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서울에 온후 내 생일을 미리 하자고 딸이 제안을 한다. "그러렴 "라고 대답을 했다. 요즈음 현대인들은 모두가 바쁘다. 딸들 가족 모든 사람들 스케줄 맞추는 것도 신경 써야 하는 일이라는 걸 나는 알기에 딸들이 권하는 데로 맞추어 주는 것이 서로 편하다. 나이 들어 조심해야 하는 것이 고집을 내려놓는 것이다.
딸은 미리 인사동 쪽 전망 좋은 곳에 식사할 곳을 예약을 해 놓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서울에 와 있는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내어 가고 싶은 곳을 다니려 하지만 장마철에다가 다리가 불편하니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갈 수가 없다.
저녁 먹기 전 인사동 금방에 '오설록'을 가기 위해 딸은 미리부터 엄마가 오면 가려고 마음으로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한다. 내 취향을 잘 알기에 평소에 엄마 좋아할 만한 곳을 점찍어 놓는다. 그것도 고마운 일이다. 가족이라고 해도 일 년이면 얼마나 만나고 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면 만날 때마다 그 시간이 귀하다.
오설록 들어가는 입구 이층으로 올라가면 카페처럼 차 마시는 곳
오설록 연구소 안에 나무와 허브식물들 전시해 놓은 화장품들
'오 설록'은 차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국내 화장품을 선도하는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다. 정원에 있는 각종 허브종류를 화장품 만드는 재료로 쓰면서 연구를 하고 있다는 설명을 직원이 한다. 딸이 좋아하는 녹차 하나를 구입하고 우리는 식사를 예약해 놓은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인사동과 인접한 곳이라서 젊은 이들은 쌍쌍이 데이트하는 사람이 많다. 참 좋은 때다.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풋풋하고 좋다.
예약해 놓은 장소는 인사동 바로 초입에 있었다. 12층으로 올라가 뷰를 보니 인사동이 한눈에 보인다. 다도를 하면서 수없이 다녔던 곳, 그러나 지금은 무얼 보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물건도 없다는 것이 마음 한편이 쓸쓸해 온다. 나이 듦이란 무엇이든 의욕이 사라지는 시기라는 것이다. 당연한 삶의 질서다.
셋째 딸 네 가족, 막내딸은 와 있었다. 둘째네 가족과 우리가 도착하니 공간이 꽉 차는 듯하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손자들 셋, 나머지 손자 손녀는 뉴욕에 살고 있어 가족이 모여 함께 할 때 같이 못해 섭섭하다. 남편은 손자들 볼 때마다 용돈 봉투를 챙긴다. 그러므로 할아버지 자리가 빛난다. 가족이 다 모일 때도 남편은 항상 밥값을 쏜다.
우리 집 정해 놓은 규칙이다. 아직도 자식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 감사한 일이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 가족들이 모여 맛있는 것 먹고 정을 나누는 시간이 본인에게 는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라 말씀하시며 형제들 화목하라는 말씀으로 건배사를 한다. 이런 때나 색다른 음식 맛있는 것 먹어야 세상 사는 것이 억울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다.
평소에 먹어 보지 못한 고급진 음식을 가족과 같이 먹을 수 있어 이 또한 감사하다
누구라도 한 가족과 만나면 자녀들이 밥값을 내고 두 집 이상이면 남편이 밥값을 지출한다. 가끔 예외가 있긴 하지만 거의 그 원칙을 지킨다. 부모 자식도 주고받아야 기분이 좋다. 일이 있어 늦게야 도착한 막내 사위는 비를 흠뻑 맞고 들어왔다. 늘 바쁘게 동당거리고 사는 막내사위를 보면 안쓰럽다. 막내라서 더 그럴 것이다.
식사가 끝난 뒤 생일 이벤트를 딸들은 한다. 감사하게 셰프가 생일 축하한다는 글씨를 써서 디저트 선물을 해 주었다. 세상에, 신경 써서 만들어 주신 그분에게도 감사하다. 막내 사위도 늦게야 도착을 하고 서울에 사는 가족이 다 모였다. 가족이 다 모이는 것은 연말이나 아님 가족 행사가 있을 때 모이기 때문에 일 년이면 몇 번 못 본다.
와인 한잔씩 놓고 건배를
가족은 추억을 쌓아가며 사랑은 나누는 관계라서 만나면 서로 마음을 나누며 훈훈하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막내 손자는 손 편지를 주고 딸네 가족 선물은 장난감 총 같은 걸 쏘라 해서 쏘았더니 현금이 우수수 쏟아진다. 가짜 돈과 진짜 돈이 섞여 나온다. 누가 이런 걸 만들었는지 참 기발한 아이디어다.
막내 손자의 손 편지
막내 손주 말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어 저 장가갈 때까지 보세요. 항상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케이크를 놓고 가족사진
참 기특하고 고마운 우리 막내 손자,결혼할 때까지 살면 내 나이 얼마나 될까? 그때는 100살이 넘어야 할 텐데, 손자의 희망 사항은 마음만 받아야 할 것 같다. 손자의 마음이지만 응원과 함께 손 편지가 마음을 따뜻이 데워 준다. 가족과 모이는 생일은 언제까지 일지, 비가 와서 움직일 수가 없어 밥만 먹고 헤어지려니 섭섭해 온다.
가까운 거리도 아닌 곳에서 빗속을 뚫고 모인 가족들, 만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가족과 함께 하는 생일은 언제까지 이어질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차창밖 풍경에 눈길이 간다. 빗줄기에 반사되는 레온싸인 불빛이 찬란하다. 나이 든 나의 삶도 노을이 지듯 천천히 사위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