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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데

들에도 산에도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있다

by 이숙자

어젯밤, 온다는 기별도 없이 눈이 많이 왔다. 폭설이다. 눈이 내려 온 세상이 새 하얗다. 보고 싶지 않은 것 더러운 것들을 모두 덮어버렸다. 살다 보면 이런 날도 있다. 하얀색은 평화의 상징이라서 잠시라도 세상 속에 걱정들을 내려놓고 평온하다. 이런 날은 내려놓음의 지혜를 곱씹어 본다.


창밖에는 눈이 오고 눈 내리는 설경을 무심히 바라보며 차 한잔 앞에 놓고 자연의 경이로움에 나는 감탄하고 있다. 마음을 녹이는 애잔한 음악과 함께 앉아 멍 때리는 시간, 마음이 자유롭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리 집착에 매 달리는 가? 각자가 생각의 가치와 삶의 방법이 다르겠지만.


잠시 마음의 평화를 찾아 설경에 취한다


월명 공원 산책길 설경


겨울, 눈이 내려 하얀 세상을 보고 있으려면 그 신비함에 나만의 사색의 세계로 몰입을 한다. 나는 눈이 온 풍경을 좋아한다. 동화 속 주인공처럼 그 안에서 무수한 대화를 하며 눈 오는 풍경을 즐긴다. 이 죽일 놈의 감성은 나이가 먹어도 물러갈 줄 모르니 참 딱하다. 겨울이 오고 눈이 오는 날이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나 만이 즐기는 일상이며 호사다.

군산 월명 호수 설경


눈이 쌓인 시골집 설경


호사 란 별 다른 것이 아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평온한 마음으로 무심히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일도 호사가 아닌가. 나이 대에 따라 행복의 가치가 달라지듯 내가 누리는 호사도 다르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일상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서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내는 사 계절은 각각의 멋진 풍경들이 있다. 그중에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풍경이 설경이다. 설경을 좋아해서 닉 네임도 설원이다. 혼자 즐기는 고독은 고요히 나의 내면을 바라다 보고 나의 마음상태도 점검하는 순간이다. 어쩌면 눈과 고독은 피 할 수 없는 기차선로와 같은 것.


눈이 많이 내린 날은 마음을 고요히 하고 혼자서 하루를 보낸다. 시어 중 한낮의 풍설에 취한 듯 휘청 거려도 보고, 첫눈 내리던 날의 기억을 불러내어 추억에 젖어도 본다. 이 아름다운 감성은 눈 오는 날만 느낄 수 있으니 겨울 눈 오는 날의 내 감성은 특별하다. 설경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그 신비로움에 온통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눈은 내리는데 마음은 한결 평온하다.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하루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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