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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ul 05. 2024

세월이 곱게 느껴지는 인흥 마을 문 씨 세거지를 가다

문 씨 뿌리를 찾아서

아침 새벽녘에 그렇게 비가 쏟아지던 빗줄기는 거짓말처럼 말짱하게 개였다. 참 다행이다. 우리는 늦은 브런치를 먹고 차를 마시고 천천히 호텔 체크 아웃 하고서 거제를 떠났다. 오늘은 대구 달성에 있는 인흥마을에 자리한 문 씨 세거지를 찾아 출발했다. 남편 성씨는 남평 문 씨다. 남평 문 씨는 파가 하나 라고 한다. 그런 연유라서 그런지 문 씨만 보면 남편은 각별하게 대한다.


대구 달성 인흥 마을에는 고려말의 충신 문익점의 18대 손 문경호가 19세기 터를 잡아 만든 마을로 현제 조선 말기의 전통 가옥 9채와 재실 1채 정사 1채 문고 1채가 들어서 있다. 대표 건물로는 광거당, 수봉정사 그리고 인수 문고를 들 수 있고 또한 세거지 맞은편에 1866년 세워진 안흥 서원이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가족생활양식의 전형을 볼 수 있는 마을은 잘 보존되어  지금은 대구시 민속 문화재로 지정되어있다 한다. 마을의 민간인 대표 문고로서는 가장 많은 책 이만 권을 소장하고 있다고도 한다. 지금까지도 선대의 생활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고 하니 그저 놀랍다. 


사람은,

"운명을 바꾸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적선을 많이 하거나 선을 하거나 명당에 묘를 쓰거나, 독서를 하는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쉬운 것이 독서를 많이 하는 거라 말한다. 독서를 많이 하면 나쁜 팔자를 좋은 팔 자로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믿음이다." 조용헌의 명문가 이야기 중


내가 수강했던 동양학 강의 중에 명문가 이야기를 쓴 조용헌 교수님 수업을 듣고 문중문씨 남편의 조상에 대해 알고자  언제 한번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래전부터 바라던 곳을 오늘 시동생 부부와 남편과 함께 찾아오니 만감이 교차한다. 문 씨 조상을 둔 남편가족과의 이곳 방문은 특별하다.


인흥 마을에 도착하니 우선 목화밭이 눈에 띈다. 고려 말  문익점 옹은 원나라 서장관으로 사신을 갔다가 붓통 속에 목회씨를 숨겨 가지고 와서 3년간 시험 재배를 한 후 전국에 목화를 재배하여 면포를 보급한 선구자 다.  예전에 그 춥던 겨울 목화솜이 있어 백성들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고즈넉한 흙 담장과 흙길이 정겹다.  지금은 어느 곳을 가나 모두 시멘트 길이다.


흙내음 가득한 토담길을 따라 걷노라면 몇 백 년 그때 시절로 돌아가는 듯 마음마저 고요해진다. 담장 너머 핀 능소화가 그리 아름다울 수 있다니 탄성이 절러 나왔다. 그곳에 가꾸는 텃밭도 주인을 닮아 정갈하다. 정말 마음이 그윽해진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세거지 입구에  가꾸어 놓은 텃밭도 주인의 기를 받아 정갈하고 입구에는 조선 21대 연조왕이 내렸다는 전교를 내렸다는 설명과 함께 문익전 옹의 동상이 있었다.    


세거지 안으로 들어가기 전 연못과 소나무는 가희 멋진 작품이다. 연못에 피어 있는 흰 연꽃도 우리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어느 것 하나도 넘치지 않는 단아한 풍경들이 내 맘을 사로잡는다.



마을 앞으로는 천내천이 흐르고 명당의 기본적인 배산 임수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흙내음 가득한 토담길과 옛 조상들의 슬기로운 삶을 잠시라도 엿보는 듯한 느낌이 실로 감동이다. 남평 문 씨 세거지를 한 바퀴 돌고 나오면 마치 고향에 다녀온 듯 마음이 푸근해진다.


문 씨의 조상들이 이리 현명하다니 문 씨에게 시집오기 잘했다는 생각을 혼자서 해본다. 시동생 부부와 함께한 여행은 소중하다. 문 씨 새 거지 인수 분고 내부를 볼 수 없어 아쉽지만 안흥 마을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 삶의 길잡이가 되어 주신 조상님에게 감사드린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흙담길을 걸으며 세속의 마음이 아닌 고요한 분위기 속에 마음의 사색 공간을 넓혀 주는 같아 이곳 여행은 특별했고 오늘 하루 잘 살았다. 우리의 시간은 계속 흐를 것이며 훗날 우리의 삶의 역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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