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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ul 28. 2024

여름날의 일상

여름날, 어느 때는 하늘에서 소나기가 장대비처럼 쏟아지고 어느 때는 거짓말처럼 햇살이 쨍쨍하다. 도무지 요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 밖에 나가면 도로 지면이 뜨겁게 달아 올라 한낮에는 외출하기도 힘든다. 여름이면 의례 그러려니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다른 면으로는 좋은 것도 있으니까.


아침을 먹고 난 뒤  앞 뒤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창너머로 들려오는 매미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여름에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고 기쁘게 생각한다. 매미 우는 소리는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어느 곳에서나 들었던 아련한 추억도 함께 따라온다. 여름을 생각하면 매미 울음이 먼저 떠오른다.


매미의 일생을 몰랐을 땐 시끄러운 소음으로 생각했지만 매미의 일생을 알고부터는 마음을 바꾸었다. 매미 울음이 짝을 찾아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심오한 의미를 알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매미의 울음은 짝을 부르는 사랑의 연가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정말 쉬지 않고  일제히 울어대는 매미 우는 소리가 얼마나 우렁찬지, 귀가 따가울 정도다. 매미들에게는 짝을 찾는 게  절실할 것이다.  그러니 목이 터지라 울어댈 수밖에.


이 세상에 태어나는 생명체의 근원을 들여다보면 쉽게 태어나는 생명은 하나도 없다. 우주 자연 섭리에 따라 눈으로는 다 볼 수 없지만 소리 없이 그들만의 질서에 따라 생명은 태어나고 또 소멸한다. 세상사는 참 오묘하고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글을 쓰면서 예전에는 몰랐던 자연의 흐름을 탐색하는 호기심은 마음에 사색 공간을 넓혀준다. 나는 변하는 사계절이 좋다. 여름이 오면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만큼 낭만이 있고 겨울은 곱게 가슴에 쌓이는 눈꽃이 되어 그리움으로 묻는다. 봄은 봄만큼 아름다운 꽃들의 축제가 기쁨이다.


여름날, 너무 더워 입맛이 없다. 남편과 나는 식성이 달라 남편 위주로 음식을 만들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반찬은 뒤로하고 남편반찬만 만들게 된다. 어제는 비가 한바탕 쏟아진 후라서 오후에 동네 마트를 갔다. 과일과 열무, 부추 사고 싶은 걸 사고 배달시키고 돌아왔다. 원래 무거운 것을 잘 못 들지만 몸에 무리가 가는 물건을 들지 않는 것도 나이 든 사람의 현명한 방법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자칫 허리를 다칠 수도 있다.


열무김치를 먹고 싶어 열무를 한단 샀다. 열무김치는 담그기 쉽다. 저녁을 먹고 열무를 다듬어 소금으로 절이고 풀을 끓이고 갖은양념을 넣고 버무리고 김치를 담갔다. 여름은 뭐니 뭐니 해도 열무김치가 입맛을 돋우어 준다. 자작자작 강된장을 쪄서 비빔밥을 해 먹으면 먹을 만하다. 거기에 참기름 넣는 걸 빼면 안 된다.


어젯밤 담근 열무김치

어젯밤 담근 열무김치가 하룻밤 상온에 놓아두었더니 벌써 새콤하게 익으려 하는 단계다. 맛있다. 보리밥을 해서 열무김치 넣고 비벼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기운이 난다. 계절마다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 별스럽지 않은 음식이지만 계절 따라 챙겨 먹고 기운을 내야 한다.


이 처럼 계절에 맞는 소소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더위도 함께 즐기면 여름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 덥다 덥다 하면 더 덥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 가지 않으려면 나를 돌아보고 스스로 마음을 챙기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열무김치를 몇 번 담가 먹으면 여름은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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