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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단상

by 이숙자

하늘이 캄캄하다. 마치 해가 저무는 어스름 때처럼 저녁이 온 듯 착각을 할 정도다.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서 금방 장대비가 쏟아진다. 사람들은 꼼짝할 수 없이 아파트라는 네모난 공간에 갇힌 듯 마음이 불편해 온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외출해야 할 일이 있어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나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비는 이제 그만 그쳤으면 좋겠다. 폭우로 인해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있어 염려된다.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장마지만 피해는 반복되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평소에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고 대책을 마련했으면 이런 결과 오지 않았을 것 생각이 든다.


티브이 뉴스만 보고서 발을 동동 구른다. 내가 사는 군산 지역에도 비가 많이 와서 피해를 입은 이웃들이 있다. 지대가 낮은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지없이 비가 많이 오면 피해를 입는다. 비가 한꺼번에 올 때 물이 잘 빠지지 않는 곳에 사는 사람들은 늘 불안해한다. 불안해하는 이웃들에게 피해 없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희망해 본다.


사람 사는 일은 날마다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을 살아 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미세하나마 매일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생각이 다르거나 날마다 살아가는 루틴이 조금은 다름 속에 하루를 보낸다. 하루 시간 중에 내가 가장 중요하고 소중한 일은 무엇일까를 늘 우선순위로 정하고 시간을 보낸다.


비가 오는 날이어도, 날씨가 더운 날이어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해야만 한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을 진데 나는 나를 재촉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행동반경이 좁아지는 당연한 사실이다. 갈데 안 갈데 얼굴을 내놓는 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내 자리가 아닌 자리는 삼가야 한다. 적어도 내 품위는 내가 지키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혼자서 내 서재에서 선풍기 고정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내 감정을 담아 글을 쓰는 순간도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감사한 시간이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시답지 않은 말을 쏟아 내는 것 같지만 그렇게 라도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살고자 내 마음을 다 잡아 본다.


글 쓰는 일이 좋아서 쓰고 있지만 때때로 찾아오는 현타는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목표가 없는 일은 허망하기 때문일까,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하는 만큼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몇 권의 책을 출간해 보았지만 유명한 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책의 판매는 저조하다.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최종적인 목표가 되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각각 다르다.


나는 이제 욕심을 내려놓고 브런치에 글을 써서 올리고 있는 걸 즐긴다. 내 글을 써서 올리는 공간이 있고 이웃작가님들과 삶을 공유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하지, 자칫 노년의 삶이 단조롭고 외로울 수 있는 날들, 글을 쓰며 보낸다는 이 사실에 나는 혼자서 행복하고 즐겁다. 다른 사람 삶에 신경 쓰지 않으며 비교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나는 나로서 사는 것이다.


내 삶은 내가 만들어 가는 것.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음을 나는 알고 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나의 감정들을 사유하며 글을 쓰는 이 시간이 나는 참 좋다. 창문을 열어 놓고 때론 바람과 놀고 때론 창 너머 들려오는 매미우는 소리조차 친근하다. 이 모든 걸 느끼는 것은 살아있어 가능한 일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의 삶의 공간에서 모두가 자기 몫을 다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자식들 키울 때는 늘 긴장하고 치열하게 살았지만 지금은 모든 책임에서 놓여 난 가벼운 시간, 편안해서 참 좋다. 지난 일에 집착할 필요 없다. 또는 앞으로 다가 올 일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내가 집착 한들 또는 걱정 한들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날마다 오늘 하루라는 선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 하면 된다.


가는 세월에 연연 하지 않으려 한다. 행복의 답은 내 마음 안에 있음을 알고 있다. 나이 듦은 비워 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 남편, 남편이 곁에 계셔 감사하다. 나이 들어가면서 시간의 가치를 알 수 있음을 알아 가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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