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라고 어느덧 요양 보호사 교육받은 지 한 달이된다. 매일 보는 사람들과 적당히 친숙해지면서 만나면 반갑고 적당히 스킨슙하는 사람도 늘어나게 되었다.
나는 매일 아침이면 도시락을 싸가지고 바쁜 걸음으로 15분쯤 걸어가면 교육장에 도착한다. 강의 실에 들어가면서 씩씩하게 "안녕하세요?" 인사부터 하고 책상에 교재책을 가져다 놓고 마셔야 할 더운물도 준비하고 옆 사람들에게도 다시 한번 눈길을 주면서 미소 짓고 나면 하루가 시작된다.
1교시, 어김없이 우리는 모두 출석앱에 출석을 찍는다. 시작과 끝나는 시간이 정확하다. 10분 동안 쉬는 시간은 유용하게 사용한다. 의자에 오랫동안 앉아있으면 허리도 다리도 아프다. 쉬는 시간은 잠시 다리 운동이라도 하려고 강의실 밖에 걷기를 한다. 걸음 수가 쌓여 오후에는 오천보가 넘어야 안심을 한다. 그 몹쓸 놈의 당뇨 때문에 매일 신경 써야 하는 걷기 운동이다.
산다는 것은 매일 나와의 싸움이다. 고통이라 생각하면 힘들지만 살아있으니 겪어야 하는 일이라고 마음먹으면 이 또한 견딜만하다. 참아 내야지 도리 없다. 인생이란 살아있어 고통도 느끼고 견뎌내야 하는 일이다. 나는 공부하는 시간을 즐긴다. 아마 공부를 평생 하다 생을 마감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며칠 전 발렌 타인 날이었다. 그날은 반장님이 초콜릿을 사가지고 와서 30명 전부에게 돌렸다. 수업하는 문 선생님도 오후 수업시간에 들어 오셔 땅콩이 들어 있는 초콜릿을 두 개씩이나 돌린다. 나는 제일 어른이라고 한 개를 더 받았다. 사실 나는 당뇨가 있어 초코랫을 먹지 않지만 그날은 모르겠다 싶어 한 개 입에 넣으니 달달하고 맛있었다. 달달한 사탕도 돌리는 선생님도 있었다.
어느 날, 정수기 옆에 커피믹스 커피가 잔뜩 있었다. 사무실에서 수강생을 위해 사다 노셨나 궁금했다. 누구냐고 공지를 한 후에야 내 옆자리 남자 선생님이 사다 놓으셨다고 한다. 그러고는 말씀도 없으시다. 그 따뜻한 마음에 깜짝 놀랐다. 우리 곁에 반에는 간호조무사 강의실이 있다. 모두 다 같이 먹으라고 사다 놓은 커피가 특별해 보였다. 따뜻한 마음이 담긴 탓일 것이다. 나는 사실 커피는 안 먹는데 그날 나도 한잔 타서 먹었다. 맛있었다.
점심 도시락과 초콜릿
내 나이 80 평생 발랜타이 날 초콜릿 받기는 처음이었다.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은 점심시간이다. 강의받는 사람이 30명이나 되는 지라 다 함께 먹을 수는 없어 곁에 몇 사람씩 함께 무리 지어 점심을 먹는다. 그러면서 맛있는 반찬은 서로 나누어 먹고 후식도 나누어 먹는 훈훈한 모습을 보면서 참 정스럽다고 느낀다. 이곳에서 강의받는 선생님들 나이는 거의 중년인 사오십대 나이 많은 나는 어디를 가든 왕언니다. 남자선생님들도 12명이나 되어 분위기가 참 따뜻하다.
하루 8시간 힘든 강의지만 따뜻한 정이 있어 즐겁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특별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반에는 선출한 적도 없는데 언제부터 자연스럽게 반장님이라 부르는 분이 있다. 우리 모두가 반장님이라 불러도 거부하지 않는다. 수업시간에는 다른 누구보다 발언을 많이 하시는 분이다. 그렇다고 말을 잘하시는 분도 아니다. 그렇지만 묘하게 사람이 매력 있다. 푸근하고 의리 있고 무슨 일을 해도 앞장서서 주도하려는 따뜻한 분이다.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이제는 얼추 낮을 익히고 정이 들려고 한다. 세월은 참 묘하다. 사람과의 관계도 시간과 함께 정이 들어가고 선생님들 사 생활 입담에 우리는 때때로 폭소하면서 공부를 한다. 나이 들어 공부를 한다는 것은 금방들은 말도 책을 덮으면 잊고 말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일은 즐겁다. 자꾸 듣다 보면 얼마간은 머리에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교재 강의 듣는 시간은 2주 정도 남았고 다음 달 실습 후 시험만 보면 끝난다. 그 후 우리는 어떤 인연으로 남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은 요양 보호사 시험준비를 하면서 만난 특별한 인연은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서람마다 따뜻함이 남아 기분 좋다. 내년 발랜타이에는 아마도 초콜릿 받을 일이 없지 않을까, 미리 조심스럽게 예단해 본다.
세상의 일들은 참으로 깊고도 멀고도 아득하다. 서럽도록 아름답다. 오늘의 삶은 오늘에 있고 내일의 삶은 내일 잘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