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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an 02. 2024

새해 계획은 90세 가까운 남편과 노는 것

갑진년 새해다. 어제와 똑같은 날인 듯하지만 달력의 숫자는 어김없이 2024년 1월 1일이다. 해가 바뀌면 언제나 하고 싶은 일을 해보려 새롭게 계획을 세우곤 한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계획한 대로 살지 못하지만 계획을 세우기라도 해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홀가분하다.


매년 한 살 더 먹게 되면서 지난해 살아왔던 날들을 뒤돌아본다. 너무 바쁘게 동당거리고 살아왔던 날들, 어느 날은 숨이 차서 나 왜 이렇게 살지, 하면서 삶의 괘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쫓기듯 바쁘게 사는 게 힘겨웠다. 사람은 나이에 맞는 속도가 있다. 그 속도에 발을 맞추지 않으면 탈이 나고 만다. 


문제는 욕심이다.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하고 틈을 내지 않고 꽉 짜인 삶을 살려고 했다. 가는 시간이 아쉽다는 말을 늘 혼잣말처럼 나에게 최면은 걸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늘 바빴다. 노년의 삶을 거부하며 청춘처럼 동분 서주 하면서 사는 게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


기회는 항상 오는 게 아니다. 삶이란 일기 일회 이므로 다 때가 있는 거라 말하면서.  

  

새해가 되면서 삶의 목표를 다시 세워야 했다. 내가 지금 절실하고 소중한 건 무엇일까? 


올해, 내 나이 팔십 고개를 넘었다. 남편 나이는 팔십을 훨씬 넘어 구십을 향해 가고 있는 나이다. 보통 나이가 아닌 우리 부부, 남편이 지금까지 곁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감사하다고, 매일이 축제라고 말하면서 살아왔다. 축제가 별것인가, 내가 행복하고 만족한 삶이면 축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언제 어디에 있든 내가 전화만 하면 달려와 주는 남편, 내가 어디를 가든 남편은 나의 운전기사가 되어준다. 물론 그런 일은 택시를 타면 되는 일이지만, 남편의 자리는 나에게는 큰 거목이다. 세상 모든 풍파를 막아 주는 남편, 경제적으로도 나에게 아무 걱정도 없이 살게 해 준 것도 남편 몫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언제나 말없이 응원해 준다.


어쩌다 시니어 클럽일을 4년 동안 했다. 3년은 꽃 그림을 그렸고, 일 년은 학교 도서관 사서 일을 하면서 책과 함께한 경험도 나에게는 특별했다. 그동안 그렸던 꽃 그림을 모아 에세이 집 책 출간도 했기에 그냥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은 아니었다. 4년 동안 남편은 나를 출근시키고 집으로 퇴근시켜 주고 많이 고생했다. 이만하면 됐다. 


지난해를 끝으로 시니어 일은 마치려 한다. 


내가 밖에 나가 있는 동안은 남편은 항상 혼자였다. 남편이 좋아하는 일상은 집안을 깨끗이 해 놓고 반려식물을 키우는 일이다. 무얼 좀 하시라 해도 본인이 마다 하시니 그것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철저히 자기 관리를 잘하시니 다행이다. 자기 자신보다 언제나 가족 일이 우선인 사람.


새해가 오기 전 어느 날 생각하니 정신이 번뜩 들었다. 이토록 나이 많은 우리 부부는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일인데, 둘만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추억도 쌓고 가슴에 사랑하는 마음 가득 담고 이 세상을 이별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려 한다. 제일 중요한 일은 남편 건강을 위해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의 편이라 해서 남편이라 부른다는 말을 듣고 공감할 때가 있다. 오랜 세월을 살면서 남편과 어찌 좋을 수만 있겠는가, 그렇지만 마음을 내려놓으면 힘듬도 넘어갈 수 있었다. 남편과 살아온 세월이 반세기가 넘은 55차다.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져 주고 상대가 말할 때 긍정을 하면 싸움으로 넘어가는 일이 없어진다는 요령도 알았다.


 누구나 사람은 살아가는 목표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남자들은 매우 단순한 사고를 가진 구조다. 조금만 내려놓고 상대를 존중해 주면 평화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오랜동안 살아온 내 경험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도 중요 하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기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남녀가 같이 가정을 잘 이끄는 방법이기도 하다.


올 한 해 나의 목표는 남편에게 몰입하며 추억을 쌓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잘 바라보고 세심히 살펴야 한다. 나에게는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으니까. 훗날 후회가 없도록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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