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목욕탕을 가려고 집 밖을 나섰다. 날씨가 약간 쌀쌀하고 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뒤늦게 물든 은행나무 가지에 매달린체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내가 보기에도 땅에 떨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 같았다. 아직은 생의 끝자락을 붙들고 나무에 매달려 있고 싶은 모습이다.
어차피 때가 되면 나뭇잎은 떨어지고 빈 가지로 겨울에게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하는 게 나무의 숙명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내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잎 두잎 떨어지는 나뭇잎, 자기 삶을 온통 불태우고 찬란하게 사라지는 것, 나그네처럼 살다가 빈손으로 떠나는 것이 인생이다.
바쁠 때는 주변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해야 할 일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행사가 많았던 10월은 지나갔다. 해야 할 일이 많아 마음이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은 마음의 긴장을 풀게 해 주었다. 시간은 모든 것은 해결해 준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다 지나가리라'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시간이 가면 다 지나가게 되어있다.
어느 사이 계절이 바뀌어 11월도 다 가고 마지막 달 12월이 기다린다.
김장까지 마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올해 할 일을 다 마친 것 같이 어깨가 가볍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마이 뉴스'에 김장 한 소감을 글로 써서 송고했는데 '오마이 뉴스' 메인에 올라왔다. 예상도 못한 일인데 어째 이런 일이... 남편과 김장하면서 느낀 별스럽지 않은 글이다. 브런치에도 글을 올렸는데 조회수가 마구 올라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나도 모르게 자꾸 폰을 열어 보고 확인을 했다.
나는 오마이 뉴스 기자로 활동한 지 올해로 4년 차다. 작지만 원고료가 있어 채택이 되면 좋다.
오마이 뉴스 앱을 열고 매인에 올라온 글과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거실에서 티브이 보는 남편을 부르며 소리를 쳤다. "여보, 여보와 보세요?" 별스럽지 않은 일에 나는 호들갑이다.
나는 소소한 우리 부부 일상에 감사한다. 이 나이에 글을 쓰고 이런 축복을 받고 살다니, 매일 살아가는 일상이 눈물겹게 고맙다.
브런치 글이 조회수가 마구 올라가고 있다. 이게 웬일인지 나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평소에 가까운 이웃 작가님은 물론 모르는 작기님도 내 방에 오시어 글을 읽어 주시고 댓글도 많이 달아 주시고 구독자도 많이 늘었다. 무엇 때문 일까? 그게 의아하다.
드디어 오늘 조회수 만회를 찍었다. "이 글을 읽는 작가님들 자랑 같아 살짝 미안합니다." 그저 놀랍고 감사해서 가슴이 뭉클하고 이 고마운 마음을 어찌 전해야 하나 싶었다. 저를 응원해 주시는 "작가님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모든 작가님들 축복합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그뿐이랍니다.
어젠 2주간 쉬었던 시 낭송 모임에 가야 하는 날이다. 작은 것이라도 이 기쁨을 나누어 야 할 것 같았다. 누구나 좋아하는 왕만두 25개 두 박스를 37.000원을 지출하고 빵집에서 주문한 따끈한 만두를 찾아 공연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작은 돈이라도 같이 나눌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하다. 김장을 하고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아 나눔을 한다.
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또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가 나를 풍요롭게 해 주는 것 같다. 더 열심히 살아보라는 신호를 보내 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 온다. 어제 하루 종일 마음이 풍선을 달고 하늘 위를 날고 있는 느낌으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