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고령화 시대를 넘어 초고령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 앞에 나는 어디쯤 서 있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일생은 거부할 수 없는 생로병사를 거치고서야 생을 마친다. 아무리 화려한 삶을 살았던 사람도 나이 들고 병들게 되면 초라해지고 자녀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게 우리 모두의 현실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농경시대는 자녀들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며 함께 살다가 생을 마쳤으나 세상이 많이 발전한 산업사회는 우리의 삶은 더 복잡해졌다. 자녀들은 각기 자기들 삶을 살기 바빠 예전과는 다르고 사는 게 힘겹다. 노년인 우리는 스스로 노후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누가 먼저 갈지는 모르지만 부부란 서로의 간병인이요, 서로의 보호자다.
부부는 인생이란 긴 날들을 같이 살아온 동지 같은 애틋한 관계다. 서로의 삶을 받쳐주는 커다란 나무가 아니었나 가끔 생각해 왔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어느 날 홀연히 떠난 뒤에 후회는 소용없는 일이다. 나는 남편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 세상을 살면서 남편이 내게 선물 해준 이름표인 엄마, 아내, 이 보다 더 큰 선물이 어디 있으랴.
지난해 12월까지 시니어 일을 끝내고 한 달 가까이 집에서 함께 보내면서 남편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워 고민이 되었다. 밖에 외출도 잘 안 하시고 집에만 계셔서 그럴까, 활력이 없으시고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신다.
말수도 줄어들었다.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듯 웃는 일도 줄어들었다.
나이 들면 돈과 명예보다도 건강하고 서로 아껴주는 동반자가 곁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삶이다. 고민 고민을 하다가 집에서 가까운 요양 보호사 교육 과정 학원을 찾아갔다. 새로운 교육이 1월 17일부터 시작한다는교육원 원장님이 말했다.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하고 교육 날짜를 기다렸다.
요양보호사가 되려면 교육을 받고 실습도 하고 시험을 본 뒤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환자를 잘 돌보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은 나라에서 보조금이 하나도 없고 자비로 받아야 한다고 한다. 무려 백만 원이 다 되는 교육비가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이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미룰 수 없었다.
찰나 같은 우리네 삶, 도전이란 나와의 싸움이요, 용기일 수 있다.
교육받는 요양보호사 교육원 요양 보호 교육받는 교육원
진즉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을 받아놓았어야 했었다. 옆에서 지인들이 같이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자고 권했지만 남의 일처럼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나에게는 상관없는 일로 알았다.
그러나 남편 나이 90이 가까워지면서 몸 여기저기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남편 건강이 변화는 모습에 깜짝 놀라 절실한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 말씀에 나이에 장사 없다는 말에 실감한다.
남편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예전 같지 않다. 원래 워낙 깔끔하고 본인 관리를 철저히 해서 노인답지 않다는 말을 들어왔다. 남편은 나이가 들어도 쉽게 변화지 않을 거란 생각을 했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러나 나이는 못 속인다고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날이 갈수록 남편에게 찾아오는 변화를 바라보면서 때때로 가슴이 덜컥하고 놀랐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면 전혀 이해를 못 하고 한 번 더 큰소리로 또 한 번 또박또박 말을 해 주어야 이해를 하고 알아듣는다. 걸음걸이도 씩씩하지 않았다. 이런 남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화들짝 놀라며 내가 이렇게 내일에 안주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요양보호사 교육은 실기 교육 240시간 실습 80시간 전체 교육 320시간이다. 아침 8시 50분에 시작해서 오후 5시까지 교육받아야 하는 강행군이다. 17일부터 교육이 시작되었다. 아침 8시 40분에 강의실 입실하고 휴대폰 앱에서 출석 체크하고 50분 강의 듣고 10분 쉬고 또 강의 듣고 너무 빡빡한 시간이었다. 하루에 무려 8시간 강의를 듣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요양보호사 강의를 들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요양 보호사 역할이 이 토록 중요한 부분이 많은지 몰랐다. 마치 의대생 강의 듣는 것처럼 사람 몸의 구석구석 장기에 대해서 강의를 듣는다. 꼭 요양보호사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되면 주면 사람들에게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권유를 하고 싶다. 75세 미만은 국가의 보조금으로 교육을 받는다.
첫날 점심은 혼자 먹었지만 둘째 날부터는 여럿이 책상 모아 놓고 먹었다. 아침에 만나면 다시 학생 시절로 돌아온 듯 수업에 열중한다. 그러면서 낯도 익히고 간식도 나누어 먹고 지루함을 달랜다. 강의받는 인원은 30명이지만 중년남자분들도 11명이나 되었다. 남자 요양 보호사도 해야 할 일자리가 많다고 원장님은 말씀하신다. 사회가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요양 보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말에 공감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욕구 사회 문제 위험들을 해결하여 더 높은 삶의 질을 도모하려는 노력이다. 그 일 가운데 요양보호사의 역할 또한 크다."
사회 복지의 개념이란 강의 들으며 고개가 끄적여진다. 지금까지 막연히 알았던 일들, 요양 보호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앞으로 더 많은 걸 공부하게 될 것이다. 요양보호사 교육은 정말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알아야 할 매우 유익한 강의다. 생전 듣지도 못한 전문 용어도 많다. 교육을 받으며 우리 몸의 신비를 아는 기회가 되었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나서야 그 고통의 값이 빛나 듯이 고통 없는 삶이란 너무 무미건조해서 삶의 희열을 알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희망한 목표는 힘이 들어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일도 힘들지만 잘 해낼 것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 점심 챙겨 놓고 도시락 싸가지고 학원으로 달려가학생이 된다.
81세 노인인 나의 도전은 언제까지일까?
아마 건강이 허락하는 한 그럴 것이다. 나는 나이를 잊고 배우고 익히며 살아갈 것이다. 나는 잘 해내리라 믿는다. 그렇게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