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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Sep 23. 2024

남편 생일날 단상

남편 생일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소소한 행복

도무지 물러가지 않을 것 같았던 더위는

밤새  쏟아진 소나기로 결국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말없이 떠났습니다


진즉에 내어 주어야 할 자리

무슨 미련이 그리 많아 고래 심줄만큼이나

단단히  붙들고 있었는지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자연의 순리

우리의 세월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땐가는 소멸하고 말 우리의 생명

살아 있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날마다 시간과 싸움질을 하지요


어제는 남편의 생신날이었습니다

여든일곱 해를 살아온 남편, 결코

짧지 않은 날들 제 곁에 계셔 감사해요


생일이면 집에서 북적거리던 날은

옛일이 되었고, 세월 갈수록 곁에

있는 사람이 줄어들어 마음이 아파옵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잊힐 사람들

오늘은 축제처럼 소중한 사람과

사랑을 나누고 그리움을 쌓기 위해


작은 케이크에 촛불하나 켜 놓고

당신 이름 석자 새겨 보는

오늘은 당신의 생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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