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밥 먹자는 말을 했을 땐 거절 못하는 것은 그 사람과 교류를 끊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외면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닌 담에야. 밥이란 우리의 생명과 연결된 음식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에서 인지 친밀함, 정을 나누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우리 언제 밥 한번 먹어요."라고 말을 한다.
요즈음 현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바쁘다. 나처럼 나이 들고 직장인이 아닌 사람도 할 일이 많아 누가 밥 먹자고 할 땐 쉽게 긍정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망설인다. 마음이 내키지 않은 자리는 더욱 그렇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정이 있고 진심이 통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나누고 싶다. 예전처럼 배고픈 시절이 아니라서 밥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제는 시 낭송 수업받고 있는 선생님에게서 카톡이 왔다. "선생님들 시간 되시면 오늘 점심 대접하고 갤러리 가서 그림도 보고 차도 한잔 하시게요." 그 방은 여섯 사람이 어쩌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분들 카톡방이다. 밖에서 활동을 하다 보면 어쩌다 마음에 와닿는 좋은 분들이 있다. 그분들은 문학 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분들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순수한 마음이다. 살면서 좋은 사람을 가슴에 담고 사는 일은 참 따뜻하고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를 조건 없이 응원해 주는 사람' 잘못된 일도 사랑으로 감싸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다.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능력이 있는 만큼 모두 바쁘신 분들. 그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나는 카톡을 보고서 모두 함께하는 약속 잡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더욱이 새해 연유라서라고 생각하는데 너도 나도 참석할 수 있다는 답이 온다.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있었나 보다. 나는 이틀 계속 외출하는 것이 남편에게는 미안했지만 나가야 하는 일을 이해하도록 설명을 해 드렸다. 마침 연말에 서울에서 딸이 사 준 남편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 덜 미안하고 다행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하루 일정을 떠 올려 본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렌다. 그 설렘 하나를 붙들고 나는 힘을 내며 살아간다. 다른 사람이 생각하면 그 나이에 무엇을 배우는 것이 그리 즐거울까, 생각할 수 있지만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는 배우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그 설렘이 나를 시들게 하지 않고 열심히 살게 하는 동기가 되는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 할 것인가. 내 인생의 몫은 오로지 내 몫이기에 나는 오늘도 씩씩하다. 오늘은 새해 처음 시작하는 '어반 스케치' 수업을 가고 수업이 끝난 다음 점심 약속 장소로 향했다. 어쩌다 뒤늦게 시작한 시 낭송 모임에서 만난 지인 선생님과 함께 그림 공부를 함께 해서 더 좋다. 좋아하는 사람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으로 마음을 편하게 한다.
내가 좋아하는 팥죽을 먹었다. 우리는 점심을 먹고 시내에서 떨어진 '선유공감'이란 카페에서 차도 그림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향했다. 그곳에는 시 낭송 선생님 사모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비구상이라는 그림을 보면서 그 사람의 재능을 한번 더 알게 되고 사람이 달라 보인다. 존경스러울 정도다.
조용한 곳에서 그림을 보고 차를 마시고 더할 나위 없이 휠링이 되는 시간이다. 마치 여행 온 느낌이다. 그곳에는 어반 스케치 선생님의 그림도 전시되어 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구경을 했다. 그림의 세계는 무한해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존경스러운 정도다. 겨울날이지만 많이 춥지 않아 갤러리를 둘러보며 우리는 한가롭다.
일행 중 어제 칠순이었다는 박 선생님 말에 시인 선생님은 굿이 케이크 준비를 해서 카페 안에서 촛불을 켜고 노래까지. 참, 따뜻하다.
칠순 생일 축하 케이크 불 켜기
주변에 좋은 사람과 삶을 나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이다. 새해부터 좋은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따뜻한 시간을 나누고 있으니즐겁다. 그 모임 중에 새로 시집을 내신 선생님께 선물도 받고서 감사하다. 인생이란 결국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치는 일이란 것을 나는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