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숙자 Oct 18. 2024

가을이 오는 소리

남편과 함께 가을 나들이

"사람은 살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라는 말을 종종 하면서 산다. 그 의미는 오늘, 살고 있는 날에 만족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요즈음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 날씨,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도록 가을바람이 유혹을 한다. 단풍은 아직 물들지 않았지만 가을 국화가 한창이라서 여기저기 국화 축제를 한다는 소문이 쏟아지고 있다. 


성당 교우인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며칠 후 성당에서 신자들을 모시고 가을 나들이를 간다고 함께 가자고 연락이 온 것이다. 나는  지금 성당에 나가는 걸 잠시 중단하고 있어 민망하다고 거절을 했지만 굳이 같이 가야 한다는 말에 고맙기도 했다. 나 보다도 집에만 계시는 남편에게 가을바람이라도 느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 함께 가기로 대답을 했다. 다리 아파 산책도 못하니 나도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가을이 오는 소리를  느끼고 싶었다.


내가 다니는 성당은 매년 가을이 오면  신부님, 수녀님 신자들과 야유회를 간다. 지난가을 담양 여행도 참여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여행은 누구나 좋아한다. 혼자 가는 여행보다도 남편이 함께 할 수 있어 더 의미 있고 마음이 편안하다. 남편은 홀로 집에만 계시는 날이 많아 늘 마음 짠 했다. 워낙 누구하고 어울리는 걸 잘 못하시니 어떻게 할 것인가.

 


나들이 가는 날 늦지 않게 서둘러 성당을 나가니 어느 사이 버스 두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조별로 나누어 타고 차는 임실 치즈 마을을 향해 출발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어느 사이 벼를 많이 베고 가축 먹일 짚단은 하얗게 뭉쳐 놓았다. 벼를 베고 난 논은 빈집처럼 휑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순간순간 변하고 계절은 흐르고 바뀐다.


군산에서 임실은 꼭 1시간 거리다. 남편과 나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임실 치즈 마을을 처음 간다. 임실 치즈 테마파크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에 버스는 정차하고 우리를 내려놓는다. 입구에서 바라보면서 계단을 올라가니 치즈 테마 파크는 꽃 잔치다. 그저 입만 짝 벌리고 바라보면서 모두가 시진 찍기에 분주하다.


여기를 보아도 국화꽃 저쪽을 보아도 국화꽃, 싱싱한 국화꽃이 몇 송이나 될까, 셈을 하지  못 할 정도로 국화꽃이 만발했다. 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했을까, 이곳은 단지 꽃뿐만 아니라 건물 풍경도 꼭 외국 같은 모습이다. 꽃 속에 있는 사람도 꽃처럼 보인다.


임실 치즈테마 파크 국화꽃들 참 어마 어마하다. 어떻게 이리 많은 꽃들을 어떻게 관리했을까.


<임실 치즈 테마 파크는 오래전 우리나라에 1967년 시골로 선교 활동을 나왔던 지정환 신부님 께서 산양 두 마리를 시작으로 마을 청년들과 함께 치즈를 만들어 낸, 대한민국 최초 테마로 메인 축제장인 임실 치즈 테마 파크에서 문화 역사 관광자원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임실 치즈의 가치와 지정환 신부님의 정신을 알리는 축제로 발전한 셈이라 한다. >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발전하여 이 처럼 놀라운 일을 만들어 냈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찾아와 치즈와 피자를 만드는 체험장으로 인기가 높다 한다. 이곳 임실치즈 테마 파크라는 이름이 전국의 알려져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관광지로 거듭나게 되었다. 장미가 필 때는 장미가 예쁘고 드넓은 초지가 있어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코스도 있고 하루 즐기기에 딱 어울리는 곳이다.


우리는 곧바로 이동을 해 '사선대' 관광지 맛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남편은 산 허리에 있는 사선대 누각을 올라간다고 몇 사람과 가셨고 나는 다리가 아파 나이신 어른들 팀에 끼여 벤치에 앉아 쉬는데 봉사자들이 장기 자랑을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만든다. 어디를 가든 재주 있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나는 천변에 피어 있는 코스모스 사진도 찍고 사선대 조각 공원 조각들 사진도 찍으며 이곳저곳에서 가을을 알리는 소리를 듣는다. 낙엽이 진 길을 걷기도 하고 가을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여유로움이 도심 속 과는 다른 분위기다. 어느 나무는 벌써 낙엽을 떨어뜨리고 빈가지로 겨울을 준비하고 있다.



오랜만에 집 밖을 나와 자연 속에서 느끼는 가을 풍경에 마음이 맑아진다. 우리는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의 한 부분이다. 오늘 하루 소중한 시간을 가슴에 가득 담아 본다. 담는 것 만이 내 것이 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재복 시인님의 여섯 번째 '시발' 시집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