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여행 이틀째, 숙소는 풍기 온천 리조트에서 일박을 하고 그곳은 온천 지역이라서 새벽에 일어나 온천 욕까지 하는 호사를 누렸다. 물도 좋고 사람도 많지 않아 좋았다. 산자락에 위치한 리조트의 새벽은 공기가 얼마나 청청한지 얼굴에 와닿는 싸아하게 느껴지면서 공기의 맑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영주에 있는 부석사를 향한다.
이곳은 산으로 둘러 싸인 지역이라서 그런지 사과 맛이 좋다고 한다. 길옆 과수원에 사과가 주렁주렁 매 달려 있다. 길거리 작은 상점에서도 사과 파는 곳이 많다. 이곳이 맛 좋은 영주사과라 하니 차를 멈추고 맛을 본다. 사과가 어쩌면 이 처럼 상큼하고 달달한지 내가 먹어본 사과 중에 으뜸의 맛이다. 산지에서 먹어본 맛이라 그럴까 싶기도 하고, 조카는 20k 한 상자를 사서 세집 몫으로 나누어 차에 실었다. 많이 사고 싶어도 이동할 때 무거워 많이 살 수가 없어 아쉬웠다.
여행도 하고 맛있는 사과도 선물 받고 아주 신난다. 아무리 내가 지갑을 열어도 조카는 만류를 한다. 밥값 내는 것도 빨라야 차례를 지킬 수 있다. 돈이란 필요 한 곳에 쓸 때 보람이 있고 기쁘다.
날씨가 따뜻하고 청명한지 걷는 발길이 상쾌하다. 혹여 추울까 따뜻한 패딩을 입고 왔는데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여행 일정을 잘 맞추었다. 숙소에서 부석사는 금방 도착이다. 주차를 하고 부석사 입구를 걸어 들어가는 이곳에도 사과를 많이 팔고 있었다. 부석사 올라가는 길을 보고 탄성이 절로 나온다. 온 세상이 노란색이다.
마치 노란색 카펫을 깔아 놓은 듯하다. 길이 온통 은행잎과 단풍이다. 정말 아름답다.
부석사는 주차장에서 사찰 입구 까지는 꽤 걸어야 한다. 주위 풍경을 바라보며 아름답다는 표현보다 눈부신 가을이라는 표현이 맞다. 이 나이에도 아름답게 물든 가을 단풍을 보고 마음이 설레다니, 만추의 계절 영화 한 장면이 생각난다.
부석사 올라가는 은행나무 길
부석사는 태백산에 걸쳐 있어 태백산이라고 일주문 현판이 우리를 맞이한다.부석사 올라가는 은행나무길
부석사 은행 나무 길
범종각에 법종은 업고 목어와 법고 운 판이 걸려있다 전각에서 바라보는 소백산 산자락
안양루 누각은 현판이 두 개 이 현판이 걸려 있다. 누 마루 1층에는 안양문 현판이 2층 공포 아래는 부석사 현판이 걸려 있다. 어둠을 밝히는 석등의 화창 사이로 무량수전 현판이 보인다.
올여름 더위가 늦게까지 물러가지 않아 내가 사는 곳 단풍을 보지 못하고 여행을 왔기에 새롭게 만나는 단풍처럼 감흥이 온다. 사계절 계절마다 특색이 있어 아름답지만 나는 유난히 가을을 좋아한다. 마치 인생의 끝자락인 황혼을 바라보는 우리의 삶과 대비되기 때문 일 것이다.
계절은 젊음의 상징인 봄도 좋지만 인생의 어둠과 빛이 녹아들어 노년의 빛깔로 떠오르는 가을의 아름다운 단풍도 봄의 새로움 못지않게 아름답다. 세상의 어떤 아름다움보다 자연이 내어 주는 신비는 어디에 비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이 처럼 세상에 살아 느낄 수 있음도 축복이다.
계단을 힘들게 올라갔지만 힘든 만큼 보고 느끼는 부분이 많다. 부석사는 다른 사찰과는 다른 느낌이다. 전각들은 채색도 하지 않았지만 단아하면서도 기품이 느껴지는 사찰이다. 이곳에서 며칠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느낌을 받지 않을까, 아마 특별할 것 같다.
부석사는 신라문무왕에 의상이 창건했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인 무량 수전과 조사당이 있고 아미타여래좌상 삼층 석탑 등 문화재가 많은 아름다운 사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