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도서관 일이 끝납니다

일 년 가까이 도서관 일을 끝내고 느낀 소회

by 이숙자

도서관 일을 시작한 지 11개월, 한 달이 모자란 일 년을 근무했다. 시니어 일을 하시는 분들은 나이 든 세대라서 추운 겨울 12월은 휴지기처럼 쉬는 달이다. 내가 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할 때는 막연히 수많은 책 속에서 좋아하는 책을 마음껏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설렘이 있었다.


도서과 일이란 단순히 대출 책 바코드를 찍고 반납하는 책 역시 바코드만 찍으면 되는 줄 알았다. 대출증 바코드를 찍으면 컴퓨터에 학생의 학년 반 이름과 책 이름이 컴퓨터 화면에 뜬다. 아무리 생각해도 컴퓨터는 신기하다. 그러하니 도서관 일도 컴퓨터를 조금은 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컴퓨터를 모르면 세상과는 단절이 될 정도로 중요하다.

내가 일 년 동안 근무했던 도서관 내부 내가 근무했던 도서관 내부


도서관 일을 시작하고 곧바로 막연히 생각했던 도서관 일이 만만치 않음을 알았다.


도서관 일은 1월부터 시작이다. 3월이 오고 신학기라서 사서 담당 선생님이 새로 오셨다. 새로운 선생님이 오면서부터 책장에 꽂혀 있는 책 수만 권을 모두 정리해야 했다. 도서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은 여러 분야로 나뉜다. 철학에서부터 종교, 과학, 문학, 역사부터 여러 분야의 책을 번호 순서대로 분류하는 일이다.

작가님 이름 자음 모음 순서로 꼽아 놓아야 하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거운 책을 이리저리 옮겨야 하는 일이기에 상당히 에너지가 소요되는 힘든 작업이다. 책을 정리하는 날 밤이면 손목이 아파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견뎌야 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손목이 유난히 아픈 밤이 오면 이일을 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두어야 하나, 갈등을 하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문제는 일 년 출근하기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그만둔다는 것은 약속을 파기하는 일이다. 무슨 일이던 새로 시작하면 쉬운 일은 없다. 그 일이 익숙하고 숙련이 될 때까지는 힘든다.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으랴. 시간 가면서 적응이 되고 익숙해지는 게 세상일이다.


나는 책을 좋아해서 도서관 일을 신청했기에 차츰 적응하려 노력했다. 아이들을 볼 때면 마치 내 손자 손녀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아이들이 하는 말투, 행동 모든 것 관심을 가지면서 아이들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린 이들의 각각 성향을 알아 가는 일도 소소한 즐거운 일이고 내가 오히려 배우는 일도 있었다. 사람 사는 스승은 우리가 미처 잘 알지 못하는 곳곳에 있다.


도서과 일 2개월이 넘은 다음, 책 분류 작업이 끝나고 요즈음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책 대출과 반납하는 일은 쉬었다. 가끔씩 정리되지 않은 책을 제자리에 꼽는 일과 반납된 책은 제자리를 찾아 꼽아 놓으면 된다. 도서관에서는 어쩌다 한 번씩 학년 별로 내려와 책을 하나 선정해서 작가와 만남을 온라인으로 수업도 가끔이면 한다.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와서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는다. 인사를 잘하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책을 읽고 반납하면서 인사를 잘하는 아이를 보면 그 아이의 인성을 알게 된다. 어떤 아이는 무엇 때문인지 매일 도서관에 와서 책은 읽지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 성향은 모두 다르다. 무언가 불안하고 정서가 안정이 안된 아이, 선생님도 신경을 많이 써 주시고 따뜻하게 안아 주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다. 그 학생은 아마도 사랑이 모자라 마음이 외로워 그럴까? 조금 잘 못하는 일이 있어도 사랑으로 안아 주면 가까이 다가오는 아이들.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랑이 으뜸임을 다시 알게 되었다.


요즈음 아이들은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집에서 거의 혼자 자라는 경우가 많아 그럴 수도 있다. 하여튼 우리가 제제하기는 어렵다. 그냥 뛰어다니고 큰소리치고 도서관이란 곳을 잊고 친구들과 마음대로 떠들고 다닌다. 그럴 때 야단을 치고 싶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더욱이 우리는 담당 선생님도 아니다. 우리는 정해진 시간 도서관에서 일을 하면 된다.


공부하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은 물론이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가까이하면서 선한 영양력을 받아 인성이 바른 아이들로 자라 주면 좋겠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행복이란 삶을 원하다. 행복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감정에서 오는 거다. 11월을 보내고 곧 12월이 가고 나면 한 해가 마무리된다. 올 한 해 내가 원했던 책과 함께하는 도서관 일을 마치며 행복의 조각하나를 내 삶의 서랍 안에 쌓아놓았다. 수고했고 즐거운 날이었다고 나에게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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