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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an 09. 2024

노후자금 쪼개 자녀 주는 노인들? 빈곤이 무섭다

현대는 100세 시대라고 말들을 한다. 사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100세까지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의료 시설이 발전하고 건강 보험 혜택으로 병원에 다니기 쉬워지기는 했지만, 노인들이 100세를 넘겨 산다는 것이 정말 좋은 일이기만 한지를 한번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당장 우리 집만도 그렇다. 남편은 올해 87세, 나는 81세다. 예전을 생각하면 진즉에 세상을 떠나 먼 곳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다. 남편이 직장 다닐 땐 직원이 몇 명 되지 않아 연금도 넣을 수 없었기에 직장을 그만두고 난 후부터 지금 우리 집은 연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살고 있다.


남편은 워낙 검소하고 성실해서 가족에게 궁색한 생활을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했다. 자녀들 네 명을 결혼시키고  지금은 그럭저럭 절약하며 생활에 크게 불현 하지는 않다. 다행히 도와 달라고 손 벌리는 자식이 없다는 것도 생각하면 감사하고 고맙다. 오히려 적은 금액이라도 자식들이 건네주는 용돈을 요긴하게 받아 쓰고 있다.


지금은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서울에 살면서 집을 산다는 것은 특별한 직장 아니고 부모 도움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대출도 해야 한다. 그래서 몇 년 전 결혼한 우리 집 막내딸도 아이를 낳지 않고 살고 있다. 아파트를 샀기에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아이 낳으면 직장도 못 다니고 또 교육비가 부담되어 그런다고 하니 정말 마음은 아프지만 아이 낳으라 재촉도 못한다. 아니면 우리가 대출금이라도 갚아 주면 모르지만 그런 능력은 우리도 없다.


나이 든 부모는 숨이 차다.


지금 우리나라 젊은이에게 처한 현실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얼마간 노후자금을 나누어 주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나이 든 부모는 숨이 차다. 어찌 됐든 우리 부모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운동도 하면서 자기 건강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자기들 살기도 바쁜 세상에 나이 든 부모 노후를 책임지는 자식은 거의 없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우리 노인세대도 자식 낳아 기르고 사회에 공헌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다. 그러나 여러 여건으로 노후자금을 충분히 마련해 놓은 사람들은 그 수가 많지 않다. 다행여 좋은 직장으로 연금을 받는 사람들은 제외되지만 빈곤층 노인세대들이 의외로 많다. 노인들도 자식에게 도움 받지 않고 자력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이 없을 테지만 사람 사는 일이 어디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4년 전 나는 지인 소개를 통해 어쩌다 시니어클럽 노인일자리에서 일을 하다가 지난해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신나게 즐거운 마음으로 시니어클럽에서 일을 하면서 자녀들에게 자랑도 했다. 활기도 있었다. 이전에는 무료하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심심했는데 시니어 일자리를 나가면서 사람들과 소통도 하고 용돈을 벌어 쓴다는 생각에 은근히 자존감도 높아졌다.


그건 남편이 있어서 가능했었다. 언제나 차로 출근, 퇴근을 도와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건강하다고 자부하면서 살아왔어도, 학교에서 하는 사서 일은 남편 점심을 챙겨 줘야 해서 쉽지 않았다. 오후 1시 출근을 늘 쫓기듯 했다. 어떤 날은 얼마 되지 않는 돈에 내가 이토록 매달리는 것 같아 조금은 힘들었다.  


출근길 학교 근처는 속도 제한 30km라서 남편은 나를 차로 출근 시켜 주면서 13만 원 속도위반 딱지를 끊어야 했다. 급한 마음에 매번 속도위반 딱지를 끊다 보니 도대체 이건 뭐 하는 일인가 싶어졌다. 시니어 일자리는 한 달에 열흘 출근하고 받는 돈은 생각보다 적은 액수다. 돈만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고 활동을 하면 사람들과 소통도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시니어 일을 그만두었다.


해가 갈수록 나이 든 남편의 건강이 예전 같지가 않았다. 내가  지금 가장 소중한  일이 무엇인가.  넘편곁에서  외롭지 않게  추억도  만들고 함께 해야  하는 일. 그 보다  중요한 일이 없다.  그 생각에  내린 결정이다. 남편도 어느 날 나에게 말했다. "시니어 일 그만 하지. 그 말이  맞다 " 맨날 태워다 주고 태우러 오고 그 일도 번거로울 것이다.  


보여줄 수도 없는 순발력


일을 그만두고 해가 바뀌니 마음이 조금은 허전해 온다. 혹여 시니어 일 말고 다른 곳에서 나와 맞는 노인이 할 일이 없나 하고 컴퓨터를 켜 놓고 여기저기 문의를 해 보지만, 80이란 나이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어느 곳은 59세까지 어느 곳은 75세까지였다. 아, 정말 80이란 나이는 쓸모가 전혀 없는 나이인가? 나는 솔직히 나이만 81세지 젊은 사람 못지않은 순발력과 사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부분은 사회에서는 인정이 되지 않는다. 아, 그렇구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나는 마음이 울적하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81세 노인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거부하고 싶은 이 마음을 어찌해야 하는지... 내 조건에 맞추어 일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말한다. 100세 시대란 어쩌면 재앙일 수 있다고 말이다. 빈곤층에 시달리는 노인세대는 예전과는 달리 자녀들에게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현대인 자녀들을 자기들 살아가기도 숨이 차다. 다들 각기 가정이 우선이다. 오히려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캥거루로 살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고 안심을 한다.


내가 4년 동안 시니어클럽 일했던 곳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허리가 굽어 지팡이를 짚고도 일 자리를 찾으러 오고, 남자분들도 말끔한 차림으로 무슨 일이든지 해 보려 찾아와 일자리 신청을 한다. 왕년에 내가 무엇을 했는데, 과거는 잊어야 한다. 과거에 묻혀 살면 어느 곳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나이가 들수록 노인 세대는 빈곤한 이들이 의외로 많다. 옛날에는 자식들이 부모 노후를 책임졌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지금은 아니다. 노인 세대인 우리가 우리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 힘에 겹다. 부모 자식 간의 정도 옛날과는 다른 것 같다. 우리 노인들이 어떻게 지혜롭게 더 살다가 생을 마감할 수 있을지, 그게 숙제다.


이 글은 오마이 뉴스의 '노년 시대의 빈곤이란' 주제 원고 청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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