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여행하며, 설 명절 보내기

가족들 모두가 설 명절 대신 제주 여행 첫째 날

by 이숙자

둘째 딸에게 연락이 왔다. "엄마 우리 제주에 10일 정도 여행을 하려고 해요. 아빠 엄마 비행기 티켓 끊어 보낼 테니 며칠 함께 쉬면서 여행하는 건 어때요.? " 그 말을 듣고 금방 기분이 올라갔다. 그렇지 않아도 겨울 동안 집에만 있어 답답했고 더욱이 요양 보호사 시험 준비로 매일 8시간씩 강의받는 것이 힘들고 지루한 나날이었다. 때 맞추어 딸에게 여행 제안은 보너스라도 받는 느낌이다.


나이 들면 만날 사람이 자꾸 줄어든다. 예전과 달리 이웃 간에 왕래하는 사람도 없어 외롭다. 자식들이 불러 줄 때 거절하지 말고 좋아해 주면 된다. 이유도 달지 말고 대답을 해야 한다. 다음에 라는 말을 하면 그때는 이미 때는 늦는다. 사람 사는 일은 기회가 있다. 그때그때 순간순간을 놓치지 말고 즐겨야 한다.


남편은 원래 잘 움직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어쩌려나 조금은 걱정을 했는데 순수하게 허락을 하신다. 웬일일까? 그게 궁금해 온다. 나는 지금 교육받는 학원 원장님에게 결석 관계를 물어보니 다행히 교육기간 중 4일 정도 결석은 허용이 된다는 말을 듣고서 안심이 되었다.


어떤 목적이든 여행은 흥분과 설렘을 가져다준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고 말은 하지만 여행은 새로운 삶의 일상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영향이 있다. 여행지에서 낯선 다른 사람의 일상을 엿보는 것도 때론 즐겁다. 딸들 카톡방이 카톡, 카톡소리가 요란하다. 둘째 딸만 가려던 여행을 아빠 엄마도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듣고 셋째 딸도 가족도 막내딸도 모두 제주에 모인다는 소식이다.


사실 여행에서 셋째 딸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그만큼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전달하는 달란트를 가지고 있다.


몇 년 전 딸들과 제주 여행할 때도 중국 중경에 살던 셋째 딸은 비행기 표가 없어 홍콩을 거쳐 많은 시간을 기다리면서 제주까지 자정이 다 되어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놀란적이 있다. 아빠 엄마가 가는 곳은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고난을 헤치고 달려오는 딸들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 그리운 사람이 세상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것, 생각하면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며 축복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은 삶이 가슴 벅찬 기쁨이다. 금요일, 셋째 사위까지 합류하면 우리 가족들이 막내 사위만 빼고 다 모인다. 명절에 가족이 다 모이기는 처음일이다. 집으로 모이면 잠자리며 여러 가지가 불편해 한 가족씩 내려왔었다.


와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마음이 바빠 온다. 사위들 좋아하는 아귀찜 준비 갖은양념 챙기고 홍어도 먹을 만한 것 사서 냉동고에 넣어 놓고, 둘째 사위 좋아하는 찐 옥수수도 제법 많은 양을 샀다. 둘째네는 펜션을 얻어 10일 정도 머문다고 하니 먹을 걸 준비를 해야 할 듯했다. 10 식구 삼시 세끼를 사 먹기는 어려울 듯해서 준비하려니 분주하다.


남편은 은행으로 달려가서 손자들 세배 돈을 준비했다. 대학생은 작은 돈이 아니다. 이제 막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 들어가는 막내 손자는 축하금까지, 이런 때 쓰는 돈은 기분 좋은 소비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자들 보면 잊지 않고 용돈을 주어야 한다. 주고 싶고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어 이 또한 기쁘고 흐뭇한 일이다.


자식들 좋아하는 찰밥도 넉넉히 쪘다. 엄마라서 궁상을 떠는지 몰라도 사람이 모이면 먹을 것이 있어야 넉넉한 마음이다.


드디어 만나기로 한 2월 5일 날이다. 오후 5시 15분 비행기라서 챙겨야 할 짐이 많아 짐을 싸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날씨는 흐리고 비가 오고 있다. 아마 봄을 재촉하는 비가 아닌지, 비가 온들 아무 문제가 없다. 언제나 내 곁에는 남편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쁘다.


비행기 타는 일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군산에서 제주 까지는 1시간 남짓 아주 빠른 비행시간이라서 제주 가는 일이 이웃 도시 여행 가는 것처럼 가깝다. 군산 비행장은 제주 가는 사람이 엄청 많은 걸 보고 놀랐다. 비행기 수화물양 무게는 개인 별로 30k다. 그런데 우리 두 사람 수화물 양이 60k가 넘었다. 세상에 무엇이 그리 무거웠을까? 3k 초과라 한다. 운임 3000원 내야 하는데 갈 때는 그냥 보내 드릴 테니 올 때는 초과하지 마세요 하고 웃는다.



비행기는 하늘을 올라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금방 제주다. 비행기는 제주에 내리니 금방 어둠이 짖게 내리고 있었다. 비가 와도 비행장 안은 사람들이 많았다. 둘째 딸과 사위가 마중을 나왔다. 우리는 어두운 밤길을 달려 셋째 딸 숙소를 찾아갔다. 애월에 있는 자그마한 예쁜 숙소다. 대중들의 눈길을 피해 연예인들이 종종 이용한다는 숙소는 분위기 있고 깔끔하고 멋졌다.


요즈음은 핸드폰 앱에서 주소만 치면 어떤 길도 찾아갈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지 생각할수록 놀랍다. 셋째 딸은 밖으로 나와 "웰컴" 하면서 씩씩한 목소리로 환영을 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설레고 기쁜지, 에 들어가니 멀리 바다가 보이고 야자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제주에 온 걸 실감하게 하는 것은 먼저 야자나무다. 바람은 많이 불고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예원 숙소 앞 바닷가

숙소 손님들 맞이하는 서비스 와인 바 창가에 맺힌 빗방울


일단 딸이 안내하는 숙소 바로 올라갔다. 투숙객에게 간단히 먹을 음식과 맥주도 준비되어 있다. 우선 목이 말라 맥주를 한잔하고 나니 갈증이 멎는다. 음악은 잔잔히 흐르고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고 참 멋진 밤이다. 밤이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창가에 앉아 창문에 방울방울 빗방울이 맺혀 있는 모습도 멋져 사진을 찍었다. 가족들과 즐기는 이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않을 것이다.


여행이란 이처럼 다른 느낌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오늘은 세쨋딸이 머무는 바다가 바라보이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자고 내일은 내일의 일정이 있을 것이다. 둘째네는 자기들 숙소로 돌아갔다. 여행이란 낯선 타지에서 예상치 못한 일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기대를 하면서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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