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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Apr 02. 2024

매년 봄, 남편에게 쑥버무리 떡을 선물하는 이유

쑥 버무리 떡에 얽힌 우리들의 이야기

매년 봄이 오면 나 혼자 즐기는 놀이들이 있다. 진달래가 피면 화전을 부치고 해쑥이 나오면 쑥버무리 떡을 찐다. 며칠이면 지고 마는 꽃들과 봄나물들, 그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은 게으름을 피우면 자칫 그 싱그러운 맛을 놓칠 수 있다. 잠깐이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봄이 오면 늘 나는 촉각을 세우고 때를 놓치지 않으려 기다림을 시작한다.


세상 모든 만물에는 때가 있다. 그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부지런을 내면서 살고 있다. 세상을 요만큼 살다 보니 작은 것에 기쁘고 행복을 찾는 순간을 알게 된다. 어쩌면 행복이란 내 주관적이라 말할 수 있지만 욕심을 부린 듯 다 부질없는 일이다. 남과의 삶을 비교하기보다는 나에게 집중하는 삶이 더 귀하고 소중하다.


내 삶의 주인은 오로지 나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 보다 더 깊이 사색하고 나는 나로서 내 길을 걸어갈 수 있어 더 바랄 것이 없다.


이번 계절이 지나면 다음에는 똑같은 날이 아니다. 나는 그 계절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되도록 실행하려고 노력한다. 나에게 봄은 마음 안에 기다려지는 계절이고 그리움의 계절이기도 하다. 겨우내 앙상했던 가지에 꽃들이 피어나고 대지엔 아름다운 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들이 없다. 꽃들과 새로 올라오는 나뭇잎의 봉긋한 새잎을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인들은 왜 세상을 찬란하다고 말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신이 주신 아름다운 계절 봄


  

봄이면 각종 나물도 맛있지만 그중에서도 언제 쑥이 나오나 기다림의 시작이다. 해쑥이 나오면 매년 쑥버무리 떡을 해서 남편에게 봄맛을 선물하고 주변과도 나눔을 한다. 쑥은 우리 몸에 좋은 여러 가지 효능도 있지만 우리나라 개국 설화에 곰이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되었다고 전해 내려오는 만큼 쑥은 신비한 약효를 지닌 식물이다.  


자식 사랑이 남 다르신 시어머님 살아 계실 때는, 봄만 되면 아들이 좋아한다고 들에 나가 쑥을 캐셔 언제나 쑥버무리를 만들어 가져다주셨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봄이면 왠지 모르게 허전했다. 아마도 쑥버무리에 대한 추억이 마음 한편을 시리게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때 나는 내 마음 안에 새겼다. 어머님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남편에게 어머님의 추억과 그리움을 불러낼 수 있는 쑥버무리떡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 처음에는 할 줄 몰라 실패도 했지만 무엇이든지 하다 보면 익숙해진다. 결혼 55년 차인데 모든 것이 익숙해질 때도 되었다.


그 뒤 지금까지, 매해 이른 봄이면 쑥버무리 떡을 쪄서 어머님의 추억과 봄을 남편에게 선물한다.


예전에는 설탕도 넣지 않아 맛이 밍밍한 쑥버무리 떡을 무슨 맛으로 먹나 생각했지만 나에게 당뇨가 오면서 쑥버무리가 담백하고 맛있어졌다. 부부란 오랜 세월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이 생활하면서 닮아간다는 말이 맞다. 취향마저 비슷하려 한다. 어쩌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구니에 쑥을 부어 다듬는다                                어린 해쑥 쑥 다듬기


쑥버무리 떡은 연한 쑥으로 쪄야 맛있다. 쑥이 너무 자라면 쑥 특유의 쓴맛이 나온다.


어제는 서울에 살고 있는 셋째 딸네 가족이 군산에 내려온다는 소리를 듣고 시장에서 쑥을 사 왔다. 아주 연하고 쑥버무리 떡에 알맞은 쑥이 있어 기분이 좋았다. 이왕이면 딸네 가족에게도 고향처럼 푸근한 옛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떡 찌기 전 쌀가루와 쑥을 버무린 모습 떡을 찌기 전 찜 솥에 넣은 모습


 쑥을 다듬기 전에 팥을 넉넉히 삶아 놓고. 아침에 담가 놓은 쌀을 방앗간에 가서 빻아왔다.


쑥버무리 찌는 순서


1. 맵쌀을 담가 4시간 정도 불린다.

2. 연한 쑥을 다듬어 씻어 놓는다.

3. 팥을 삶아 놓는다.

4. 불려 놓은 맵쌀을 방앗간에서 빻아온다.

5. 넓은 그릇에 쑥과 쌀가루와 팥을 넣고 버무린다

6. 찜기에 넣고 찐다.


30분 찌면 김이 나오고 한참 후 젓가락을 찔러보아 마른 가루가 묻지 않으면 쑥버무리 떡이 완성된다. 다 된 쑥버무리를 소분한 뒤 셋째 딸 아파트 앞동에 사시는 사돈댁과 딸네 몫도 챙겼다. 남편은 아침이면 밥 대신 떡을 먹는다. 쑥이 들어간 떡은 봄을 먹는 듯 기분도 상쾌하다.


나이 들면서 나는 다른 물욕에는 관심이 없다. 매일 건강한 하루를 보내고 자연을 즐기는 나날이 내게는 행복의 원천이다. 나눔을 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 더욱 행복하다. 행복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삶은 어쩌면 예술일 수 있다.  내 삶은 내가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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