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이 하늘로 가신지 삼일째, 삼우제를 지내는 날이라서 큰집에 갔다. 주인 잃은 앞마당의 하얀 작약꽃도 왠지 쓸쓸하고 허전하다. 세상의 시간은 여전하고 한결같이 흐르고 있다. 이승을 떠난사람은 떠나고 남은 자들은 또 자기만의 시간표대로 살아간다.
11시에 큰집에 모여 산소에 가자는 조카의 전화가 있었지만 남편과 나는 조금 이른 시간에 큰집에 도착했다.
뽕잎을 땄다.매년 나는 나를 위한 뽕잎차를 만든다.
나는 몇 년 전부터 당뇨가 오기 시작하면서 먹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매일 마시는 차도 마찬가지다. 뽕잎차 효능에는 당뇨에 좋다는 말을 듣고부터 매년 뽕잎차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차 만드는 일도 알맞은 시기가 있다. 모든 것은 시기가 있기에 그때를 놓치면 안 될 건 없지만 가장 적당한 시기를 놓치면 그 싱그러움이 덜하게 된다. 뽕잎차 감잎차는 오월 중순부터 유월 초순까지다. 너무 늦으면 잎이 연하 지를 않고 싱그러운 맛이 덜 하다.
다 때가 있다.
다행히 큰댁 뒤뜰 밭 가장자리에 뽕나무 몇 그루 있다. 매년 그 뽕나무에서 뽕잎을 따다가 뽕잎차를 만든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하면 어렵지만 그 일도 하다 보면 익숙해져 망설임 없이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차 생활을 해 오면서 계절을 맞이하고 자연의 흐름을 알고 산다는 것은 언제나 설렘이다. 매번 같은 재료로 차를 만들지만 맛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시기와 정성, 그리고 만드는 과정이다.
뽕잎도 혼자 따면 힘들 수 있을 텐데 항상 남편이 곁에서 도움을 주니 고마운 일이다. 집에 와서 바구니에 쏟아놓으니 제법 많다. 맨 먼저 줄기와 잎을 분류를 해서 세척을 한 다음 물기를 빼야 한다. 하루가 지난 다음 다시 잎을 하나하나 포개여 가위로 썰어야 한다. 혼자가 아닌 남편과 함께 하니 쉽게 작업할 수 있다.
나이 든 노인의 삶은 자칫 무료할 수 있는 날들이지만, 나는 이렇게 남편과 함께 놀이를 찾아 즐긴다.
남편이 은퇴 후 오랫동안 놀이처럼 차를 만들고 자연을 마주하며 살아왔다.
나무에서 따온 뽕잎 세척해서 자르기
자른 뽕잎을 커다란 프라이 팬에서 덖고 유념하기 잘라 놓은 뽕잎
두 번 덖고 유념해 놓은 뽕잎 차 건조하는 과정
뽕잎차 만들기 순서
1. 뽕잎을 따 온후 나뭇가지 같은 걸 분류한다.
2. 세척을 해서 하루쯤 물기를 뺀다.
3. 뽕잎을 한 잎씩 모아 자른다.
4. 자른 뽕잎은 물기가 마르도록 하룻밤 건조한 후
5. 커다란 프라이팬에 면 장갑을 끼고 덖는다.
6. 덖어서 뜨거울 때 유념을 한다. 유념은 찻잎의 부피를 줄이고
차가 잘 우러나오도록 상처를 내기 위해서다.
7. 습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늘에 펴서 건조를 하면 끝난다.
오늘 만든 뽕잎차, 정성을 다해 만든 차는 언제 마셔도 정겹다. 맛도 싱그럽다.
뽕잎차, 이렇게 정성을 다해 만든 차는 언제 마셔도 정겹다. 맛도 싱그럽다. 이제 즐기기만 하면 된다.
뽕잎차란?
"뽕잎은 상엽, 가지는 상지, 열매인 오디는 상심자, 나무 속껍질은 상백피, 뿌리껍질은 상근피라고 부르며 약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뽕잎은 전통적으로 간과 폐의 열을 내리고 피를 차갑게 하며, 눈을 맑게 하고 폐를 윤택하게 만드는데 효과가 있고 뽕잎차는 독성이 없는 순한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제철에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합니다." 인터넷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