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운 울타리 안에서 올 한 해도 잘 살아 보련다
새해가 되면서 나이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기부정을 하는 말일 것이다. 어찌, 내게 덧씌워진 세월, 나이를 잊고 산단 말인가, 다만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 나이를 너무 의식하고 나이 듦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와 더불어 잠시 잠깐 자기를 위로하기 위한 언어 일 것이다.
올해부터 나에게 83이란 숫자가 따라온다. 참 많이도 살아왔다. 그런데 언제 그 세월을 세상 속에서 살아왔는지 내가 생각해도 지난날들이 까마득하고 어제 일들처럼 생경하게 내 머리에 떠오른다. 인생 일장춘몽이라 했던가, 이젠 언제 세상과 이별할지 모르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나이 듦에 움츠려 들고 세상 모든 일을 거부하고 부정하면서 살 수는 없다. 매일 주어진 오늘을 선물처럼 알고 순리에 맞게 담담히 살아 내야 하는 일, 나는 무엇을 추구하며 무엇에 목표를 두고 나머지 삶을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언제나 마음 안에 일어나는 나와의 갈등이지만 새로울 것도 없는 그 생각은 더 깊은 상념의 세계로 나를 밀어내며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기준의 울타리가 몇 개 있다. 내가 추구하는 나만의 꿈꾸는 삶의 지표와 좋아하는 일 순서에 따라 울타리를 만든다. 가장 중요하고 안전한 삶의 방식이다. 가정의 울타리와 함께 몇 개의 울타리가 나의 삶을 지탱해 준다. 그 안에 사람을 만나고 글 쓰는 일, 시를 외우고 낭송하는 일, 그림을 그리는 일, 독서를 하는 일. 등 내 삶을 단단히 받쳐주는 울타리들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나는 내 삶을 위해 성실히 살아 낼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게 중심은 남편을 좀 더 살뜰히 살피는 일이다. 점점 나이 들어가고 노쇠해 가는 남편도 나이 앞에서는 도리 없이 무너지고 변하여 가고 있어 바라볼 때마다 애 닮다. 인간의 생로 병사 앞에서도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삶의 과정이다. 조용히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사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내일을 모르는 현실이 가끔은 두렵다.
내 울타리 중에 가장 튼튼한 울타리는 남편의 울타리 일 것이다. 그 울타리가 무너지면 고칠 수도 없는데 나는 그날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날도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럴 때면 내가 흔들리지 않고 세상 속에서 살아내야 하는 내면의 단단한 나를 길러 내야 한다. 가족들의 울타리와 나만이 즐기는 내 삶의 울타리 안에서 올해도 잘 살아 낼 것이다.
울타리
나를 가두려 세운 줄 알았다.
그 울타리는
바람이 쉬어 가는 자리였다
밖과 안을 가르되
미움은 막지 않고
그리움을 통과시킨다
기대어 울 수 있도록
함부로 무너지지 않게
나무는 나무답게 서있다
울타리 안에서 나는 자라고
울타리 밖에서
세상은 나를 기다린다