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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자 Jan 12. 2021

스티브 리그를 본 후

며칠 동안 리플릿 스 드라마에 빠졌다


나는 사실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방송 드라마라는 것이 좋은 내용도 많지만 가끔씩은 내용이 흔하고 흔 출생의 비밀이나 가족 파탄의 막장드라마를  볼 경우 뒷맛이 별로라서 그렇기도 하고. 사실 투자 대비 시간이 아깝기도 하다. 더 큰 이유는 남편이 TV를 독점하기 때문에 내 선택권이 별로 없다. 별 다른 취향이 없는 남편의 놀이를 존중해 줘야 한다. 자기 의지대로 살아야 하는 사람.  


딸은 매일 일상이 정신이 없이 바쁘다.  바쁜 딸은 가끔은 머리를 식히고 싶으면, 아빠에게 살짝 애교를 부려  TV 독점권을 사수한다. 그런 딸은 드라마를 못 보는 나에게 슬쩍 제안을 다.


 " 엄마,  지난 연말 SBS 연기대상을 받은 남궁민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 한번 보셔봐, 내용이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 오! 그래, 나는  남궁민을 배우 좋아한다. 사람이 진중하고 사려 깊은 마음과 눈빛 그윽하고 따뜻함이 좋다. 


딸의 말을 듣고,  '스토브 리그'라는 드라마에 호기심생겼다.  딸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간이면  남편도   슬쩍 드라마 시청 대열에 참여한다. 그러나  남편이 TV 양보하는 시간은 길지 않다. 남편 취향이 아니라서  시선을 다른데 두고 재미없는 표을 하면 리모컨을 슬쩍 건네줘야 한다. 사실 남편이 즐기는 놀이는 TV 뿐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의  삶을 존중해 주어야지. 딸과 나는 낮시 TV 앞에 앉았 있을 시간 여유가 없다. 각자 할 일이 많다.


 남편의 일상 시간은 거의 거실 소파 지정된 본인의 자리가 있다. 아침식사를 끝내면 일정한 시간에 그 자리에 앉아 본인이 보고 싶은 채널의 TV 시청을 하고 시간을 보낸다. 그러므로 낮 시간 드라마 볼 수 있는 시간은  잠시 잠깐 짧다. 그래서 딸과 나는 늦은 밤에 드라마 다시 보기에서 정주행을 해야 했다.


 '스토브 리그'라는 드라마는 시즌을 준비하기 전 벌어지는 이야기다. 나는 야구를 잘 모르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한 번도 경기장에 가보거나  TV 중계를 진지하게 구경을 한 일도 없다. 그럼에도 드라마를 보기 시작하니 묘하게  야구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야구 이야기뿐 아니라 야구를 하는 선수들과 구단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 한 사람 한 사람 캐릭터에 몰입을 하고 그 사람들 삶에 동화가 된다. 남자들만의 박진감 넘치는 삶과 의리와 진한 우정에 가슴이 찡해온다. 야구 선수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 생활인지, 알아가며 그들의 삶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주행  수 있는 시간은 밤부터다. 그것도 남편이 안방을 들어 간고 난 후부터 보기 시작하니 늦을 수뿐이 없다. 드라마에 몰입해 시청하다 보면 새벽 한 시까지 보게 된다. 드라마 내용과 인물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몰입과 감동에 마음이 울컥울컥 하게 된다. 그중에서 단연코  매력으로 돋보이는 사람은 백승수 단장이다. 자기가 해야 할 일과  자기가 책임져야 할 사람은 확실히 지켜내려는 의지가 굳다. 사람 과의 관계는 신뢰가장 중요하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진정성이 있을 때 더 감동이 된다.  


만년 꼴찌만 하는 프로야구 드림팀 우승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고군분투하는 백승우 단장, 썩은 뿌리를 돌려내고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을 가진 묘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회사엔 만년 적자만 내게 하는 야구팀을 해체하기 위한 회사 측 상무와의 치열한 신경전이 펄쳐진다. 처음에는 까칠한 단장을 반기지 않지만 신뢰를 주는 일 잘하는 단장을 차츰 돕기 시작하는 운영팀장 이세영과 운영팀 직원 막내인 한재희의 역할이 극의 재미를 이끈다.


정말 야구를 생각할 때는 선수만 보였는데 그 뒤에서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최선을 다 하는 모습들이 있다. 사람마다  열정을 다하고  온갖 역경을 겪어내는 걸  처음 알았다. 사람과 사람 간의 의리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작가는 대본을 어쩌면 그토록 탄탄하게 써냈는지 놀랍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삶에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 것인가, 많은 생각을 제시해 주는 드라마다. 백단장도 자기가 지켜내야 할 동생과 가족이 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누군가는 지켜내야 할 사람이 있고 자기 만이 짊어져야 하는 삶에 무게가 있다.  


마지막 회 결국 드림팀은 해체를 경민 사장이 선언을 하지만 백승수 단장은 자기가 매각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일주일 유해기간을 부탁한다. 결국 김경민 사장도 야구에 대한 연민으로 백단장의 요구를 들어주고 매각하는 걸 성공한다. 모든 단원들의 기쁨을 보고  표현은 안 하지만 김경민 사장과 백단장 커피 한잔 마시는 걸로 그들은 화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김경민 회장은 회장실을 찾아가 그동안 재벌 회장과 아들인 사촌 동생에 세 억눌린 자존심을 회복한다. 항상 멸시만 받던 사촌 동생에게  어깨를 짓누르며 "하늘 같은 형의 말을 들어야지" 하고서 회장인 작은 아버지에게 말한다.  "예전 무릎 꿇고 받았던 등록금은 이자까지 넣어 니다. 무릎 꿇고 받는 돈이니 서서 주어도 되지요?" 하고 봉투를 회장에게 서서 던지고 뒤돌아 나온다. 그동안 짓밟히고 무시당했던 서러움을 통쾌하게 복수한다.


그 장면이 너무 통쾌해서 박수를 치고 말았다. 사촌동생이라는 사람도 너무 많이 형을 무시하고 짓밟았다. 재벌, 돈이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가치는 다가 아니다. 적자가 나는 야구팀을 매각하는 새로운 기업 리더는 어렵게 번 돈을  멋지게 사회 필요한 곳에 투자하는  돈의 가치를 생각하게 다. 돈이란 쓸 곳에 쓰는 멋진 모습을 보았다.


백 단장을 빼고 매각한 부분은 의문으로 남지만 또 다른 이유는 작가의 의도가 아닐지 싶다. 결국 백단장 백승수는 경민 사장의  소개로  다른 곳으로 미팅을 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여하튼 감동적인 드라마다. 맨 끝으로 나오는 글이 더 인상적이다.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우리는 서로 도울 거니까요."  
 
오랜만에 감동적인 드라마 한 편을 보고 나는 챌린지 하나가 생겼다. 코로나가 끝나고 야구가 시작되면 경기장에 가서 프로 야구를 구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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