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보름, 드디어 필기 교육이 끝났다. 처음 시작 할 때는 정말 막막했다. 아무리 공부하는 걸 좋아 하지만 아침 8시 반부터 교육원에 가서 오후 5시까지 강의 실에 꼬박 앉아 있는 시간은 너무 지루하고 내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만 같았다. 정말 한창나이 고 3 수업이나 다를 바 없었다. 교육 내용은 어찌나 어렵던지,
시작이 반이라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끝이 있는 결과가 오리라 위안을 삼으며 매일을 보냈다.
정말 처음에는 새벽 어두운 시간에 일어나 도시락 싸고 남편 점심준비까지 해 놓고 교육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날들이 힘겨웠다. 젊은 나이도 아닌 80 이 넘은 나이에, 생각할수록 나의 도전은 용감했다. 모르면 용감해진다는 말이 맞다. 내가 그랬다. 모든 일은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 너도 나도 요양보호사 자격증 따는 사람이 많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공부하는 내용은 만만치가 않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선생님들이 강의 시간 사이사이 웃겨 주는 시간은 모두가 폭소를 터트리고 재미있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매일 조금씩 친숙해지고 조그마한 간식이라도 나누어 먹는 즐거움이 더없이 정감이 있었다. 특히 점심시간이 제일 즐거웠다. 각자 가지고 온 도시락을 함께 펼쳐 놓고 먹으면 없는 입맛도 살아나 맛있었다.
점심은 주변 몇 사람씩 함께 무리 지어먹었다. 나는 옆테이블 계시는 분 중국 흑룡강이 있는 곳에 살다 오셨다는 분이 계신다. 어제는 그분이 도시락 먹는 끝날이라고 김밥을 싸 오셨다. 나는 유부초밥을 싸느라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사무실에 계시는 원장님과 부원장님 부부 점심을 준비하고 나누어 먹을 것도 쌌다. 매번 아침이면 일찍 출근해 사무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면 딸 생각이 났다. 얼마나 바쁘고 힘들까.
나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인가 보다. 곁에 간호조무사 강의 실 젊은이들은 점심시간이면 매번 컵라면을 먹는 모습이 안쓰럽다. 밥이라도 많이 해서 김치하고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실천은 못했다. 라면 먹고 힘든 공부를 어찌 견뎌 낼까. 사는 것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이 험한 세상을.
음식이란 나눔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적은 반찬이라도 여기저기에서 나누어 준다. 날마다 후식 과일을 싸 오셔 나누어 주는 분도 계시고 먹는 음식을 나눌 때는 행복하고 즐겁다. 어제 생신이라고 맛있는 엿을 사 오셔 30명에게 돌리는 분도 계시고 내 뒤에 계시는 남자 선생님은 언제나 도시락을 정성껏 싸 오시고 간식도 아주 맛있게 싸 오셔 나눔을 하시는 분이 계셨다. 인상도 따뜻하고 편안하신 분이다.
가지고 오신 사탕홍삼 젤리를 내 가방에 슬쩍 넣어 주신다. 나는 깜짝 놀랐다. 오히려 나를 더 배려해 주시고 친절하게 대해 주셨던 분인데... 홍삼젤리의 무게보다도 마음의 무게가 더 느껴진다. 고맙고 감사하다. 부인이 챙기셨다고 계면쩍어하신다. 선생님 부인을 뵙지는 않았지만 따뜻한 마음에 깊이를 알 수 있음을 미루어 짐작이 간다. 아마도 젤리를 먹을 때면 선생님의 부인 정성과 사랑이 느껴질 것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부부가 사랑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인생의 마무리를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삶의 끝자락 마음 시리지 않도록 사랑하고 배려하고 살아야 할 것 같다. 한 달 보름동안 공부했던 학우들 모습을 마음 안에 담는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잊히질 것 같지 않다. 다정했던 미소마저 아름다운 분들. 내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예전부터 책을 다 공부하고 나면 책거리라는 말이 있다. 어제는 필기 수업이 끝나는 날. 책거리 겸 회식을 하기로 했다. 모임을 주선하는 반장님과 총무님 두 분의 학우들에 대한 애정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한 사람도 빠지는 분이 없었다 모두 모였다. 공부할 때는 조용하던 분들이 어찌 그리 유쾌 한지 나는 깜짝 놀랐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아, 나이란, 나는 혼자 살짝 그 흥겨운 자리를 살짝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혹여 라도 나이 든 내가 그 안에 있으면 불편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어서다. 사람과 좋은 관계는 서로의 배려와 존중속에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