진 여러 가지 해시계인 앙부일구도 사진 찍고 아름다운 연못인 춘당지를 천천히 돌아 궁궐의 여러 곳과 단풍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벤치가 앉아 내일이면 추억이 될 사진들은 마음에 담는다. 여행을 멀리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우리 곁에 이처럼 아름다운 풍경과 역사의 현장을 만날 수 있어 우리는 참 복이 많은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 궁궐과 자연은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창경궁 춘당지 연못                                                                                    용마루가 없는 왕의 침전


백 년이 넘는 느티나무와 회화나무                                                                                     구부러진 회화나무              

                                                                                                                                                                         백 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와 회화나무는 혜경궁 홍 씨가 살얼음 판 같은 시절을 정조와 의지하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나무이다.  지아비를 뒤주에 가두어 굶어 죽이려는 시아버지를 보면서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 상황에서 아들 정조와 의지하며 서로 역이어 살았다는 나무의 이야기다.  그 옆에 회화나무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울부짖는 소리에 마음이 아파 나무가 구부러졌다는 징표라고 한다. 두 나무를 보면서 그 시대의 비극의 아픔을 새기며 숙연 해 지며  마음이 아퍼온다.

                                                                       

백송                                                                                             침전

빈양문                                                                                                                    함인정

                                                                                                                                 

빈양문은 명정전 뒤편에 있는 문인데 이문은 국왕의 공적공간인 명정전과 사적 공간인 내전을 연결하는 문이라 한다. 이 문은 왕의 사적 생활공간으로 통제가 엄격히 제한되었다.  그 옆 사진 함인정은 국왕이 신하를 만나고 경연을 하는 곳으로  영조가 문 무과에 합격한 사람들을 이곳에서 접견하기도 했다고 한다. 함인정 처마는 그 곡선의 아름다움이 으뜸이어서 달력의 사진을 찍거나 한복 입은 모델들이 많이 사용하는 곳이라고도 설명해 준다.


창경궁에서는 정조부터 순조까지 조선의 왕실이 이곳에서 태어나고 이곳에서 죽은 사도세자의 혈통이 조선 후기를 이어 나갔다 한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여인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싶다. 나는 예전에 조선 왕비 실록을 읽은 적이 있어 그 이야기들과 가끔씩 보게 된 연속에서 조선 왕과 왕비들의 많은 이야기 들이 생각이 난다.


이해가 곧 저물어 가는 이 늦가을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에 담고 추억을 남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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