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늘 이틀째 눈이 엄청 왔다. 지난번 폭설 때 보다도 더 많이 온 것 같다. 이 처럼 눈이 엄청 왔는데 도무지 아무 감흥이 없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있어 온통 그곳에 생각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했던 때가 언제인가, 차 공부를 하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요양 보호사 교육원은 집에서 걸어 15분 정도면 도착한다. 그러나 눈이 너무 많이 와서 행여 너머 질까 무서워 남편은 걸어가지 못하게 차로 태워다 주었다. 그 많은 눈 속에 사람들은 결석 한번 하지 않는다. 출석률이 좋다. 지각도 못한다. 지각 세 번이면 결석이 한 번이다. 아주 엄격하다.
요즈음 아침마다 남편은 먼저 일어나 내방 노크를 한다. 긴장을 하고 잠들어서 그런지 새벽 몇 시 인지도 모르는 체 눈을 떴다. 거실로 나오니 밖은 캄캄하다. 그러나 나는 아침으로 착각하고 늘 하던 데로 화장실로 가서 양치질을 하고 주방으로 가서 아침 준비를 시작했다. 도시락 반찬으로 어묵을 볶고 묵은지 찜도 다른 그릇에 담아 도시락을 쌌다.
어제 친구와 점심 약속을 하고 도시락을 가지고 가지 않았다. 그러나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움직이기 어려워 약속을 취소했다. 시 낭송 모임도 취소되고 정말 사람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도로는 빙판길이다. 도시락을 가져오지 못해 원장님이 주문해 먹는 백반집에서 나도 주문해 먹었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가래떡과 묵은지 찜
오늘은 나 먹는 데로 원장님 부부 먹을 도시락은 가래떡으로 준비하고 반찬은 묵은지 찜을 작은 찬합에 담아 놓고서 남편이 왜 안 일어나지? 궁금해 안방으로 들어가 " 여보 왜 안 일어나? "하고 살짝 물어보니 "지금 몇 신데? " 그 말을 듣고야 시계를 보았더니 새벽 3시였다.
어머! 이게 웬일이야. 나는 속으로 깜짝 놀라서 그럼 뭐야, 내가 새벽 2시쯤 일어나 아침 준비를 했단 말인가?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지, 나는 너무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시계를 보지도 않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아침밥 준비를 했을까? 정말 누가 알면 치매 환자가 하는 일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다.
나는 너무 놀랐다. 정말 어이가 없어 안방 문을 살짝 닫고 나와 내 방으로 와서 다시 잠을 청했다. 왜 이렇게 주의력이 없나, 곰곰이 생각을 했다. 어젯밤 피곤해서 일찍 잠을 자서 아침이라 착각을 하고 깨었나 싶기도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른 때 같으면 주의력 없다고 한 마디 할 텐데 다행이다.
나는 왜 이런 착각을 했지 , 혼자서 곰곰이 생각을 한다. 다른 때는 밤에 화장실 가기 위해 한 번씩 깰 때 거실 시계를 보고 들어가 다시 잠들곤 했었다. 요양 보호사 교육을 받으면서 일찍 일어나야 해서 남편이 6시 30분쯤이면 내 방 노크를 한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그 시간에 일어나려면 힘겹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견딜 면 하다 생각하면서 일어났다.
아마도 직장 생활하는 젊은 이들은 출근을 하기 위해 이처럼 이른 시간부터 아침을 열 것이다. 새벽같이 일어나고 긴장하고 그러면서 삶을 살아낼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젊은 사람들 살아가는 힘듦을 체험해 본다. 날마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피곤함 속에 이어지는 삶들, 아마도 고달프고 힘든 나날 일 것이다. 나는 오랜 시간도 아닌 6주 동안이기에 곧 지나가겠지만, 힘듦 뒤에 오는 자유가 더 소중함을 알게 될 것이다.
요양사 교육이 정말 만만치 않다. 아침 8시 30분까지 도착해야 해서 출석 체크하고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8시간 수업받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다. 그래도 어쩌랴 시작했으니 끝을 내야지, 시작이 반이라고 어느덧 오늘까지 6일째 출석했다. 2월 말이면 교육은 끝나고 실습은 3월 5일부터 시작해 3월 15일까지다. 19일 시험 보면 완전히 끝난다.
세상사는 일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나는 그때까지 긴장을 해야 한다. 교육이 지난해와 달리 엄청 까다로워졌다 한다. 진즉에 자격증을 땄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같이 공부하는 분들과 대화도 하고 간식도 가지고 와 나누어 먹고 점심시간이면 음식도 나누어 먹으며 강의 시간도 재미있다. 교육받는 분들은 모두가 나보다는 젊은 사람들이다. 나처럼 나이 든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이건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도무지 나도 알 수 없다. 시작을 했으니 열심히 잘해 낼 것이다.
눈이 너무 많이 와 남편은 날마다 매일 출근, 퇴근을 시켜 주고 있다. 남편이 곁에 있어 힘든 일도 용기를 내 힘을 얻는다. 5시에 끝나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면 "이곳이 천국이구나" 하고 외친다. 어려움을 겪고 나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오늘 밤은 새벽에 못다 한 잠 때문에 일찍 자야겠다. 아침 새벽에 일어난 일이 못내 궁금하고 황당하다. 왜, 시간을 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