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그치고 8월이 오니 연일 폭염이다. 밖에 나가 조금만 걸어도 등줄기에는 어느 사이 땀이 주르륵 흐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더워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이다. 어제는 남편차를 타고 익산에 있는 원대 병원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80년을 살아온 몸은 서서히 고장 나는 신호를 보낸다. 받아들여야지 도리 없다.
카톡방에서 카톡소리가 울린다. 열어보니 배롱나무 꽃이 핀 풍경을 시 낭송 회장님이 올렸다.
사진을 보는 순간 "와아 예쁘다" 나도 몰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더욱이 기와지붕과 함께 찍은 배롱나무 꽃은 또 다른 기품과 아름다움이 있다. 톡방 사진을 보니 금방 가보고 싶은 마음이 동한다. 운전을 못하는 나는 가겠다고 쉽게 나서질 못한다. 나이 들어가면서 되도록 주변에 민폐는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을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회장님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한다. 맞는 말이다. 날마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내가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결과물이 없다. 지금 까지 살아오면서 그처럼 도전하고 살아왔던 내 삶의 지난날들, 그렇게 살아왔던 날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주었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에 올린 톡에서 시골집 찬스 쓰고 소박한 옛날 음식으로 점심 후 배롱나무 꽃구경 가자고 시간 되는 분은 연락하라는 톡이 다시 왔다. 어찌할까 순간 망설이고 있는데 회장님에게 전화가 온다. 나더라 어디냐고 나를 집으로 데리러 온다고 전화다.
이게 웬일, 나는 멈칫거릴 사이도 없이 감사한 마음에 대답을 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좋아하는 마음이 없으면 같이 하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원대 병원에서 오는 길 대야사시는 꽃 천사 선희 선생님에게서 복숭아 두 박스를 받아서 군산으로 달려왔다. 사람은 혼자는 살 수는 없다. 이처럼 정이 많은 분들이 곁에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군산에 도착 부지런히 남편 점심을 식탁에 준비해 놓고 엊그제 담가 놓은 열무김치 반찬 그릇에 담아 회장님을 만나 시골집으로 왔다. 날씨도 덥고 힘든데 사람밥을 먹이다니 이건 보통일은 아니다. 어쩌면 사람 마음 안에 남을 배려하는 사랑이 없으면 못하는 일이다. 그 모습에 매번 놀라곤 한다.
집에서 준비해 온 밑반찬과 햇보리 넣어지어 온 구수한 보리밥도 어느 결에 준비해 오고 고기까지, 밖에서 먹는 유명 식당 밥 보다 몇 배 맛있고 정겹다. 조금 덥기는 해도 더울 때는 더워야 여름답다. 앞마당이 탁 트인 논에는 벼가 잘 자라고 있고 푸르름을 가득 머금은 벼가 귀해 보인다. 식사 후 우리는 차 한잔 놓고 사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뒤뜰에 자라고 있는 깻잎 조금 따고 고추도 몇 개만, 시골집을 나선다. 곧바로 배롱나무 꽃을 보러 옥산서원에 다 달았다. 오늘처럼 더운 날에도 사진을 찍으러 먼 데서 오신 분들이 있다.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든 누구에게나 삶의 시간은 흐른다. 나는 남편과 함께 옥산 서원을 봄에 한번 다녀왔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다.
배롱나무에 둘러싸인 기와지붕과 너무 아름답다.
배롱나무는 여름 7월에서 9월까지 100일 동안 꽃을 볼 수 있어 백일 홍이라고도 한다. 배롱나무의 꽃 말은 '기다림'과 '사랑의 고백'이다. 특히 배롱나무는 서원이나 고택 같은 곳에 많이 피어 있어 기와집과도 잘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다. 등에서는 땀이 흐르지만 여름날 이처럼 땀을 한번 흠뻑 내는 맛도 괜찮다.
옥산 향교의 아름다운 배롱나무 꽃들
우리는 사진 찍기에 바쁘다. 선비들은 아름 다움과 품격을 지닌 배롱나무는 선비들에게 깨끗하고 청렴한 성품을 닮으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전해진다. 마음을 내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을 배롱나무의 아름 다운 모습, 이 여름날 추억을 마음 안에 하나 더 담는다. 오늘 하루가 마지막 날처럼 살아 보려 노력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