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국가 정원과 남도 기행
순천 남도 기행
딸들과 여행 가기로 약속된 날, 일기 예보는 비바람이 부는 장마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멀쩡했던 날이 하필이면 그때 비바람이 불게 뭐람, 모처럼 여행을 망칠까 봐 혼자 걱정을 한다. 그래도 예약된 날이기에 우리는 예정대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딸 셋 중 둘은 용산에서 순천으로, 한 사람은 수서에서 기차를 타고 순천으로 가는 중 우리 부부와 익산에서 만나서 함께 가기로 했다.
만나기 전까지 딸은 나이 든 부모가 못 미더워 계속 연락을 한다. 혹여 차를 잘못 탈까 봐 그러는 모양이지만 나는 아직 그 정도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이를 생각하면 누구에게 보호를 받아야 한다. 연세 많은 남편은 내가 보호를 하고 안내를 해야 하지만, 우선 딸들과 여행을 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설레며 며칠 전부터 마음은 둥둥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었다.
익산에서 무사히 세쨋딸과 만나고 서로 톡으로 사진을 찍어 상황을 알린다. 휴대폰이 있어 참 편리한 세상이다. 딸들 셋은 모두가 바쁜 직장인이다.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부모님과의 여행을 위해 시간을 낸 것이다. 우리 부부에게는 이 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다. 바쁜 딸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 기차 안에서도 업무처리를 위해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한다.
기차를 타고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겨 창밖을 바라본다. 딸과 사이사이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우리는 여행의 맛을 즐긴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에 도착, 순천역에서 딸들 셋과 우리 부부는 모두 만났다. 왜 그리 반가운지... 좋은 사람은 언제 만나도 마음이 환해진다. 막내딸은 역 바로 옆에서 차를 랜트했다. 우리가 불편함이 없도록 큰 차로, 차를 타고 곧바로 순천만 국가 정원 워케이션으로 향해 달린다.
워케이 션이란
<휴가지에서의 업무를 인정하는 근무형태로서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다. 2015년 유럽과 미국에서 처음시작했으며 일본항공(JAL)이 2017년 7월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지급한 컴퓨터로 일을 하며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간을 보고하며, 이 기간은 유급휴가로 계산되지 않고 정상근무로 처리된다.> 인터넷 참고
일도 하고 쉼도 할 수 있는 워케이션 사무실 우리도 잠시 쉬는 시간은 차도 마시고 멍 때리기도 하면서 마음을 쉰다. 직원들도 매우 친절했고 깨끗하다.
이번 여행은 사업하는 둘째 딸이 전라남도에 워케이션 신청을 해서 어렵게 당첨이 되어 여행을 가게 된 케이스다. 각 지자체마다 50인 이하인 기업에 혜택과 지자체 흥보를 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말한다. 당첨된 사람의 혜택은 숙박비 50% 절감과 순천에서 가고 싶은 관광지는 무료며 정원 내 워케이션 센터 무료이용 커피와 음료도 무료, 각종 포로그램도 50% 지원 아침 조식까지 무료다.
이런 제도가 있다니 그저 놀랍다. 딸이 사업을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숙소가 있는 워케이션 풍경
수도 없이 많은 꽃들과 초록의 나무들 마치 신선세계다
감사하게 이런 혜택을 받고 여행을 하고 쉼을 할 수 있다니 고맙다. 한 번도 경험해 본 일이 없는 너무 근사한 여행이다. 마치 선물 받은 느낌이다. 숙소 체크인을 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 안내하는 곳을 찾았았다. 먼저 눈을 시원하게 해 주는 넓은 잔디 정원과 꽃들이 우리를 반긴다. 그냥 다른 곳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이곳 순천만 국가 정원에서 쉬면서 마음을 충분히 휠링 할 수 있는 곳이다.
숙소도 특이하다. 마치 텐트를 쳐 놓은 것 같은 모양인데. 그 안은 휠링 할 수 있는 아담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얼마나 아기자기 한지. 혼자 아니면 둘만이 쉬고 잠자는 공간이다. 생전 처음 체험해 보는 숙박시설이라서 감정이 묘하다. 숙소 앞에는 물이 있고 드 넓은 잔디는 우리 마음을 고요히 하고 사색하기 알맞은 공간이다.
텐트 형식 호텔 숙소 숙소 앞에서 독서를 하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곳
우리 5명은 숙소 배정을 3개 받았다. 막내딸은 혼자, 둘째 셋째 한 개 나머지 한 개 숙소는 우리 부부 세명이상은 같이 쓸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5평 정도의 아주 협소하다. 그러나 있을 건 다 있고 혼자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사색하기에는 알맞은 공간이다. 사람이 생활하려면 얼마나 많은 공간이 필요할까,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곳이다.
텐트식 숙소 마치 숲 속의 공주 방 같은 침실
작은 것이라도 신경 쓴 부분 화장실 문에 붙어 있는 글이 인상적이다.
사람은 살면서 다양한 삶의 무대를 오르는 경험을 하면서 일생을 살아간다. 이 세상은 나을 제외한 모든 것이 정신없이 바삐 돌아가는 요즘이다. 하지만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계속 달릴 수만은 없다. 어쩌면 어떤 순간에는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반응해야 하는지 모른다.
숙소 체크인 다음 코스는 순천 선암사를 향해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